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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신학/기타미분류

퇴락한 한국교회의 현실 가운데 가져보는 작은 소망

퇴락한 한국교회의 현실 가운데 가져보는 작은 소망 
- 교회개혁 실천연대 발표원고 - 
이광호 목사 
[ⅰ] 
한국교회가 허물어져 가고 있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되어 왔던 바다. 우리 시대 한국교회에는 이름만 가졌을 뿐 교회의 본질을 상실한 기독교적 종교단체들이 수없이 많은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살다가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슬며시 거기에 적응하게 된다. 즉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개혁을 부르짖지만 어느 날 보면 자기가 그 자리에 놓여있게 되는 오류에 빠지기 십상인 것이다. 이로 인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소수의 형제들이 교회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더욱 건전한 법적인 장치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최선의 방법인가? 혹 의도와 무관하게 그로 인해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야기될 우려는 없는가? 수준이 낮은 사회에서는 항상 법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정한 신뢰가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법 규정이 절대적 기능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믿을 만하면 그가 무슨 일을 하든지 신뢰할 만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떤 경우에도 그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이 삶의 이치이다. 교회 공동체는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해야 하는 모임이다. 그러므로 유연한 제도적 법령 가운데 풍성한 성도의 교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것을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기본적인 신뢰회복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ⅱ] 
한국교회의 가장 심각한 현실적 문제는 불신자들의 손에 기득권이 맡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종종 ‘바벨론에 사로잡힌 교회’ 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누가 교회이며 누가 바벨론인가! 그 말의 의미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악한 불신자들이 교회를 부당한 방법으로 장악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물론 지금 누가 교회안의 불신자인지 단정적으로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을 진정으로 경외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하나님의 자녀라 할 수 없다. 교회는 특별히 유능하고 똑똑한 인재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도리어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교회 안에 들어오게 되면 누구나 다른 성도들과 동일한 죄인의 자리에 서게 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귀족적 계층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세상에서 출세하고 성공한 사람은 교회에서도 그에 따라 상당한 대우를 받게 된다. 이는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은 교회에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의 직분이 마치 계급을 나타내는 방편인 양 타락해 있는가 하면 교회 내에서 부당한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교회를 자기 목적에 따라 세습하며 자기의 취향에 따라 경영하려 한다. 한국교회가 이렇게 된 것은 올바른 법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교회 지도자들이 성도의 기본자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교회에 훌륭한 법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법을 지킬만한 신앙적인 기본 소양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또한 한국교회의 우려되는 바는 지도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의 원리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심한 경우에는 일반 성도들이 성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그들은 성경 뿐 아니라 기독교의 건전한 교리와 헌법에 대해 일반 교인들이 많이 아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 자들은 교인들이 성경과 교리 및 헌법에 대해 깊이 알게 되면 목회에 방해가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것은 인본적인 목적을 지향하는 굽은 목회를 위해 성도들을 우민화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건전한 종교 지도자들은 자기의 종교적 욕망을 추구하면서 이미 존재하는 교회의 헌법을 노골적으로 사문화(死文化) 하거나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모든 교단들에는 나름대로 성문화된 헌법이 있다. 그러나 그 헌법은 이제 형식적일 뿐 교권주의자들의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ⅲ] 
한국교회는 기본적인 문제 인식과 더불어 교회의 본질 회복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선 습성적인 우민화 작업이 중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각 있는 교회 지도자들은 일반 성도들을 일깨워야 한다. 성경 말씀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성도들을 교육해야 하며 건전한 교리와 교단의 헌법을 알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만 지도자들의 비신앙적인 행동을 건전하게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신앙의 표준이 되는 내용들을 올바르게 알지 못하면 잘못된 지도자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교회에는 특별히 높고 낮은 사람이 따로 없다. 세속적 출세나 성공여부가 교회 안에서 직접적인 기능을 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모든 세례교인들은 동등한 입장에서 교회회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많이 배운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교회생활에 경험이 많든 적든 그것이 본질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들어 제직회에서는 회원 누구나 교회를 위해 진리 안에서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의회에서는 입교인이라면 비록 고등학생이라 할지라도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발언에 제약을 가하거나 유무언의 압력이 가해지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혹여 나이가 어린 것이 문제가 된다면 그 형제에게 세례를 베푼 교회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교회의 직분이 계급이나 계층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직분은 개인의 종교적 신분을 나타내는 수단이 될 수 없다. 모든 직분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순종하며 감당해야할 교회적 사역이다. 집사였던 형제가 목사가 될 수 있고 장로가 될 수 있듯이 목사였던 형제가 장로나 집사직분을 맡을 수 있고 장로였던 형제가 집사 직분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 직분이 올바르게 수행된다면 나머지 문제들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선포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장로들은 선포되는 말씀에 대한 선한 감독의 의무와 더불어 성도들을 위한 심방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 일을 위해 교회가 그들에게 특별히 직분을 맡겼기 때문이다. 목사가 교회의 전문경영인처럼 행세하거나 인식되고 있다면 그것부터 바르게 교정되어야 한다. 목사와 장로는 교회의 재정 씀씀이에 직접 깊이 관여해서는 안된다. 재정 문제는 집사회가 감당해야할 직분적 임무이다. 그리고 모든 연보는 무기명으로 해야 한다. 목사, 장로는 물론 어느 누구도 개개인의 연보 액수를 알 필요가 없다. 무기명 비밀 연보가 시행되지 않는 한 천박한 지분(持分)에 관한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것이 자본주의적 사고에 익숙한 우리의 현실이다. 성숙한 성도들은 각 직분자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직분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그것을 등한시 하는 것을 볼 때 겸손한 마음으로 권면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신실한 권면을 함으로써 목사나 장로 그리고 집사 직분을 맡은 형제들이 잘못된 죄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형제를 위한 진정한 사랑이다. 


