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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신학/기타미분류

개혁주의란 무엇인가?

개혁주의란 무엇인가?
신형철 목사
시작하는 말
우리는 눈만 뜨면 거의 매일 개혁이란 말을 들으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방송과 신문에서부터 듣고 또 눈으로 보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진보적 개혁'이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이 개혁이란 말은 교회에서도 따라 붙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령 교단의 명칭도 '○○개혁'이라고 하는가 하면, 자신들이 '개혁측'임을 공공연히 말하기도 합니다. 장로교회는 자신들이 '개혁주의 교회'임을 말하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특히 칼빈의 신학 사상을 이어 받고 신앙 노선을 따르며 교회를 개혁해 온 개혁자들 속에서 자신들도 개혁교회를 하고 있는 것을 강조하는 교회는 더욱 힘을 주어 말하는 것이 '개혁주의 교회'입니다.
그렇기에 아마도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세말까지 교회에서 끊이지 않고 사용되는 말 중에서 목회자에게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는 '개혁교회', 또는 '개혁주의 교회'일 것입니다. 그것은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개혁교회를 이루는 자들의 신앙을 '개혁주의 신앙'이라고 말합니다.
개혁의 용어 이해
이렇게 교회, 또는 신앙 앞에 붙는 이 '개혁주의'란 무엇입니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개혁이란 용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개혁(改革;reform)이란 말의 국어 사전적인 의미는 "새롭게 고침", "정치 체제나 사회 제도 등을 합법적이고도 점진적으로 새롭게 고쳐 나감"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낡은 제도를 개혁한다"라거나 "부패한 정치를 개혁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있는 것을 고쳐서 새롭게 바꿔 나간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면 개혁이란 항상 어떤 문제성을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해서 등장하는 용어인 것입니다. 아무런 문제성이 없는데 개혁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의 개혁이 갖는 본질적 의미
그런데 이 용어가 교회사 속에서 쓰여질 때는 교회의 개혁을 말하는 것인데, 변질된 주님의 교회를 참된 주님의 교회로 재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주님의 교회의 참된 모습을 되찾는 것으로 주님만이 교회의 왕으로 높임을 받으시고 그의 말씀만이 절대적인 권위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의 회복을 통해서 되어집니다. 왜냐하면 루터로부터 시작해서 칼빈에 이르러 완성된 종교개혁은 사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으로서 성경 해석의 개혁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성경을 왜곡되게 해석하여서 이해하고 있는 잘못된 사상을 성경에서 계시하고 있는 본래의 의미로 해석하는데 충실하여서 현재의 종교와 신앙을 본래의 바람직한 상태로 돌이키는 것이 종교개혁의 본질입니다.
개혁교회의 정체성은 '개혁된 교회'이며 또한 '개혁되어 가는 교회'임
교회는 이 종교개혁의 정신과 사상을 잇고서 이를 따르는 '개혁된 교회'를 정체성으로 갖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교회를 '개혁교회'라고 부릅니다. 그러므로 개혁교회를 Reform Church가 아닌 'Reformed Church'라는 용어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말에 오해가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개혁의 대상에 올려진 개혁할 것으로서의 교회, 곧 개혁되어지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서의 교회가 아니라 이미 개혁된 교회로서의 교회인 개혁교회인 것입니다. 물론 개혁교회 일지라도 지속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개혁이 미완성 된 상태에 있어서 마저 개혁해야겠기에 개혁교회가 아닙니다.
