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기를 쓰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가 다시 쓰려고 하니 금방 무의식으로 가라앉아 버려서 쓸수 없었던 내용이 아침 식사를 하면서 떠 올랐다. 어제 저녁 아파트 위층집에서 카레를 좀 갔다 주었는데 아침 메뉴로 이게 나왔다. 그 때 문득 어제 날아갔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7-8살 즈음이었던 것 같다. 외삼촌 댁에서 점심을 외가 온 식구들과 함께 먹고 있었다. 카레가 나왔는데 너무나 매웠다. 근데 그 매운 걸 먹으면서도 맵다고 한 마디 못했던 거 같다. 그 당시 엄마랑 몇개월 떨어져 지냈던거 같은데 엄마는 기억에 없다. 서울에 있는 가게를 정리하고 내려 오신다는 것 밖에는...
사실 여기에도 아픔이 있다. 지금도 금강 휴게소에 가면 5살 때 기억이 생생하다.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나를 장난감 칼 한자루로 꼬셔서 마산행 차에 오르게 했다. 결국 나는 금강 휴게소 부근에서 토했던 거 같다. 그래서 외삼촌이랑 물을 건너고 거기서 여러시간 놀다. 내려간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차만 타면 멀미가 나왔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
내 삶에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이 때 부터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아마도 내가 원하는 걸 이야기 할 수 없어졌던 거 같다. 마산에서의 나의 삶은 생각하기도 싫은 것들이다. 마산으로 이사하곤 아버지 어머니 사이가 너무 안좋아졌고, 그래서 인지 6세 이전의 기억들은 내 삶에 가득한데, 초등학교 기억들은 거의 전무하다. 친구들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도 다 잊고 싶었던 모양이다.
암튼 나는 마산에서 생활 이후로 내 이야기를 누구에게 이야기하고 그것을 요구하지 못하는 아이가 되었던 것 같다. 엄마와 떨어져 생활한 1년인지 몇개월의 기간이 나로 하여금 눈치 보게 했고 나의 원하는 바를 말 할 수 없도록 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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