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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마음의 비질하기

마음의 비질하기


노승수 목사

물 뿌리고 쓸며 응하고 대답하며 나아가고 물러나는 예절(灑掃應對進退之節)
대학의 서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선비들은 모든 학문의 시작을 청소할 줄 아는 것과 나아가며 물러날 줄 아는 것에 두었다. 조선 중기 유학자 남명 조식은 ‘세소응대’를 학문의 기본으로 후학들에게 강조하여 가르쳤다. 청소가 뭐 그리 중요할까? 그 사람이 머문 자리는 그 사람이 사는 삶을 보여준다. 마음에 비질이 잘 안되면 삶의 자리도 어지러운 법이다. 성경에서도 청결한 마음은 하나님을 본다고 했다(마 5:4).
아들 녀석이 바둑 실력이 어느새 아마 1단 수준이 되었다. 바둑을 공부하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나아가고 물러남을 배우는 것이다. 욕심을 부려 이미 승산이 없는 곳에 계속 집착하게 되면 대마가 죽게 된다. 예전의 선비들은 세상에 나서 천하를 평화롭게 할 수 없다면, 물러나서 학문을 닦는 일에만 전념했다. 태공망이 바늘 없는 낚시로 세월을 낚은 것이 이 때문이다. 세상에 나서는 것을 출사라 하고 학문을 닦으며 머무는 것을 처사라 했다. 나섬과 물러섬(出處)은 그런 점에서 학문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신앙과 신학의 기본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경건이 신학의 기초요, 바른 신학이 경건 생활의 기초이다. 그리고 경건 생활이란, 적정과 절도의 원리에 따라 사는 것이다. 곧, “우리가 하나님을 그의 말씀밖에 어떤 다른 곳에서 찾지 않고 그의 말씀을 가지지 않고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으며 그의 말씀을 통하지 않고는 어떤 것도 말하지 않는다”는 원리를 따라 사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나서야 할 바와 물러나야 할 바를 정확히 분별하는 지혜이다. 그리고 이런 지혜는 마음의 청결함으로부터 오는 법이다(마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