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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분주함과 한적함

분주함과 한적함
노승수 목사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나는 긴장을 풀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더 어리석게 살 것이며, 
회전목마를 더 많이 탈 것이며, 
데이지 꽃을 더 많이 딸 것입니다..
- 어느 늙은 수도사 -

현대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그것은 분주함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건네는 인사말조차도 “요즘 바쁘시지요?”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인생을 보다 길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무엇에 그리 바빠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어쩜 현대인들은 자신의 내면의 불안은 바쁨으로 달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들에게 불안이 가중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 무엇인가? 바로 “안절부절”이다. 이 불안이야말로 현대인의 바쁨을 단적으로 드러내어주는 좋은 특징이다. 현대인들은 필요이상으로 바쁘며, 그래서 만성피로증후군에,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렇게 바쁘다고 해서,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삶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한적함이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인 폴 투르니에에 의하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잊을 때 우리에게 나타나는 모습이 바로 분주함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을 굳이 의역하자면 삶의 근원과 목표를 잃어버릴 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분주함과 바쁨이라는 말이다. 아이들도 그들의 생명의 뿌리인 엄마로부터 준비되지 못한 분리를 경험할 때, 분리불안 혹은 유기공포를 경험하면서, 엄마에게서 덜어지지 않으려는 성향과 분주함을 나타내고 그것이 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들에게 고통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우리 삶의 뿌리 근거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 불안과 분주함은 바로 이런 삶의 뿌리로부터 유리됨으로 인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미국의 저명한 영성신학자인 달라스 윌라드는 이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적함, 오직 한적함만이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가능케 해준다. …한적함이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한적함은 우리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뿌리와 근원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한적할 때야 비로소 내가 만나는 것들을 내 인생의 동반자로 여길 줄 알게 된다. 예컨대, 이 계절에 피는 꽃들, 바람, 푸른 하늘, 흐르는 구름, 사랑스런 아이들, 우리의 이웃들, 등등, 마치 등산을 하는 사람이 산정만 바라보다 문득 자신이 오르는 길가에 피어 있는 한 떨기 이름 모를 풀과 꽃들, 벌레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그는 비로서 행복을 알게 되고 평화를 경험하게 된다. 
어거스틴은 이 평화를 그의 고백록에서 이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십년 하나님을 찾아 모든 곳을 헤맸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분을 내 안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평화를 찾았습니다.” 그러므로 한적함이란 우리 삶의 근원을 향한 태도이다. 우린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한적할 수 있고, 휴가 중에서도 분주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한적함에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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