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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자료실/사회학자료

생존의 W이론

생존의 W이론 
▣ 저 자 이면우 
1945년 개성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인간공학을 전공했다. 1970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서울대학교에 산업공학과를 창설한 후, 지금까지 1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250건의 특허를 받았다. 학생들과 함께 1993부터 벤처 회사 (주)하이브레이드(HiBraid Inc.), (주)하이터치(HiTouch Inc.), (주)페이퍼매직(PaperMagic Inc.)을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이면우 교수가 개발한 유아용컴퓨터 KOBO, LG전자 벽걸이용 VCT-CD, 삼성 손빨래세탁기, 삼성 골고루전자레인지, 삼성 따로따로냉장고, 코오롱 하이필정수기 등은 올해의 히트 상품에 선정되었다. Walking Talking TV, Remocon Vacuum Cleaner, Voice Activated Microwave Oven은 「뉴욕타임스」선정 미래상품 250개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저서로는 전 국민적인 베스트셀러였던 『W이론을 만들자』『신사고 이론』『신창조론』 등이 있다. 1988년 미시간 대학 100인의 최우수 박사 졸업생에 선정되었고, 1992년 경기고등학교 동창상, 1993년 상허대상, 1994년 미시간 대학 동창상, 1996년 세종문화상 등을 받았다. 
▣ Short Summary 
서울대학교 이면우 교수의 '불확실한 미래를 희망으로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생존의 W이론”이 담긴 책. 파행을 되풀이하고 있는 교육 시스템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각종 모순과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저자가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우리가 처해 있는 위치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우리 교육의 위기를 담담히 묘사하고, 위기로 치닫는 현실을 바꾸는 대전환의 시발점을 제시하는 이 책은 우리 자녀들이 자라고 있는 텃밭이 중금속이 오염된 토양임을 설명한다. 또한 우리가 소홀히 해 왔던 우리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자식의 생존을 본인의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학부모, 차세대 장래를 걱정하는 전문가와 지식인을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역전시킬 최후의 작전 카드로 제시한다. 
▣ 차 례 
프롤로그 - 왜 지금 다시 W이론인가 
1. 우리 교육은 음모다 
95%를 도태시키는 음모 교육 
자율 학습 중인 교사, 표류 중인 아이들 
학부모는 모든 것이 불안하다 
선발된 5%도 큰 희망은 없다 
돈 없는 정부, 가난한 대학 
평준화의 종착역 
2.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구공탄집과 솜틀집 
이공계 위기는 국민의 위기 
유망 산업-유망 학과-유망 직업의 허상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야 한다 
정부를 주시해야 한다 
역사에서 배우자 
3.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오염된 저수지 
우리가 표류했던 이유 
줄 것이 없으면 받을 것도 없다 
우리가 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인가 
한국-중국-일본, 3국의 고민 
동북아 시대가 오고 있다 
4. 우리에겐 변혁의 힘이 있다 
실사구시 정신을 되살리자 
억압 속의 꽃피운 선조들의 과학기술문화 
창의성은 밤송이를 닮았다 
세계를 놀라게 한 죄수 부대 
망할 각오로 벤처를 시작하다 
신바람나면 일을 내고야 만다 
5. 우리도 세계적인 지도자를 배출하자 
이제 부모가 나서야 한다 
대화 능력은 부모만이 가르칠 수 있다 
24시간 안에 80쪽 보고서를 만들다 
내 아이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지도자의 덕목을 가르쳐야 한다 
비전은 다보탑을 닮았다 
에필로그 - 이제 너의 소임을 묻는다 
특별부록 - 세계 지도자를 만드는 자녀 교육 10계명 
1. 우리 교육은 음모다 
95%를 도태시키는 음모 교육 
대학 교수로 지내다 보니 주위 친지들로부터 대학 입시에 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러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려운 문제를 물어 오는 까닭이다. 이런 일을 자주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시 제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몇 년 전. 건물 준공 기념 행사에 가서 강연한 적이 있다. 그 자리를 빌려 우리나라의 교육은 음모의 교육 제도라고 단언했다. 음모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입시를 치를 때까지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온갖 노력을 다하게 하고, 모두 탈진하게 만들고, 마지막 순간에 학생의 95%를 도태시키려는 파괴적인 제도인 것이다. 음모가 있지 않는 한 온갖 고생을 다 시켜 놓고 95%, 즉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안겨 주는 교육은 있을 수 없다. 
