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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동아시아 윤리관과 한국인의 주체성

동아시아 윤리관과 한국인의 주체성


노승수 목사 


한국인들은 외국반응에 예민합니다. 이웃의 반응에 예민한 것은 간섭이 높은 환경이라는 의미입니다. 공동체성이 높고 윤리의식도 죄책보다 수치심에 기반합니다.

이런 차이는 개인 간 거리에서 비롯됩니다. 서양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간섭을 거의 하지 않아서 7세 남짓이면 모든 걸 스스로 합니다. 그에 비해 한국은 고 3이 되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죠. 미국인들의 동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상은 "shy"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건은 동아시아적 양육태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간섭과 도와주려는 의도가 많은 동아시아적 태도는 수치심이라는 윤리적 기초를 만듭니다. 그런데 동아시아 내에서도 간섭의 거리가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수치심이 작동하는 방식이나 타자상에 대한 이해의 방식도 서로 다릅니다. 동아시아의 3국의 고대 문명을 대표하는 무기가 일본은 칼 중국은 창 한국은 활입니다. 이 메타포는 많은 것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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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치심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보다 밀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사회 질서나 예절은 바르나 일본이 위안부나 전쟁 범죄를 잘 인정하지 못합니다. 아무도 욕하는 사람이 없지만 스스로 견디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에 사고가 나도 추월해 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회문화적 장점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수치심은 밀도가 너무 높아 이것을 극복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 DNA가 없어 보이고 이걸 극복하지 못하는 한 세계를 이끄는 리더십 국가로 서기 힘들 겁니다. 일본이 미국에게 꼬붕처럼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일본인이 한국인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한번 전쟁에서 지면 바로 굴복입니다. 그런 문화로 수백 년을 살아왔죠. 일본 만화들을 보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가 있는데 "강해질 꺼야"입니다. 수치를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강해지려는 환상이 강하게 있지만 수치심 때문에 이걸 극복하지 못합니다.

중국은 그보다 좀 느슨하지만 동북공정과 샤드에서 보인 태도나 중국 굴기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우월감을 지나치게 드러내며 그렇게 자기를 확장하려 듭니다. 중국 무협의 주제인 가문의 원수는 이런 자기 확장의 충돌입니다. 이런 충돌을 촤소화하려고 타인의 삶에 관여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중국 무협에서 그러지는 인물들을 잘 관찰해보시면 오만한 굴기로 무장해 있는 것이 대표적 캐릭터입니다. 이런 윤리적 토대 때문에 민주주의적 신뢰를 학습하지 못하게 합니다. 중국인은 10년을 사귀어도 속을 알 수 없다는 게 이런 문화에서 기인합니다. "꽌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은 창이란 무기가 잘 비유해줍니다. 수치를 굴기로 극복하려 들고 그것이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들죠. 현재의 중국도 보면 주변국과 다 관계가 안 좋습니다.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중국은 세계 리더십이 되기 어렵습니다.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후발 개발국가 중에 경제와 만주화 두 가지를 모두 이룬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우리 민족은 윤리적 토대가 타인의 비난과 흉보는 데 있습니다. 욕 먹으니까 금방 독일을 이겨버리지 않습니까. 이 힘 때문에 민주화도 하고 경제 개발도 했습니다. 불평불만이 많아 더 좋은 제품 이 나오고 더 좋은 음식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집니다. 이 모든 게 흉보는 것과 이거 안 당하려는 의식이 윤리관의 기초이자 힘입니다. "발리빨리"도 이런 문화에서 나온 힘입니다. 활은 이런 이미지를 질 보여주는 메타포입니다.

동아시아 윤리의 기초는 같은 수치심이라도 결이 다릅니다. 칼로 목을 베어 버리는 사무라이 문화애서는 불평을 못하며 수치를 견디지 못하며 자기를 부풀리는 중국은 비난을 받아들일 함이 없어 굴기로 무장합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욕 먹는 게 일상입니다. 욕 먹으면서 단련되는 주체적 심지가 강하게 있습니다. 은근과 끈기로 버티고 투지로 이겨내고 맙니다. 원래 한국인은 주체성이 강합니다. 지난 16년의 촛불 혁명이나 80년 광주 혁명, 87년 6.10 사태 등에서 보듯이 DNA 속에 수치심만 있지 않고 이걸 극복하는 흥과 열정이 가득합니다. 놀기를 좋아하고 유머러스하다고 초창기 외국선교사들이 한국인을 평하기도 했습니다. 풍류에 관한 기록은 고대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아시아의 문화 강국으로 우뚝 선 데는 이런 주체적인 DNA가 작동합니다. 평등의식도 매우 강해서 갑질을 하면 흉을 보고 그런 꼴을 문화적으로 용납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번 월드컵처럼 지나치게 욕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근본적으로 주체성이 높아서 곧잘 극복해냅니다. 물론 약점도 많습니다. 너무 많이 갈리고 싸우고 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제 살을 갉아먹기도 합니다. 두 사람만 모여도 싸우죠. 부정적으로 작동할 때는 그렇지만 긍정적으로 작동할 때는 한국의 대표적 문화인 "정"이 보여주듯이 서로 도우려고 애쓰는 힘이 작동합니다. 과거 금모으기 운동이나 태안의 기름 유출 때 보인 태도는 일본이나 중국에선 찾아 볼 수 없는 태도죠.

어쨌든, 옛 어른들은 버릇 나빠진다고 칭찬에 인색했습니다. 그게 오늘의 한국인의 특징입니다. 사색당파로 늘 싸우지만 그걸 견뎌내고 이순신이나 유성룡 같은 인물이 나는 겁니다. 축구 대표팀도 욕먹으니 잘하지 않습니까 ㅋㅋ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마시길 그런 환경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