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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묵상

모방의 위험성

우리의 신학을 모형신학이라고 하는 것은 원형신학이신 그리스도를 우리가 모방(mimesis)하기 때문이다. 원형신학의 탁월함은 곧잘 우리로 하여금 착각에 빠지게 한다.

내 형편이 그와 같다는 착각 말이다. 이 때 경계가 무너진다. 내 중3시절에 내 옆자리엔 반장인 소설가 김탁환이, 옆자리엔 부반장이, 앞자리엔 선도부장이, 나를 둘러싸고 모두 학급인원이었다. 조례시간을 마치면서 선생님이 임원들 잠깐 나오라는 말에 옆친구들이 다 일어나서 나가길래 나도 어떨결에 따라 나갔다. 친구들이 웃으면서 "승수 니는 와 나가노" 했다. 순간 기지를 발휘해 "화장실 간다"고 둘러댔지만 근거리에 임원들과 어울리다보니 어느새 임원이라는 자리가 지닌 탁월함(arete)를 모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것인양 여길 때, 그것은 곧잘 오만(hybris) 상태로 이어지고 이것이 나와 타인의 경계를 허무는 무례하고 폭력적 행동(ate)을 부른다. 결국 그것들이 누적되면서 복수(nemesis)가 찾아오는데 이것은 네메시스라는 복수의 신의 이름과는 달리 그가 저질러 놓은 자기 결함들의 결과로 감수해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원형신학을 따름에 있어서 모형신학에서 이런 부유물들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잘 다루지 못하면 위기를 초래하게 되고 우리 신학은 좌초되고 만다.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돌보심이 없다면 누구도 통과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