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라도 제대로
노승수 목사
전문가로서 처음 상담 입문하고 얼마지 않아 상담을 공부하다보니, 왜그리 배워야 할게 많은지...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같고, 그래서 연구소 있으면서, 선생님께 여기저기 다니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때 선생님 왈, "너 그거 가서 몇시간 배우면 그거 할 수 있냐?" 뭐 대충 이런 질문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몇일 곰곰히 생각했다. 그거 가서 몇일 한다고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럴거 같진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다시 "지금 하는 거 제대로 하면 다 통한다" 그래서 그길로 10년을 다른 곳 쳐다보지 않고, 한 길로만 달려왔다.
이걸 쓰다 보니 고등학교 다닐 적 생각이 문득 난다. 공부는 거의 골찌에 가까운 녀석이 책가방은 왜그리 무거웠던지, 이것도 해야 할 거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거 같고, 그 날 수업들어 있는 과목의 참고서는 죄다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한 번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면서, 불안은 이것저것 집적이고 기웃거리게 만든다. 많이 하고 백화점처럼 늘어 놓는 것만이 훌륭해 보이는 것은 아니다. 때론 명품 맛집들을 보면 전공과목 한 가지 외에 하지 않는다. 이렇다할 장기가 없는 경우 이것저것 메뉴가지수만 들어난다.
많은 것을 듣는다고 많은 것을 배운다고 그대로 사는 것은 아니다. 어떤 프로그램에 가면 얼마나 많은 것이 들었는지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그러나 끝난 뒤 제대로 된 것 아무 것도 없다는 허탈감이 밀려온다. 이런 것들은 단지 지적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대에게 많은 것을 제시하면 그것은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속지말라. 현대의 특징은 분주함이다. 분주함으로 많은 것들로 우리를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적은 것이라도 제대로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아니 하나라도 잘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출구를 찾지 못하는 현대 심리학을 좇아서, 이리저리 방황하지말라. 그들도 길을 모른다. 그들도 두려워하며 불안해 한다. 길은 유일하신 그리스도 외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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