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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영적인 사람

영적인 사람


노승수 목사


영적인 사람은 소박함과 겸손함으로 특징 지워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정말로 영적이며 경건한 사람들은 늘 겸손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늘 당당하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자만에 빠지고 지혜로운 사람은 겸손함으로 충만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그가 스스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므로 겸손해 한다. 우리 예수님께서도 자신은 스스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 들을 것들을 말씀하신다고 하셨다. 영적이며 경건한 사람들의 중요한 특질 중의 하나는 청빈이다. 
청빈과 반대되는 특성은 겉치레와 과시이다. 이것은 무엇인가를 드러내어 보이고자 하는 욕망이며 이것은 매우 천박한 것이다. 그것은 심리적인 미성숙의 한 표현이다. 과시는 자신의 내면적 불안에서 일어난다. 하나님과의 단절된 관계에서 오는 존재적 불안이다. 누군가에게 자신 그 자체로서는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가 인정되고 사랑스럽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역설적이지만 스스로 전혀 무가치하게 느끼는 사람은 힘이나 지위, 부, 명예, 혹은 자녀 등등 그 외에도 어느 모로 보나 영적인 미덕이라고 보여지는 것에 이르기까지 과시와 겉치레를 통해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과도한 금식이나 금욕 , 자신의 육체를 괴롭게 하는 등의 영적으로 보이는 특성들도 과시욕의 한 형태일 수 있다 . 이것은 바리새인들의 가장 전형적인 특징이었다. 
그러나 영적인 사람은 청빈하다 . 그는 물질과 돈, 명예 등으로부터도 청빈하지만 그의 청빈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마음의 청빈이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심령이 가난 한 자가 복이 있다고 가르치셨다. 우리의 마음은 어쩌면 일평생 한번도 비운 적이 없는 휴지통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은 늘 그 마음이 소란스럽기 마련이다. 쓸데없는 생각들과 상념들이 나 자신의 통제 범위 밖에서 나도 모르게 피어오른다. 우리 모두는 예배시간에 설교말씀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흠칫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예배시간에 설교말씀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방해들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이 청빈하다면 우리는 갖은 상념들의 방해 없이 말씀 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바울 사도는 고린도후서에서 하나님을 대적하여 높아진 우리의 생각들을 사로잡아 그리스도께 복종케 하고, 하나님을 대적하여 높아진 견고한 진으로서의 우리의 생각들을 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마음의 청빈은 커녕 그리스도를 대적하여 높아진 생각들이 나의 생각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 그것이 너무나 견고하여져서 주의 말씀이 결실할 수 없는 돌짝밭일지도 모른다. 우리 마음의 묵은 땅을 기경(起耕)해야 한다. 마음의 소유들을 내려놓고, 가난한 마음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의 마음을 기경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청빈의 마음을 갖는 것을 방해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가장 표면적인 것은 우리의 시기심이다. 바울사도는 빌립보교회를 향한 편지에서 시기와 다툼이 없이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시기와 다툼은 내가 받아야 할 사랑을 나 아닌 누군가가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 내지 심리적 박탈감에서 출발한다 . 이것은 매우 부정적 에너지이며 우리의 내면의 쓴뿌리이다. 그러면 왜 그토록 그러한 사랑 혹은 사람들의 관심을 자신에게 두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의 내면적 공허감 때문인 듯하다.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인정과 사랑이 아직 자신의 것으로 체득되고 경험되지 못함에서 오는 살기 위한 몸부림인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생명은 쓸데없는 쓰레기들을 잔득 모으는데서 오지 않고, 모든 것은 내어주는 청빈의 삶에서 온다는 것은 역설인 듯 싶다. 예수께서는 살고자 하는 자는 죽게되고 자신의 목숨 을 내어주는 사람들을 살게 될 것이 다고 하신 말씀이 오늘 가슴 깊이 다가온다.



2009.01.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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