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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에 있어 선의 특성과 효과

조형의 원리1편에서 그림감상과 창작에서 필요한 조형의 원리와 화가들의 그림 제작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그 기초가 되는 조형의 요소들 중 선에 관해 그 개념과 특성들을 그림과 함께 애기하려 합니다. 모든 그림은 선에서 시작된다고 할 만큼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곧 선의 사용을 의미합니다. 선은 그림공부의 과정 중 뎃생, 스케치, 크로키 등에서 사용되며 화면의 구성, 밑그림 등의 용도는 물론이고 선만으로도 예술적 의미를 갖는 개성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또 선은 색채나 질감등과 어우러져 이미지를 표현하는 회화의 중요한 시각적 요소입니다. 
그림과 관련된 선 뿐 만 아니라 모든 사물에는 선이 포함되어 있고 우리 주변 환경 속에는 다양한 형식의 선이 존재합니다. 환경 속의 선과 회화작품 속에서 작가들이 사용한 다양한 선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면 한층 더 풍요로운 시각으로 감상과 창작에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 최초의 회화인 원시 동굴 벽화에서 선을 이용하여 그린 다양한 형태를 찾을 수 있듯 선은 그림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조형의 요소입니다. 기하학에서는 무수히 많은 점들의 집합체로서 길이와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로 선을 정의하지만, 미술에서의 선은 다양한 형태와 정서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사물의 형상과 방향, 동세 등을 표현하는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성질을 지닌 요소입니다.
선과 형태
그림에서의 선은 기본적으로 사물의 형태를 나타내는 기능을 갖습니다. 아래의 컵 그림은 단순한 연필 그림으로 사실적인 부피나 색채 혹은 질감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이것을 보는 순간 누구나 컵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처럼 선은 모든 사물의 형태를 표현하는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구체적인 선과 상징적인 선
우리가 연필이나 붓을 이용하여 종이에 긋는 선이나 회화작품 속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선은 물론이고 일반적으로 자연이나 인공적인 환경 모두에 선과 같은 요소들, 즉 상징적인 의미의 선이 존재합니다. 사과의 형태에서 둥근 곡선을 찾을 수 있듯 사물의 윤곽은 물론 나무의 가지, 거미줄, 철로나 전신주의 전선, 도로는 물론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 등등 우리의 환경은 너무도 다양한 선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금 창 밖의 풍경을 보거나 실내를 둘러보면 눈에 보이는 모는 사물은 직선, 곡선, 사선 등 수많은 선들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인체에서 느껴지는 선은 물론이고 사물이나 풍경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선들을 통해 특정한 정서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표현할 때 코나 턱의 윤곽선이 조금만 달라져도 전체 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듯 선의 변화와 조화는 많은 정서를 내포하고 심리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선의 유형
선에는 실선, 점선, 추상적인 선등이 있습니다. 실선은 종이에 연필로 긋는 선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이고 점선은 버스 정류장에 줄지어 있는 사람들을 선의 개념으로 인식할 때와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위 두 가지 선의 유형과는 달리 추상적인 선이 있는데 이것은 사물의 배치나 시선의 흐름, 혹은 명암이나 색채의 대비에서 오는 심리적인 선이 그것입니다. 마티스의 그림 [춤]에서 서로 손을 잡아 연결된 팔들이 선이 되어 타원의 형태로 군무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는 아담과 창조주의 뻗은 팔을 통해 생명의 기운이 전해지는 심리적이자 시각적인 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선의 방향
선의 중요한 특성중 하나는 방향성입니다. 방향에 따라 분류되는 수평선과 수직선 그리고 사선 등은 모두 고유의 심리적인 효과를 나타내는데 수평선에서는 대지를 연상시키는 안정감이나 평온함 그리고 고요함이나 휴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야외에 나가 넓은 지평선을 보거나 마루나 방에 누워 주위를 둘러본다면 바닥 면이나 침대, 혹은 가구 등의 수평선이 갖는 효과를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수직선은 대체로 수평선에 비해 활동성을 내포하지만 정적인 면도 포함하는 양면성을 갖는다면 사선은 대단히 활발한 운동감을 표현하는 요소입니다. 우리가 스포츠의 동작에서 찾을 수 있는 신체의 구부러짐이나 경사진 길 혹은 반쯤 기울어진 사물을 관찰한다면 쉽게 느낄 수 있는 동적이고 긴장감을 유발하는 요소입니다. 
특히 그림은 대체로 사각의 프레임 안에서 이루어지는데 그림 내부의 선들은 가장자리 프레임과 연동하여 더욱 강하게 그 느낌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사진이나 영화에서 극적인 긴장감이나 움직임, 불안이나 갈등을 표현할 때 비스듬히 카메라를 기울여 촬영하는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수평의 심리적 안정감을 깨뜨리는 효과를 얻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화가는 화면을 구성할 때 이런 선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배합하여 사용함으로서 그가 의도하는 심리적 효과를 표현합니다.
