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자료실/문화자료

경주 최 부잣집 찾는 발길 부쩍 늘어난 이유는

경주 최 부잣집 찾는 발길 부쩍 늘어난 이유는 …
“후손들은 아직 부자로 삽니까.”
한 여성 관광객이 던진 질문에 문화해설사 최용부(68)씨가 답한다. “1947년 대부분의 재산을 영남대 설립에 기부해 부자 가문의 막을 내렸습니다. 후손들은 평범한 중산층으로 살고 있습니다.” 최씨는 이어 “만석지기였던 최 부자 가문은 3대를 잇기 힘든 부(富不三代)를 12대 300여 년간 이어온 뒤 사회에 환원한 참부자의 본보기”라고 설명했다. 만석지기 최 부자 가문은 1대 최진립(1568~1636)에서 재산을 기부한 12대 최준(1884~1970)까지를 말한다.
지난달 29일 오후 경북 경주시 교동 ‘경주 최 부자’ 고택에서 오간 대화다. 고택은 1700년께 99칸으로 지어졌으나 1970년 사랑채 등이 불타고 2006년 큰 사랑채가 복원돼 50칸 정도 남아 있다.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하듯 쌀쌀한 날씨였지만 휴일을 맞아 고택에는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주부 김후자(44·대구시 북구 복현동)씨는 방문·곳간 등을 열어보며 두 팔을 벌린 채 심호흡을 했다. 김씨는 “부자의 정기를 이어받되 재물에 대한 욕망을 절제해온 철학까지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 부자 가문의 가르침인 육연(六然)과 육훈(六訓)이 감동적”이라고 했다.
형제와 함께 들른 김옥선(38·부산시 연제구)씨는 “시집 온 며느리에게 3년간 무명옷을 입도록 한 점 등으로 미뤄 근검절약과 성실이 부자가 된 비결인 것 같다”며 “요즘 애들이 이런 걸 몰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평일 하루 50여 명, 주말엔 200여 명. 문화해설사 최씨는 “불경기의 영향으로 부자의 꿈을 키우려는 사람이 늘어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나고야에서 온 관광객 15명을 안내하던 여성 가이드는 “인근 천마총을 둘러보고 시간이 남아 들렀다”며 “최 부자의 철학을 설명하면 일본인들도 고개를 끄덕인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부자 철학’을 배우려는 관광객이 늘어나자 고택에 최 부자 일대기 등을 적은 안내판·걸이대를 2월 초 설치했다.
경북도 관광산업과 배원한 담당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의 대명사인 최 부자 가문은 불황의 시대에 더욱 빛난다”며 “관광 추세에 맞게 최 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을 관광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부자 고택=경주시 내남면 ‘게 무덤’이란 곳에서 7대인 최언경(1743~1804)대에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향교 유림의 반대가 심하자 향교보다 2계단 낮게 터를 깎아 지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국가 중요민속자료 27호.
▶황선윤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hsy62/
[ⓒ 중앙일보&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