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노승수 목사
아동기 정서의 중요성은 여러 번의 글에서 누차 강조한 바 있다. 0-3세의 시기에 아동의 주된 동기와 과업은 엄마와 정서적 일치를 추구하는 데 있다. 그래서 흔히 이것을 ‘동일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동은 엄마의 자신에 대한 정서적 태도로부터 자신의 존재가치와 세상에 대한 신뢰를 가지느냐 마느냐를 결정한다. 그래서 이 시기의 영,유아들은 애착행동을 보이게 된다.
과거에는 아이의 양육이 그저 먹이고 잘 입히고 재우는 일련의 가사활동으로 이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엄마의 양육태도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내포한다. 엄마가 아이의 정서표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줄 때 아이들은 자신이 사랑받는 아이라고 느끼고 행복한 아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런 아이는 자존감도 높아지고 이후 이루어질 학교생활에서도 인기있고 사회성이 좋은 아이가 된다. 그러나 부모와 애착관계를 불안정하게 맺은 아이들은 사회 생활에 극한 어려움을 경험한다. 세상을 신뢰하지 못하고 학교생활에서도 늘 외톨이로 지내거나 나중에 심해지면 ‘히키꼬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학교 장면에서 아이들의 애착관계 검사와 더불어 생일파티에 초대하고 싶은 친구의 이름을 적어내게 했는데, 그 중에 한명의 친구에게도 초대받지 못한 아이들의 애착관계를 보니 모두가 검사 결과상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이었다.
불안정 애착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엄마가 가사활동에만 바쁘고 아이들의 정서적 싸인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도피(flight) 반응을 보이게 된다. 생후 18개월까지 아이들은 언어 이전 단계로서 여러 가지 베이비 싸인을 보낸다. 많게는 100가지가 넘는 싸인을 가지고 있다. 정서적으로 민감하지 못한 엄마는 이런 아이들의 싸인에 반응하지 않고 그런 연고로 정동(affection)에 상당한 장애요인을 가지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소극적이며 외톨이로 지내고 기본적 정서가 우울 모드를 가지게 된다.
두 번째는 엄마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정서적으로 교감을 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여 일관성을 상당부분 상실했을 때 아이들은 자신과 엄마 사이에 이전에 경험했던 정서적 유대를 경험하기를 원하고 엄마가 거기에 일정하게 반응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더 과장하여 표현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단순한 결과인데, 어떤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지 않을 때 언성이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분노와 같은 정서에 쉽게 노출이 된다. 이렇게 반복된 생활을 어린시절하게 되면 아이들의 기본 정서는 ‘불안’이 된다. 불안은 상당부분 적개심(hostility)와 관계가 있다. 공격행동을 통제하는 방식이 곧 불안인데, 내면에 미움의 정도가 심할수록 불안에서 공포(phobia), 공포에서 공황(panic)으로 정도가 심화된다.
세 번째는 혼란된 애착을 경험하는 경우인데, 가족관계 이론에서 말하는 double bind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엄마가 아이에게 메시지를 이중적으로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런 메시지를 매우 잘 사용한다. 이를테면, 엄마가 아이의 밥을 먹이면서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에 대해 인내심과 안정된 정서를 가지지 못한 경우, 화를 낼 때 보이는 흔한 반응 “밥 먹기 싫으면 먹지마!”라고 할 때, 실제 엄마가 가지는 정서적 메시지는 밥을 먹기를 종용하는 것이면서 언어적 메시지는 먹지말라고 하는 것이다. 엄마에 이런 태도에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게되며 이럴 때 아이들의 엄마와 같은 중요인물(key figure)에 대한 애착이 혼란하게 된다. 혼란 애착을 경험한 아이들은 자신의 충동을 잘 조절하지 못하게 되고, 심한 경우 정신증을 경험할 수도 있다. 보통 정신분열증과 같은 증세는 모계를 통해서 3대 만에 발병하게 되는데, 이것은 엄마의 양육태도에 그 원인이 있다.
아이가 행복한 아이로서 뿐만 아니라 나중에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공적인 적응을 위해서는 아이가 행복한 아이로 자신을 경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이는 태생이 본능적일 수밖에 없고 사회에서의 적응은 상당한 사회화와 본능의 철수를 요구받는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자연생태계 속에 살지 않고 상당히 고도화된 사회 속에서 산다. 과거에 할아버지 세대에는 20살이면 어른 취급 받던 것이 지금은 거의 아이취급을 받는다. 이것은 사회의 고도화의 반증인 셈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본능의 통제와 조절 및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회가 납득하는 방식으로 얻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 특히 엄마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자원은 고액과외가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성공하고 잘 적응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과 타인 및 사회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0-3세이 기간 동안 아이들의 정서적 필요에 잘 반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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