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작 서부영화 "내 이름은 튜니티"라는 작품이 있다. 나도 어린시절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근데 이 영화의 원제가 They call me Trinity다. 영화 장면에서 보면 트리니티는 튜니티로도 발음이 되는 거 같다. 잘 아는대로 트리니티는 삼위일체를 가리킨다. 이것을 일종의 메타포 같다. 트리니티가 돕는 서부 정착 원주민들이 몰몬교도들이며 몰몬교도들은 삼위일체를 믿지 않는다.
영화에서 튜니티는 이 몰몬교도들의 구원자로 나오며 그 공동체에 말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그 공동체에 정착하지 않고 홀연히 떠나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삼위일체를 믿지 않는 공동체 몰몬인들의 구원자 튜니티 그 자체로 풍자적 성격이 가득하다. 실제 영화의 악당들과 몰몬교도들의 결투씬은 슬랩스틱 코메디로 그려져서 풍자적 성격을 지닌다.
영화 메트릭스에서도 이런 종교적 풍자가 넘친다. 모피어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꿈의 신이다. 트리니티는 삼위일체를 가리키며 깨어난 자의 도시인 시온은 예루살렘을 떠올리게 하지만 거기서 이뤄지는 난교와 같은 회집은 바알신전의 제의를 떠올리게 한다.
네오는 꿈에서 깨어나 트리니티와 사랑에 빠진다. 일정 부분은 불교적 색채를 띠고 있으며 자유의지를 다루는 부분은 기독교 색채를 띠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네오는 뉴에이지적이다. 그는 깨달은 자며 과거 뉴에이저들이 말하던 구원자 "마이트레아"는 미륵의 산스크리트 음역이다. 대승불교 신앙은 상당부분 발해와 신라까지 전해저 온 네스토리우스파의 영향을 받았다.
이 영화를 만들었던 워쇼스키 형제는 후에 남매가 되고 이제 자매가 되었다. 종교적 메타포가 가득했던 그들의 영화가 혼합주의적이었던 것처럼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좀더 모더니즘적인 진리관이 뚜렷했던 1971년의 내 애름은 튜니티 속의 몰몬교와 삼위일체를 이름으로 지닌 튜니티는 역설적이게도 서로 어울리지 않는 관계 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껄렁한 구원자로서 몰몬 무리에 강림해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몰몬교 지도자가 튜니티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는 기도는 율법적이고 노동의 가치를 부여하지만 의무와 무게를 가중함을 영화를 보는 사람들로 느끼게 한다. 튜니티는 자신의 자유로움을 따라 그들의 기도가 끝나기 전에 그 형이었던 밤비노를 따라 떠난다.
삼위일체와 몰몬은 어울릴 수 없었다. 그들의 구원자로 튜니티가 그들 가운데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며 삼위일체가 엄숙하게 그려지지 않고 껄렁한 총잡이로 그려지는 것 역시 역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몰몬이라는 종교적 집단의 구원자로서 그의 이름이 튜니티라고 불린 것은 작가의 이런 의도를 반영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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