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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악화와 양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의 치세 때 은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이유는 헨리 8세가 재정 부족을 메꾸기 위해 은화를 주조할 때, 92.5%였던 은의 함량을 33%로 낮추면서 일어났다. 헨리 8세의 이 조치는 적어도 3배 이상의 왕실 재정 확대가 가능하게 했다.

그런데 사람 심리가 함량이 모자란 은화와 함량이 그대로인 은화라면 어떤 은화를 유통시킬까? 당연히 함량이 떨어지는 돈을 유통시키고 함량이 높은 은화는 집에 보관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시중에 은화가 귀해진 것이다. 그리고 시중에 유통되는 은화는 모조리 33%짜리 은화가 되고 기존의 은화들은 모두 금고에서 잠을 자게 된 것이다.

이것을 재정고문이었던 토머스 그레샴이 '악화가 양화룰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고 표현했고 흔히 그레샴의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재정에 관한 문제에서만 작동하지 않고 사회나 조직 교회에서도 작동한다.

예컨대, 교사가 행정업무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정작 중요한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는 집중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이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불법 소프트 웨어가 만연하게 되면 개발자의 정당한 노력이 보상 받을 수 없게 되고 개발자가 점점 사라지고 결국 소비자들은 결국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비단 위와 같은 경제 문제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사회나 조직에서도 나타난다. 어떤 조직에서 정직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면 정직한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나쁜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다. 이런 것이 가장 잘 나타는 그룹이라면 정치가 아닌가 싶다. 정치는 좋은 사람과 건강한 사람이 발을 붙일 수 없게 하는 속성이 있다. 아무리 정당하게 공약과 선거로 겨루려고 해도 흑심 있는 야심가 정치인들이 흑색선전을 해대면 결국 바른 방식으로 겨뤄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흑색선전과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만 남게 된다.

이런 현상이 비슷하게 일어나는 또 다른 곳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교회가 아닌가 싶다. 이걸 너무 자세히 쓰면 불편한 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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