왜 95%를 도태시키려는 제도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2004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수는 대략 60만 명이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은 신입생 정원을 줄이기로 결정하여 3천여 명의 신입생만 받기로 했다. 우리 사회에서 일류 대학이라고 지칭되는 대학이 전국에 19개쯤 된다고 가정하면, 졸업생과 재수생을 합해 약 3만 명의 학생들이 입시 결과에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러므로 졸업생 가운데 3만 명 미만의 학생들이 입시 경쟁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고, 나머지 57만 명의 학생들은 주위로부터 좌절을 맛본 학생으로 취급될 것이다. 대다수 학생의 기를 죽이려는 음모의 교육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모래 주머니를 지고 뛰는 교육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일과표를 구해서 본 적이 있다. 오전 7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학교에 도착한다. 그때부터 오후 4시까지 학교 일과를 끝내면 4시 15분까지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4시 30분부터 10시까지 컴퓨터 학원, 한문 학원, 보습학원으로 일정이 이어진다. 학원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11시까지 영어와 수학을 공부한다. 11시부터 잠시 쉬고, 그 날 배운 것을 정리하거나 숙제를 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아침 7시부터 12시까지 휴식 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새로 부임한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본프레레)이 우리 선수들의 진을 빼놓고 ‘거의 죽은 사람’을 만들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선수들인 만큼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체력과 정신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임 감독이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훈련을 시켰더니 국가 대표 선수들이 초주검이 되었다는 것이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총사령관이었던 히딩크 감독도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킨 인물로 유명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오전 1시간 30분, 오후 1시간 30분씩 강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우리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어떤가? 날마다 월드컵 국가 대표 축구 선수단의 6배에 이르는 강훈련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한 교도소는 강력범 죄수들의 잦은 탈옥 시도를 막기 위해 교도소 주변에 16대의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 후 근무 성적이 좋은 교도관들을 선발하여, 감시 카메라를 보다가 수상한 장면이 나오면 즉시경보를 울리는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나 모의 훈련을 통한 교도관의 감시 효과는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 이에 교도소는 인근 대학의 인간공학 실험실에 의뢰하여, 감시 카메라 훈련을 받는 교도관의 업무 능력과 감시 효율을 측정하기로 했다. 교도소와 비슷한 형태의 장치를 갖춘 실험실에서 모의 실험을 한 결과, 선발된 교도관들의 집중력은 근무한 지 2시간을 넘기게 되면 초기 집중력의 40%로 급격히 떨어졌다. 2시간이 지나면 경보를 울려야 할 장면의 60%를 놓치는 셈이다. 
국경 분쟁이 잦은 곳에 주둔했던 외국의 한 군부대에서 경계선 가까이 접근하는 모든 물체를 식별하여 보고하는 임무를 맡은 초소 경비병의 경제 효율을 연구한 적이 있다. 모의 실험을 통해 측정한 결과, 경계 근무를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나면 보고 대상의 50% 이상을 놓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래 이 부대의 기계 근무 교대 시간은 ‘4시간 근무-4시간 휴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나 이 연구 이후 ‘2시간 근무-2시간 휴식’으로 단축 운영되고 있다. 은행, 백화점, 편의점의 벽 모서리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그 건물 관리실에는 여러 대의 모니터를 놓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들도 2시간 이상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의심쩍은 행동을 발견할 확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드컵 국가 대표팀, 교도관, 국경 초소병, 감시 카메라 담당자 등의 예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무엇인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인간의 업무 효율은 2시간만 지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제 다시 중학교 학생의 시간표를 인간공학적 시각으로 분석해 보자. 우리 중학생은 학교 일과 중 오전에 이미 탈진했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려고 해도 본래 능력의 40%의 효율밖에 내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어떤 중학생 본인도 아무리 정신을 차려 열심히 공부하려 해도 잘 안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국가 대표 축구 선수들은 2시간씩 훈련받았더니 죽을 지경이라고 기자들에게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고, 기자들은 동정적인 시각으로 이들의 고된 훈련 내용을 국민들에게 보도한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하소연도 허용되지 않는다. 국경 초소병처럼 2시간 근무하고 2시간 쉴 수 있겠는가? 오전에 2시간 수업을 했더니 효율이 떨어져서 점심 시간까지 좀 쉬어야겠다고 교사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 당장 문제 학생으로 분류되어 학부형에게 연락이 갈 것이다. 어머니에게 오전 수업을 받고 났더니 지쳐서 공부할 생각이 없어지더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학원 등록을 하려는 어머니에게 2시간 수업, 2시간 휴식으로 시간표를 짜 달라고 말하면 어머니의 눈길이 고울 것인가? 과외비가 얼마나 드는데 그런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느냐고 혼쭐이 날 것이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밤 10시쯤 돌아오는 조카를 가르치는 학생이 있다. 삼촌에게 조카는 “10시만 되면 졸려서 죽을 것 같다.”라고 사정한다. 그러나 보수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카를 인간적으로 대할 수 없다. 국가 대표 축구 선수, 교도관, 초소 경비병, 감시 카메라 담당자들은 일과 중에도 휴식 시간이 보장되어 있고 집에 돌아가면 마음껏 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중학생들은 집에 돌아가면 더욱 삼엄한 밀착 감시 속에서 한층 강화된 근무(?)를 계속 해야 한다. 
