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n은 투사적 동일시를 단지 심리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적 측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내어 보여주었다.
예컨대, 아이는 죽음의 공포를 담아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이는 이런 견딜 수 없는 감정이나 내적 상태를 투사한다. 이해력이 있는 어머니는 아이가 처리하려고 애쓰는 두려움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으며 아이가 투사한 감정들을 담아내고(contain), 동일시하고(identify), 변형시킬(transform) 수 있다.
예를 들어, 엄마의 행동에 미움을 크게 느낀 아이는 이런 감정을 감당하기 힘들고 거기서부터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 이런 감정은 내재적이기도 하며 동시에 아이의 행동과 대인관계 패턴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아이들이 이부자리에서 실례를 하는 행동은 이런 적개심의 반향이다. 마치 놀란 짐승들이 오줌을 지리거나 사람이 공포를 느낄 때 자신의 자율신경을 조절할 수 없어서 오줌을 지리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다. 수면 중 오줌싸개 행동은 아이나 낮동안 굉장한 통제경험을 하고 있었던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 피로해진 자율신경은 밤동안 통제할 수 없는 상태를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은 공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지만 그 공포의 이유가 외부적인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느낀 적개 감정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내부적인 것이기도 하다. Bion이 말한 공포를 담아낼 능력이 없다는 말은 자신의 미움을 담아낼 능력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며 그래서 투사적 동일시는 관계적으로는 공격자와의 동일시로 나타나게 된다. 엄마에게 비난을 당하는 딸은 그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엄마의 비난을 답습하게 된다. 엄마로부터 거절을 경험하던 아이는 거절을 면하기 위해 엄마의 거절을 습득하고 먼저 거절을 통해 자신이 거절당하는 것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한다. 서로 대척점에 서 있으나 같은 체계를 가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이며 그 공통점이 소통과 공감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 지점이 치료의 변곡점이 된다.
그러나 이런 방어 패턴이 형성되기까지 Bion이 말한 대로 엄마는 아이가 투사한 감정들을 담애내고 동일시하며 변형시켜서 되돌려주는 과정을 치른다. 아이는 엄마가 돌려주는 변형된 감정들을 견딜 수 있게 된다. 이때 아이는 어머니와 동일시를 통해 어머니가 해독시키고 대사시킨 내용물을 재내재화하고 그렇게 주체의 그릇을 키워가게 된다.
이런 것을 원할하게 해내는 엄마로부터 양육받은 아이는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며 그 투사의 과정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한 양육자와의 관계를 밑천으로 한 아이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 어린시절의 기능과 체계만으로 겨우 버티기를 할 뿐이다. 그래서 멀쩡해보이다가도 결정적 사건을 만나 발병하게 되기도 한다. 성격은 그 과정을 통해서 남겨진 패턴인 셈이다.
이 패턴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면 삶을 잘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예기치 못한 사건들은 트리거가 되어 내면에 억눌려 있던 미움과 거기서 비롯된 핵심감정은 여러 정신과적인 요인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런 면들은 어설픈 방어기제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점들이다. 왜냐하면 방어란 프로이트가 자기내부적 체계를 전제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투사적 동일시는 상호주관성이론(intersub-jectivity theory)에 의한 확장이다. 두 주체가 보여주는 상호적이며 의존적인 관계를 반영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세상에 대한 방어가 아니라 관계와 구조속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딸인 안나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대세는 대상관계와 같은 정신역동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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