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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모호성과 영적 어둔 밤

상담자들은 상담에서 상담자의 모호성을 활용합니다. 사람들이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 시점이 주로 사귄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 많은데요. 첫 대면이라든지, 초기에 더 환대적이 되고 더 상냥해지게 되는 것 역시 오랜 경험을 통해서 초기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몸으로 연습된 탓입니다.

사람이 사귄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행동 패턴을 일정하게 이해하게 되고 그런 이해에 따라서 상대를 이해하는 힘이 커집니다. 보통 사춘기가 되면 이 시기를 뇌 변화의 두 번째 결정적 시기라고 하며 멜라토닌의 분비가 달라져서 늦은 밤 잠을 잘 안 자고 아침 잠 시간이 길어지는 특징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 시기의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인사를 했는데 안 받으면 곧 바로 나를 싫어하는가로 뇌 회로가 움직입니다.

아이들의 이런 반응은 이 시기부터 아이들이 타인의 반응에 대해서 주체적으로 반응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뇌파를 검사해보면 REM 수면이 증가하는 것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그런 상황이 되면 아 무슨 바쁜 일이 있나 혹은 걱정이 있으신가 등의 반응과 함께 감정도 7개 정도의 등급으로 세분화되는 반면 아이들은 3등분 정도의 단순화된 감정을 갖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 아이들은 그래서 관계를 꺼려하기도 합니다. 예배 시간에 해드폰을 쓰고 있거나 타인에 대해서 반응하지 않으려는 특징을 보이죠. 두 가지가 특징적인데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주체성의 특징을 보이며 타인에 대한 감각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대상관계가 현실적으로 발달하는 관계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으로 예민해지는 것이죠. 한 마디로 번데기가 나비로 변태하는 과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갖게 되는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습득된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과 세계관은 한 평생을 가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초기 대면에서 오해나 갈등을 줄이려는 기술이 발달하게 되고 그것이 환대나 상냥함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것은 일종의 미봉책입니다. 현실과 소통은 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내적 요소를 내버려둔 채로 처방을 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내적 요소들은 긴밀한 관계에서 갈등과 문제의 요인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이 문제 요인들의 기원은 대체로 6세 이전이 됩니다. 세살 버릇인 셈이죠. 핵심감정은 개인이 가진 감정적인 내적 상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습관으로 드러난 하나의 세계관입니다. 복음은 이 자리에까지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전혀 다른 환대적 사랑과 이웃과 나누는 기쁨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자신을 사랑하는 일과 나그네로서 이 땅을 사는 삶이 나타나려면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죠.

이런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서 상담자는 모호성을 사용합니다. 상담자의 모호성은 내담자가 지닌 원형적인 관계의 모형을 드러내어 보여주기 때문이죠. 때로 하나님이 우리 삶에서 침묵하실 때가 있는데 청교도들이나 영적 거장들은 이것을 영혼의 어둔 밤 혹은 영적 겨울이라고 묘사했고 이 시기 동안 신자 안에 사랑이 불타오르면서 초기 아동기의 왜곡이 변이를 거치게 됩니다. 마치 도공이 빚은 토기가 유약을 바르고 1500도의 가마에서 자기가 되는 것처럼 신자의 영혼은 어둔 밤을 거치면서 불타오르며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잠언도 비슷한 말씀을 전합니다. 은에서 찌꺼기를 제하라 그리하면 장색의 쓸 만한 그릇이 나올 것이요(잠 25:4) 잠언이 그냥 좋은 그릇 만들라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과 공동체에서 그런 찌꺼기를 제거해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와 개인으로서 신자의 주체적 삶이 드러나게 된다는 의미를 함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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