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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부부의 세계와 그리스 비극 메데이아

요즘 주목받는 티비 드라마가 부부의 세계다. 김희애의 연기는 정말 몰입도가 높다. 사실 그녀가 서구권에서 태어났다면 벌써 세계적인 배우의 반열에 올랐지 않았을까 싶다.

 

이 드라마는 영국 BBC의 TV 채널 BBC One에서 방영한 Doctor Foster가 원작이며 티비 드라마에서 흔치 않게 19금 드라마이다. 더러는 한국의 막장 드라마가 영국에 수출되어서 다시 역수입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이 드라마의 모티프를 그리스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에서 가져왔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리스 비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이스킬로스와 오이디푸스왕으로 유명한 소포클래스 그리고 메데이아 작가 에우리피데스를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라고 칭한다. 이 세 작가의 출현시기도 다 비슷하다. 아이스킬로스는 아카익 시대의 끝물인 마라톤 전쟁과 살라미스 해전에 참전한 바 있다. 소포클래스는 그보다 27살 아래 연배이고 메데이아의 작가 에우리피데스는 소포클래스보다 13년 뒤인 살라미스 해전이 있던 기원전 480년에 태어났다. 에우리피데스와 동시대 인물로 유명한 소크라테스가 있는데 연배가 10살이 적다.

 

그야말로 이 시기는 그리스의 중흥기라 할 수 있다. 아카익 시대를 보통 776년 올림피아드가 시작된 해로부터 잡는다. 이 시기의 특징은 첫째, 폴리스의 등장, 둘째, 올림피아드 셋째, 식민지의 발달, 넷째, 그리스 문학의 등장을 들 수 있다. 폴리스는 세 가지 특징을 지녔는데, 가장 높은 곳에 만들어진 신전 아크로폴리스, 낮은 곳에 만들어진 시장인 아고라, 그리고 디오니소스 극장을 들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 디오니소스는 "거듭남"이란 뜻이다. 이 아카익 시대는 그리스 문명의 토대가 만들어진 시기며 그 시기 동안 이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신화들은 그리스 비극으로 재 탄생이 되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플라톤은 예술에 대해서 그다지 좋은 평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상계는 이데아계의 그림자일 뿐인데 그것을 다시 복제한 미술이나 음악, 연극 공연 등을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그에 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을 통해서 그리스 비극이 가지는 미메시스에 대해서 높이 평가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렇게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이데아는 현실에 내재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스콜라시대를 통해서 신학적 방법론이 되기도 했다.

 

어쨌든 비극의 아버지 아이스킬로스, 비극의 완성자 소포클래스, 비극의 이단아 에우리피데스는 아테네의 부흥, 영광, 혼란의 시기를 함께한 작가들이었다. 부부의 세계는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를 모티프로 했다. 메데이아는 고전 그리스어로는 메데이아로 읽고 코이네 그리스어로는 메디아로 읽힌다. 신화에서는 메데이아는 흑해 연안에 위치한 나라 콜키스의 왕이자 신인 아이에테스의 딸이자 왕녀였다.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 테세우스 등과 함께 아르고스 호의 원정대로 황금양피를 찾기 위해 콜키스(오늘날의 조지아)에 온 이아손에게 메데이아는 한 눈에 반하고 사랑에 눈이 멀고 몸이 뜨거워진 메데이아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이아손이 황금양피를 얻도록 도와준다. 그렇게 메데이아는 이아손과 함께 콜키스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이아손을 추격하는 남동생을 죽여 바다에 던진다. 혈육의 목숨을 사랑과 맞바꾼 것이다. 이아손의 삼촌 펠리아스가 황금양피를 가져왔음에도 약속대로 왕위 계승을 미루자 메데이아는 그 딸들을 마법으로 홀려 아버지를 죽이도록 만든다. 이 모든 악행의 배후에는 이아손에 대한 메데이아의 정념이 자리잡고 있었다. 결국 이아손과 사이에서 두 아들을 낳고 행복을 얻는 듯 했으나 이올코스의 왕 이아손은 왕국의 안녕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코린도의 공주와 정략 결혼을 진행한다. 결국 메데이아는 추방당하고 두 아이와 함께 죽음을 택한다.

 

에우리피스의 비극 메데이아는 바로 이아손에게 버림받는 이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남편의 배신이 아마도 부부의 세계의 모티프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부부의 세계는 부부에게서 배신과 사랑, 죽음과 같은 고통, 이혼에도 끊을 수 없는 질긴 애증의 관계를 잘 묘사했다. 무능한 영화제작자 이태오를 잘 내조하던 지선우 역이 아마도 메데이아를 모티프로 한 거 같다. 이태오의 배신과 그 배신에 무너져 가는 삶과 결혼 관계를 잘 묘사했다. 현재 JTBC와 넷플릭스를 통해서 방영중이다. 해외에서도 화재를 모으고 있다. 연출과 음악, 극적 긴장감이 높은 몰입도를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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