우리는 교회가 개혁된 모습을 신조와 교리문답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교회사에서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여러 신조와 교리문답을 만들어냈습니다. 사도 신조, 니케야 신조, 아다나시우스 신조, 칼케돈 신조, 제네바 교리문답, 프랑스 신앙고백, 쯔빙글리의 67개 조항,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 벨직 신앙고백, 하이델베르그 교리문답, 제2스위스 신앙고백서, 돌트 신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및 대소교리문답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신조와 교리문답을 지니게 된 것은 그것들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신학 사상의 충돌이 있어왔거나 또는 보다 성숙하고도 명백한 신앙고백과 교리 표명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과정을 통해서 신조와 교리문답은 잘 다듬어져 와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더 손 댈 필요가 없을 정도가 되었으며 신조와 교리문답이 만들어질 때마다 교회는 더욱 개혁된 교회로서의 모습으로 주님의 참된 교회의 정체성을 나타내 보여왔습니다. 그것은 이 신조와 교리문답은 설교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진실하게 선포하는 교회 되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신조와 교리문답에서만 개혁교회의 모습을 띤 것은 아니었습니다. 성례와 모든 의식과 예배에서도 함께 교회의 개혁을 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가 생명을 잃고 종교적 형식에 집착하고 의식화되어 가는 것에서 돌이켜서 신자를 그리스도와 하나님께 두게 하고 참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개혁된 교회'는 또한 '개혁되어 가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직 개혁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미 개혁된 교회일지라도 하나님의 말씀 앞에 올바르게 서 있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부패하고 타락할 수 있는 까닭에서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5장 교회에서의 5항에서 "지상에서는 아무리 순수한 교회들일지라도 혼잡함과 과오를 범한다. 그리고 어떤 교회들은 극도로 타락하여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라, 사탄의 공회당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상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뜻을 따라 하나님에게 예배드리는 교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또한 벨직 신앙고백서 제30장에서는 거짓 교회에 대하여 말하기를, "거짓 교회란,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과 권위보다는 그들 스스로의 능력과 권위를 내세우면서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르고자 하지 않는 교회이다. 또한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말씀대로 성례를 시행치 않고 그들 스스로의 생각에 맡긴 채 말씀에서 무언가를 더하는데,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보다는 사람에게 더 의존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거룩하게 사는 자를 핍박하며, 그들의 죄와 욕심과 우상 숭배를 책망하는 자를 핍박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유형의 교회는 쉽게 알 수 있고 구별할 수 있다."라고 한 데서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종교개혁으로 시작된 교회의 성경 해석의 개혁을 통하여서 교회에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회복시켜 놓았을지라도 여기에 교회가 서 있으면서 복종해 나가지 않는 한에는 타락한 교회가 항상 있기 마련이고 이에 참 교회와 구별된 거짓 교회가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주님의 교회는 개혁된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어떤 교회는 개혁된 교회에 반하는 거짓 교회가 존재하기 때문에 비록 교회가 개혁교회를 표방(標榜)할지라도 참 교회가 아닌 거짓 교회는 개혁되어야만 합니다.
한편으로, 개혁된 교회에서도 항상 개혁되어야 할 필요성을 갖고 있습니다. 개혁교회는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으로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은 개혁교회의 역사적 전통을 잇는 교회의 일관된 신앙 자세였습니다. 이는 개혁교회가 주님의 참된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성경 해석의 개혁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진실하게 선포하는 것으로 교회에 자리에 제자리하고 있을 때 이로 인해서 신자는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및 예수의 하신 말씀을 믿는 믿음"(참조, 요 2:22)에 있는 것에서 말씀을 성취하는 개혁의 상태에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일을 성령님께서 해 나가신다는 분명한 확신과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혁주의'란 무엇인가?
