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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자료실/예화자료

더듬어, 더듬으라구(약1:17)

더듬어, 더듬으라구(약1:17)

이재현 목사(충광교회)

마시마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에 나오는 주인공 미조구치는 말을 더듬는 장애가 있습니다. 미조구치는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 때문에 학교생활에도 자신감이 없었고,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말을 더듬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심하게 말을 더듬을 뿐이었고, 그럴 수록 삶에 대한 자신감도 그만큼 낮아졌습니다.

어느 날 미조구치에게 가시와기라는 기이한 친구가 나타납니다. 가시와기는 심한 안짱다리를 가지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는 걸을 때마다 온 몸을 좌우로 심하게 흔들면서 걸었습니다. 하지만 가시와기는 그 누구보다 성격이 쾌활했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심지어 그를 좋아하고 따르는 여자들도 꽤 많았습니다.

미조구치에게 가시와기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내 다리가 안짱다리라는 사실이 오히려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별한 조건이 되는 거야. 심하게 다리를 저는 것이야말로 내 자신만의 독특한 개별성이 된다고.”

그러면서 가시와기는 미조구치를 향하여 이렇게 말을 합니다.“더듬어, 더듬으라구!” 너의 장애를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너의 콤플렉스를 오히려 너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바꾸라는 말이었습니다. 말더듬는 장애 때문에 콤플렉스에 사로잡혔던 미조구치에게 가시와기의 이 말은 큰 충격과 깨달음으로 다가 왔습니다.

어둠에는 두 종류의 어둠이 있다고 합니다. 번개 치기 전의 어두움과 번개 친 다음의 어두움이 바로 그것입니다. 캄캄한 밤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번개가 친 후에는 짧은 순간이지만,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번개를 만나기 전의 우리 자신과 번개를 만난 이후의 우리는 결코 같을 수가 없습니다. 즉, 깨달음을 갖기 전의 우리 자신과 깨달음 이후의 우리 자신은 결코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가시와기에게 깨달음이 번개처럼 찾아왔을 때, 그에게 안짱다리는 더 이상 그를 괴롭히는 콤플렉스가 될 수 없었습니다. 비록 장애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장애라는 자신의 어두움에 더이상 휘둘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장애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사용하십니다. 심지어 허물과 약점을 가진 자들도 사용하십니다. 또한 강하고 능력을 가진 자에게도 우리가 알지 못할 뿐, 그들만의 어둠이 있습니다. 약하고 허물이 있는 사람 못지않게 그들 안에도 열등감이 있고 상처가 있습니다. 그래서 강한 자가 됐든, 약한 자가 됐든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번개입니다. 어둠을 밝히는 번개. 하나님의 은혜라는 축복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사람과 그 은혜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온갖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이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약1:17)

과학문명이 발달했지만, 인류가 아직까지 만들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번개입니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하늘로부터 오는 깨달음 즉, 구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원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원과 빛은 오직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합니다. 약한 자나 강한 자 모두에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를 위축되게 만드는 어둠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는 하늘로부터 임하는 번개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번개가 필요합니다.

성도여러분, 올 한 해 겸손하게 그리고 담대하게 하늘로부터 오는 지혜와 능력을 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장로신문 설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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