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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신학/교회론

한국 장로회교회의 생존조건

장로교회 정치 원리는 삼위일체적인 거 같다.

<한국 장로회교회의 생존조건>

장로교는 장로회교회의 줄임말이다. 장로회교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회의체정부(government by assemblies)라는 것이다. 총회, 노회, 당회로 구성되는 회의체이다. 총회의 결정은 노회와 당회가 따라야 하고, 노회의 결정은 당회가 따라야 하고, 당회의 결정은 교인들이 따라야 하는 구조이다. 권력의 하향이론(descending theory)와 일치되는 개념이다. 장로회교회는 이 교회조직이 성경에 규정된 것이고, 하나님이 제정한 법(Jus Divinum)이라 고 믿는다.

한국의 개신교의 절대다수가 장로회교회이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이러한 권력의 하향이론은 거의 작동하지 아니한다. 총회의 결정은 노회에서 무시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노회의 결정을 그대로 따른 당회는 거의 없는 편이다. 당회 역시 권위를 잃었고 교인들의 무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교회는 이름만 장로회교회이지 실상은 상회가 권한을 잃었으니 독립교회라고 할 수 있다. 개별교회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독립적인 권한을 누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같은 교단내에서도 교리와 말씀과 성례의 통일성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인가?

그것은 상회의 권한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잘못된 적용과 관련이 있다. 많은 이들은 상회의 권한이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목회자들이 그들의 권한도 하나님이 부여하신 것이라고 믿는 것과 일반이다. 이런 이해는 궁극적으로 옮은 것이지만 하나님이 권력을 부여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큰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장로회교회에서 치리회를 구성하는 이들은 장로들이다. 설교장로와 치리장로가 치리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장로들로 치리회가 구성되니 ‘장로회’라는 이름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설교장로와 치리장로는 근본적으로 교인들에 의해 선출되는 자들이다. 교인들의 선택을 받지 않은 자는 목사도 치리장로도 될 수 없는 것이다. 하나님은 권력의 하향이론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교인들에게 권력의 원천으로서 역할을 하게 만드신 것이다. 당회는 교인들에 의해 구성되고, 노회는 당회원들로서 구성되고, 총회는 노회의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권력의 상향이론(ascending theory)이다.

이처럼 장로회교회는 권력의 상향과 하향 구조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교인들에 의해 시작된 권한이 위계를 따라 치리회에 주어지고, 치리회는 그들에게 권한을 준 이들을 대상으로 권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국가나 대의체 국가에서 국민이 대표를 선출하고, 다시 그 대표들이 국민이 지켜야 할 법과 세금을 결정하는 구조와 같은 개념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장로회정부의 개념과 동일한 것이다. 이런점에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성경적인 정치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혹자는 ‘신본주의’를 민주주의와 대립하는 것으로 운운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교인들을 통해 권력을 준다는 것을 부인한다면 그 신본주의는 성경적이 것이 아니다. 신본주의는 민주주의를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의 장로회교회는 이 부분에서 실패한 듯하다. 많은 목회자들이 그들에게 직분을 준 하나님이 교인들을 통해서 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목회지가 없는 이, 즉 교인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이를 목사로 안수하지 않는 원칙이 여기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교인들이 하나님 다음으로 권력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할 때, 권력의 상향이론을 무시고 하향이론만 강조할 때 나타나는 것은 권위주의일 뿐이다. 목사가 이런 권위주의에 빠지면 성직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회가 교인들에게 군림하고, 노회가 당회위에 군림하고, 총회가 노회위에 군림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한국의 치리회들이 교리의 순수성을 지키고, 복음을 전파하고, 사회와 교인들을 섬기기보다는 자리다툼하고, 이권을 위해 서로 싸우고, 목회자들의 노동조합처럼 바뀐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치리회의 피라미드에서 하층에 위치한 이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신뢰를 거두는 것이다. 당회가 노회를 신경 쓰지 않고, 교인들이 당회를 무시하는 상황은 근본적으로 노회와 당회의 잘못이다. 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무지가 그들을 권위주의자로 만든 탓이다.

나는 오랫동안 한국 장로회교회의 회복을 위해 노회와 총회의 권위를 인정하고 복종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노회와 당회에 교인들이 신물나는 경험을 해왔기 때문이다. 많은 교회들이 독립교회처럼 행동하는 것도 노회가 성경적 권위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회와 노회가 권력의 원천인 교인들을 무시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존재하는 한, 총회와 노회가 교인들과 소통하지 않는 한, 총회와 노회가 목회자들의 자리와 이권다툼의 수단이 되는 한, 총회와 노회가 목회자들의 노동조합으로 존재하는 한 한국 장로회교회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한국 장로회교회에 “새판짜기 운동”이 나타나기 전에 각 교단은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