[ⅳ] 
이제 현실 교회의 고백과 지침문서인 공교회적 헌법과 지교회의 특별 법령에 대해 생각해 본다. 모든 교단은 세속화의 방지와 성도의 보호를 위해 이미 적절한 헌법을 두고 있다. 교회법의 특색은 진리와 성도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 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원활한 행정이나 질서유지를 위한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우리 시대에 가장 큰 문제는 교회법에 마치 권력적 속성이 들어 있는 것처럼 오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교회법이 일반 성도들에게 보편적으로 학습되지 않고 있으며 목사, 장로들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모든 성도들은 세례를 받을 때 교회의 절대표준인 성경과 더불어 자기가 속한 교단의 교리적 표준 문서들 그리고 헌법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대다수 교회들에는 성문화 된 공교회적 문서들이 있지만 그 기능은 거의 마비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일반 성도들은 교단의 법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다. 그것이 잘못된 지도자들로 하여금 교회법을 남용하거나 악용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교회적 현실 가운데서 지교회의 특별법 제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한국교회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 이해한다. 하지만 지교회의 단독적인 포괄적 법규정이 공교회적으로 가지는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을 동반한다. 교단의 헌법과 지교회의 특별법 조항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경우 어느 것을 우선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소위 일종의 위헌논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교단에 속해 있으면서 지교회들 상호간에 상이한 법령을 가질 경우 발생하게 될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교단에 속해 있는 교회들에서, 교단헌법은 70세 정년을 규정하고 있지만 어떤 지교회는 65세 정년을 법제화 하고 있으며 또 다른 어떤 교회는 75세로 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또한 특정 지교회에 속해 있다가 그 교회의 특별법에 맞지 않아 교회를 이탈하게 될 경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접근을 위해서는 좀 더 본질적인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 가능성 가운데 하나는 교단 헌법을 통해 각 지교회들이 개별적으로 법규정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즉 총회의 결의에 따라 지교회의 특별법 제정을 위한 필요성과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의 실현 가능성은 논외로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필자는 지교회에 맞는 법을 제정하기에 앞서 교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회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을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성도들은 차등없는 죄인임이 선언되어야 하며, 각 직분들이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수행되도록 하는 교회적 확인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교회의 각종 회의에서 모든 회원들의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는 확인과 더불어 물질로 인한 힘의 편향성을 없애기 위한 무기명 연보 등 기본적인 규례가 확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가 영원한 천국을 바라보며 원리에 충실하게 됨으로써 참교회의 자리를 회복하게 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교회개혁실천연대, 2006.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