우리는 가령 교회를 말해도 '개혁교회'라고 말하는가 하면 또는 '개혁주의 교회'라고도 말합니다. 신앙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개혁신앙'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또는 '개혁주의 신앙'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이 두 용어는 'Reformed Church(Faith)'를 그렇게 각각 다르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개혁주의 교회(신앙)'란 말에서 '개혁주의'를 번역한다고 하면 'Reformism'이라고 해서 개혁을 뜻하는 'Reform'이란 단어에 주의를 뜻하는 '­ism'을 붙여야 하는데 사전에 이런 단어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Reformed Church(Faith)'를 '개혁주의 교회(신앙)'이라고 번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해서, 혹자는 '개혁주의 교회(신앙)'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개혁교회(신앙)'라고 말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분명 용어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무엇 때문에 '개혁'이라는 말에 '주의'를 말을 붙여서 말하는가를 염두에 두고서 고려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의(主義)란 말은 어떤 것에 대한 정신과 사상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가령 '민주주의(民主主義)'라고 말할 때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을 의미하고 있으며, 이를 준말로 간단히 '민주(民主)'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시온주의(Zion主義)'라고 말하면 이는 '시오니즘Zionism'인데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이 그들 선조의 땅인 팔레스타인에 조국을 재건하려던 운동이요 그 정신과 사상을 이릅니다. 그래서 시온주의라고도 말하고 또한 시온운동이라고도 말합니다. 이 시온운동은 1948년에 이스라엘의 독립으로 그들의 오랜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주의(­ism)'는 어떤 것의 정신과 사상이요 나아가서는 이를 행동화한 운동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개혁주의'라고 할 때는 개혁교회가 지니고 말하는 신학 사상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 신자인 그리스도인들이 관습적으로 널리 쓰는 말인 관용어가 되어 왔습니다. 해서, 사전적인 용어에서는 '개혁주의'란 말이 맞지는 않지만 관용적으로 '개혁'이란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번역되어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굳이 틀린 잘못된 용어라고 배격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영어권에서는 'Reform에 '­ism'을 붙여서 사용하고 있지는 않기에 사전에서 찾을 수는 없지만, 우리말이 지닌 자연스러움과 정서적 개념에서는 사용이 가능한 것입니다.
교회에서, 특히 개혁교회를 지향해 나가는 교회에서 하나의 관용어가 된 '개혁주의'는 종교개혁으로 시작된 교회의 개혁 사상과 그에 따른 운동에 대한 분명한 신념을 가진 자들이 갖는 태도나 경향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상당히 포괄적 개념을 띠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16세기 종교개혁의 결과로 성립된 개혁교회로서, '정통 프로테스탄트'라고 불리 우는 입장에 서서 신학과 교리를 따르는 이들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에서 '개혁주의'를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구체적으로는 개혁교회와 프로테스탄트교회는 분명 다릅니다만 여기서는 그에 대한 차이의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까 16세기 종교개혁 이후의 전 시대에 걸친 개혁교회의 신학 사상과 교리를 따르는 사상 체계인 것입니다. 이것은 성경에 계시되어 있는 진리와 사상을 구체화하고 체계화한 것으로 성경의 권위,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적 작정과 주권적 구원 사역, 바른 교회관 등을 내용으로 하고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할 것을 신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가장 잘 표현하여 기술하고 있는 것이 칼빈의 '기독교강요'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비롯하여서 칼빈의 설교와 신구약 주석 등 방대한 저술에서 나오는 신학 사상은 칼빈이 했던 것과 같이 개혁교회를 이루어 나가려는 개혁자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쳤고 개혁주의 신앙은 곧 칼빈주의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분명 그 영향 속에 있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개혁교회는 칼빈의 신학 사상만을 따르는 자들은 아닙니다. 그 이전에 교회가 분명한 신학으로 세워오고 그 사상과 정신의 영향 속에 있게 해 온 개혁주의자들의 신학 사상이 있는 '은닉된 개혁교회'가 존재해 왔으며, 이것이 후에 개혁교회의 신조와 교리로 등장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개혁교회는 교회의 역사적 전통에 의한 신조와 교리의 바탕에서 칼빈의 신학 사상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니라 칼빈 이후에 개혁주의 신앙으로 개혁교회의 신학을 표명해 온 많은 개혁주의자들이 있습니다. 개혁주의란 바로 이렇게 개혁교회의 정체성을 지켜 온 신학 사상을 이름입니다.
그래서 신론에서도, 기독론에서도, 구원론에서도, 교회론에서도, 종말론에서도 보는 것은 개혁교회의 신학 사상이요 신앙입니다. 그리고 성경의 어떤 곳의 해석에서도 성경에 계시되어 있는 하나님의 본의(本意)로써의 진리와 사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혁교회는 무엇을 말해도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이며, 성경으로 끊임없이 돌아가려고 하며, 하나님의 말씀에서 출발해서 하나님의 영광의 처소인 교회를 변혁시켜 가려는 사상을 갖는,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에 따른 개혁'을 철저하게 강조하는 '개혁주의 신앙의 교회'를 말합니다. 개혁주의란 이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