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신학/성경지리와문화

우슬초

우슬초 


최영전
우리말 성경에는 '우슬초'라는 식물명이 여러 곳에 등장한다. 성경에 우슬초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ezov'(마조람)란 말은, 다발로 뭉쳐진 식물을 뜻한다. 그 줄기는 피를 뿌리는 의식에 쓰이는 것으로써, 모세가 이스라엘 모든 장로를 불러서 가족대로 어린 양을 유월절 양으로 잡고 우슬초 묶음으로 그 피에 적셔서 문의 인방과 좌우설주에 뿌리라고 일렀다.
하나님이 애굽의 장자를 치시는 재앙을 내릴 때, 죽음의 사자가 피가 묻어 있는 집은 건너 뛰어서, 이스라엘 집의 장자는 죽음을 면했다는 출애굽의 사건(출 12:21∼27)이 있다. 그리고 문둥병에서 정결함을 받을 때, 피를 찍어 뿌릴 때에도 우슬초가 쓰였다(레 14:4∼6).
죽은 자를 만진 부정한 자를 정결하게 하는 의식에도 정한 물과 재를 우슬초로 찍어 뿌려서 정결하게 했다(민19:18). 그리고 언약의 피뿌림 의식으로 정결하게 할 때에도 우슬초가 쓰였고(히 9:19∼20), 시 51:7에는 다윗이 죄씻음으로 정결하게 되기 위해서 우슬초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슬초는 정결의 표상이 되고 있는 신성한 식물이다.
그런데 우슬초와 성경의 'ezov'은 전혀 별개 식물이다. 우리나라 식물명 우슬초(牛膝草)는, 일명 '쇠무릎'이라하는 비름과에 속한 다년초이다. 성경의 쓰임새처럼 소득이나 살균작용도 없고 향기도 없는 잡초에 지나지 않는다. 
성경의 ezov은 지중해 연안·북아프리카·서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마조람'이라고 성서식물학자들은 주장한다.
왕상 4:33에서, 솔로몬 왕의 지혜가 많음을 말하는데, 레바논의 백향목에서 담에 나는 우슬초(마조람)까지라고 했다. 지금도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의 돌 틈에, 키가 작은 품종의 마조람이 피고 있다. 
다만 유태인들에게는 오랜 옛 적부터 정결하게 하는 데, 마조람이 쓰였던 습관이 있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출애굽의 유월절 양의 피를 문설주에 뿌린 마조람이다. 그 때 애굽에 있던 유태인은 약 200만 명, 3만 3천 가족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그들이 갑자기 하룻밤 사이에 그 많은 마조람을 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만약 그것을 뜯으려고 그 많은 사람이 일시에 들로 나갔다면, 그 소란을 애굽인이 눈치챘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평소에 유태인들은 마조람을 베어다가 다발로 묶어서 추녀에 매달아서 말려 두고는 종교의식에 사용했었다고 생각된다. 
마조람은 말려 두어서 10여 년이 지나도, 그 향기나 약효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하같이 상쾌하면서도 달콤한 향기를 풍기면서, 잎과 꽃에 정유(精油)가 함유되어 있어서, 이 성분은 살균·소독·보존(保存)작용이 있으므로, 성경에 정결하게 하는 데 쓰였던 식물임이 확실해진다. 
마조람의 일종인 오리가늄(Origanum vulgare L.)은 지중해 연안·이란·히말라야·중국·대만에도 분포하고 있으며, 마조람보다 더 향기가 짙어서 일명 '꽃박하'라고도 한다. 마조람처럼 약용 및 향신료로 쓰인다. 이 식물을 중국에서는 우지(牛至)라는 이름으로 부르므로, 혹시 이것이 우슬(牛膝)로 잘못 번역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마조람은 꿀풀과에 속한 다년초로 원산지에서는 관목(灌木)이다. 키는 대개 30∼60cm로 자라며 줄기에 털이 있고 잎은 달걀꼴로 마주난다. 여름에 줄기 끝에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색의 잘다란 꽃이 집산화서(集散花序)로 이삭처럼 뭉쳐 피므로, 피를 찍어서 뿌릴 만한다. 
마조람의 정유 성분은 살균·소독·보존성 뿐 아니라, 진정 작용과 최면 효과도 뛰어나고, 소화 기능을 촉진하여 차를 달여 먹으면 배멀미를 예방할 수 있다. 또 류마티스에는 찜질약으로, 신경성 두통이나 오한에도 잘 듣는가 하면, 목욕재로 이용하고 강장 효과도 있는 훌륭한 약초이다. 한편으로는 요리에 흔히 쓰이는 서양의 향신료인데, 고대 로마 때부터 육류의 냄새를 없애는 부향제(賦香臍)로 즐겨 쓰였다. 아랍인들은 zaatar이라 하여 지금도 차나 요리의 향료로 즐겨 이용하고 있다.
유태인뿐 아니라, 그리스나 로마 시대부터 마조람에는 신이 깃들어 있어서, 그 위력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다. 그 때문에 결혼식 때에 신랑 신부의 화관을 이 식물로 만드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출처 : 최영전의 성서의 식물

'성경신학 > 성경지리와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글 어스로 성경 지리 즐기는 법  (0) 2020.05.06
뽕나무(돌무화과)  (0) 2018.05.09
몰약(沒藥)  (0) 2018.05.08
종려나무(대추야자)  (0) 2018.05.08
제사장의 흉패에 사용된 보석들  (0) 2018.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