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목회칼럼

디-워와 황우석

Lewis Noh 2018. 2. 6. 16:12

디-워와 황우석


노승수 목사


디-워 논쟁으로 한국 사회가 시끄럽다. 그러나 이 논쟁은 황우석 논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전체주의적 군사문화의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개인들의 낮은 자존감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영웅적 인물을 사회가 동경하고 그로부터 개인 및 자신의 속한 사회에 대한 긍지를 찾는다. 그러나 이런 이들의 시도는 자신 안에 있는 열등감의 발로이다. 그래서 그와 같은 인물이 출연하면 열광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하면 그것은 공공의 적이 된다. 이것이 전체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리고 포퍼가 이야기 하는 전형적인 닫힌 사회의 특징이기도 하다. 닫힌사회(the closed society)란 불변적인 금기와 마술 속에 살아가는 원시적 종족사회이며, 국가가 혹은 특정 이데올로기 등이 시민생활 전체를 규제하며 개인의 판단이나 책임은 무시된다. 자유민주 국가에서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디-워에 대한 논쟁이나 과거 황우석 논쟁에서 민중은 자신도 모르는 새, 이런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구성하고 있고, 이에 반하는 모든 세력들을 공적 공간인 인터넷에서 무참히 짓밟는다. 
포퍼에 의하면, 열린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확보된 사회이며 개인이 그의 이성에 입각해서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사회이다. 이때 자유란 다수와 의견을 달리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인간 진보의 원천으로서의 자유이며, 권리란 자신의 지배자를 비판할 수 있는 권리로 규정된다. 그러나 작금의 인터넷의 상황은 소수 의견이란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다. 그들은 막시스트들이 프로레타리아에 의한 권력 독점처럼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는 모든 것들을 벌하므로 권력 독점을 행사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대중은 전체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전체주의적 닫힌사회에 대한 사회병리적 지향이 소위 '박정희' 향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독재 권력자가 어떻게 그 시절이 향수의 대상인가? 심지어는 전두환 시절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조차 있다. 그들을 비판하는 그들조차 자신의 닮을 꼴을 비판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우리 경제가 재벌이라는 독점적 기업을 만들어 내고 그런 기업에 기생하며, 그들에게 쉽게 면죄부를 내어주는 것들을 비판하면서도, 스스로가 그런 독점적 권력을 부르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디-워에 대한 논쟁과 이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의 발상 속에는 이미 독점적 권력에 의한 음모라는 메카니즘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 속에 있는 것을 사물을 통해서 발견하는 일련의 투사(projection)라는 사회심리적 현상이다. 우리 사회는 독점적 권력에 저항하면서 그들의 방법을 자신도 모르게 배웠고, 사회 문화 저변에 뿌리 깊게 내린 군사 문화는 일제의 잔재보다 훨씬 치유하기 힘든 사회적 질환이다. 
디-워는 그냥 즐기면 되는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지만 이를 둘러싼 기득권 및 시민 대중의 행동들은 우리 사회의 아픈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2002 월드컵의 서울광장의 사건을 긍정적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도 사실은 전체주의적 사회 병리 현상의 일부이다. 물론 2002 월드컵이 우리 문화를 밀실 문화에서 광장 문화로 바꾸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레드 컴플렉스를 상당히 극복하게 했다는 데에 대한 이견은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그 자유에대한 문화가 발달하지 못함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전체주의적 사회는 항상 성장에 발목을 잡히게 된다. 전체주의는 언제나 부패나 갈등을 성역화하고 그것을 지배세력으로 형성하기 때문에 비판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고, 성장 잠재력을 고갈시킨다. 우리 사회가 보다 선진화 된 민주 사회로 가기 위해선 이것의 치유가 없이는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