명암과 색채의 대비로 나타나는 선
단순히 선을 사용하여 그린 컵처럼 선은 사물을 표현할 수 있지만 그 형태는 평면적이며 도식적입니다. 그러나 선을 이용하여 명암의 단계를 표현하면 입체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련의 선을 잘 배열하면 하나의 면을 만들 수 있고 이 면들이 모이면 입체적인 효과를 나타냅니다. 또 그림에서 명암이 두드러진 대비를 이룰 때 그 대비의 경계면은 선의 요소로 느껴집니다. 명암의 대비를 이용해 선을 표현하는 효과는 단색판화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강한 색채의 대비에서도 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선에 의한 그림 (드로잉) - 윤곽선과 제스처
그림 공부를 시작할 때 대체로 우리는 선을 사용하여 스케치나 크로키, 소묘 등을 통해 관찰력과 표현력을 기르는 훈련을 합니다. 또한 선만으로도 의미 있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데, 이렇게 이미지의 주요 요소가 선인 그림을 포괄적으로 드로잉이라고 합니다. 최근 들어 드로잉은 새로운 관심과 가치를 인정받으며 독립된 회화장르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나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쉴레 등은 모두 뛰어난 드로잉 작품을 남긴 작가들입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다양한 일러스트 그림들이나 만화에서도 선이 주된 요소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드로잉에는 사물의 윤곽을 따라 선을 사용하고 형태나 세부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윤곽 드로잉과 행위나 분위기, 혹은 동세를 표현하는 제스처 드로잉이 있습니다. 윤곽 드로잉은 일반적으로 미술의 기초과정에서의 표현훈련은 물론 완성된 드로잉 작품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면 제스처 드로잉은 작품의 구상단계에서 화면을 구성하고 구도를 결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드로잉에서 선의 특성
드로잉에서 선은 무수히 다양한 기법과 재료에 의해 강하고 거칠거나, 예리하고 투박하거나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 등을 통해 화가가 의도한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의 선의 특성
일반적으로 회화작품에서는 선 뿐 아니라 명암이나 색채, 질감 등 다른 요소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드로잉에서의 선과는 다르게 복합적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선이 독립된 요소로 사용되기 보다는 다른 조형적 요소들과 관련되어 선적인 요소나 형태를 강조하기도 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몬드리안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는 도시적 이미지의 도로와 건물들을 상징하는 원색의 선과 면들이 기하학적 추상의 형식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여기서 색선들은 색면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지만 주변의 면들에 비해 선적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클림트의 벽화 [생명의 나무]는 삶의 여정을 상징하는 인물과 이미지들을 나무와 결합하여 표현한 그림으로 여기에서의 나무는 장식적이고 패턴화된 형식으로 변형되어 선적 구성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몬드리안의 그림이 구체적인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순수조형의 세계를 추구했다면 클림트는 대상을 변형하지만 고유의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뒤피의 그림 [노란 책상]은 색 면 위에 선으로 형태를 그려 넣은 기법으로 화면은 평면적이며 경쾌한 느낌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세 작품 모두 구체적인 선의 사용으로 평면적인 표현에 기초한 것들입니다.
그림속의 잠재적인 선
또한 실선과 같은 구체적인 선이 존재하지 않는 입체성이 강한 표현의 그림에서도 대상의 윤곽을 따라 나타나는 선은 배경과 물체를 명확히 구별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표현하고자 할 때 먼저 그 대상을 관찰하고 윤곽을 따라 형태를 그린 후 명암을 표현하거나 색채를 더하는 과정으로 진행합니다. 이 때의 형태를 나타냈던 구체적인 윤곽선은 그림이 완성될수록 지워지지만 배경과의 관계에서 상징적인 선의 요소로 남아있게 됩니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검은 배경과 강하게 대조되는 소녀의 윤곽을 따라 상징적인 선이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비드의 그림 [소크라테스의 죽음]에서 밝게 표현된 인물들은 어두운 색채의 배경과 대비되는 강한 윤곽선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구성 면에서 선들의 흐름에 의해 그림 좌하단과 우상단의 대각선 방향으로 시선이 유도되고 있습니다
형태를 변형시키는 요소로서의 선
선은 사물을 단순화 하거나 왜곡하는 조형적 요소로 사용됩니다. 입체파 화가 후앙 그리의 [찻잔]은 대상을 변형시키고 다양한 시점과 중첩된 이미지로 표현했는데 주요한 요소로 직선과 곡선들이 기하학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또 에곤 쉴레의 풍경화 [나무]에서는 뒤틀리고 꼬인 듯 변형된 나무와 가지의 느낌을 선을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속의 특징적인 선 - 평면과 입체에 관련하여
입체감을 강조하는 사실적인 그림에서는 구체적인 선을 사용하지 않지만 선과 입체의 효과를 동시에 사용하는 기법의 그림들도 있습니다. 에곤 쉴레의 작품 [자화상]은 작가의 우울하고 예민한 정신을 드러내고 있는데 가늘고 섬세한 선에 의해 표현된 인물과 꽃은 거의 평면적인 화면을 연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페르낭 레제의 그림 [여가]는 노동자의 이상향을 표현한 것인데 모든 형태를 감싸는 듯한 굵은 윤곽선은 대상을 단순화 시키면서 화면에 강한 힘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두 그림 모두 선의 사용이 두드러지지만 에곤 쉴레의 그림이 거의 평면적 표현인 것에 비해 레제의 그림은 부분적 입체효과를 나타냅니다. 이처럼 선은 조형의 요소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회화 표현의 중요한 매체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림을 감상하거나 그릴 때 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활용은 보다 풍요로운 시각과 효과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다음 3편에서는 조형의 요소 중 형태와 입체에 관해 설명할 예정입니다.
글 최화삼 / 화가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목포대, 전남대등에서 강의했고 3회의 개인전과 초대전 및 단체전 40여 회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했다.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며 드로잉그룹 [몸으로 展하다]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드로잉/서양화 교실 '화실사람들 (http://cafe.daum.net/yourart)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