물리학에서 가르치는 ‘일(Work)의 공식’이 있다. 일은 어느 물체에 작용한 힘(force)과 그 힘으로 인해 물체가 움직인 거리(distance)의 곱으로 표시된다. 그러나 건물의 벽과 같은 물체는 오랫동안 밀고 있어도 꿈쩍도 안 할 것이다. 따라서 죽을 힘을 다해 일했으나 전혀 일을 안 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가? 학생들이 학업에 쏟는 노력과 그로부터 얻는 보람을 비교해 보면 생각나는 광경이 있다. 무거운 모래 주머니를 지고 하염없이 운동장을 뛰라고 강요받는 것이다. 힘들어서 천천히 뛰겠다고 하면 문제 학생으로 분류되고, 뛰다가 지쳐서 넘어지면 온 가족이 달려들어 기어코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한마디 듣는다. “또 넘어지면 우리 집은 끝장이다.”탈진해 쓰러지고, 억지로 일으키고, 또 뛰는 일이 되풀이되다 보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2.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역사에서 배우자 
역사책을 읽으며, 역사 소설을 보며, TV 사극을 보며 조선조의 목민관들은 세 가지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 아침에 출근할 때, 저녁에 퇴근할 때 동헌 마당에 민초(民草)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 둘째, 신고할 일, 허락받을 일, 이해상관이 복잡하게 얽힐 일들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셋째, 모든 대소사에 끼어들어 중재하는 것을 좋아한다. 
IMF 이후의 각종 범국민 운동의 전말, 극심한 가뭄에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 물을 찾지 않고 원을 그리며 계속 돌면서 동물들이 죽어가는 세렝게티 공원에 비유한 국가 성적표, 참가하기 전에 상을 주는 시골 마을 운동회에 비유한 벤처 육성 정책 등에서 여러분들이 느낀 국가의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 목민관의 습성이 남아 있는 듯한 부분은 없는가? 조선조의 한 왕이 정승들에게 물었다. “광풍이 몰아치는 벌판에서 초가삼간을 보존하는 방법이 무엇이냐?” 영의정이 대답했다. “사방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광풍이 쇠잔해지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이 얘기는 우리나라 지도 계층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사방의 문을 열어 놓으면 초가집은 무너지지 않겠지만, 방 안에 있던 민초들은 다 어떻게 될 것인가? 모두 바람에 날려가서 죽지 않을까?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5천 년을 끈질기게 버텨 왔다. 7년 전쟁에서 절반에 가까운 민초들이 사라진 임진왜란이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1904년 러일 전쟁에서 러시아의 무적 함대인 극동 함대를 물리쳐 뜻밖의 승리를 거둔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은 평소에 이순신 제독을 무척 존경했다. 그는 승전 기념식장에서 이순신 제독에 버금가는 위대한 해군제독이라는 칭찬을 듣고 무척 당황스러워하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를 영국의 넬슨 제독에 비유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이순신 제독과 비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순신 제독은 내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훌륭한 제독이다.” 그는 러일 전쟁 전에 이순신 제독의 모든 기록을 읽고 이순신 제독의 모든 전승지를 몇 차례에 걸쳐 직접 돌아보았다. 이순신 제독의 연구가로도 유명한 그는 러시아의 무적 함대를 무찌르는 과정에서 정(丁)자 진(陳)을 사용했다. 정자진은 이순신 제독의 학익진(鶴翼陣)을 응용한 진법이었다. 헤이하치로 제독은 이순신 제독이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출중한 이유를 다음 네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영국 넬슨 제독이나 나는 국가에서 만들어 준 전함을 가지고 전투에 나가 이겼으나, 이순신 제독은 국가의 지원은커녕 각종 모함과 질시 속에서 스스로 거북선과 같은 우수한 전함을 만들어 전투에 이겼다. 둘째, 영국 넬슨 제독이나 나는 국가에서 훈련한 수병(水兵)을 데리고 나아가 전투에 이겼으나, 이순신 제독은 스스로 수병을 조련하여 전투에 나아가 이겼다. 셋째, 영국 넬슨 제독이나 나는 국가가 보급한 각종 화기와 장비를 사용하여 전투에 이겼으나, 이순신 제독은 국가의 의심 어린 감시 속에서 각종 화기를 스스로 제작하여 전투에 나아가 이겼다. 넷째, 나는 함선 수에서 3배가 넘는 러시아 해군과 싸워 이겼으나. 이순신 제독은 12척의 배로 300여 척, 즉 30배에 가까운 적과 상대하여 승리했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내가 넬슨 제독에 비견될 만한 훌륭한 제독이라는 찬사는 감사히 받겠으나, 나를 이순신 제독과 같다고 치켜세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넬슨을 배출한 영국의 하노버 왕조, 헤이하치로를 배출한 일본의 메이지 왕조는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소임을 다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영국과 일본의 정부를 특별히 부러워할 일은 없다. 이순신 제독의 조국, 우리의 조국은 그때 무슨 일을 하고 있었나?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20여 차례의 대승첩을 통하여 조국을 여러 차례 구한 구국의 영웅을 여차하면 잡아들였다가, 급하면 다시 전장으로 내치기를 몇 차례나 반복했다. 
운동하느라 볼일 못 보는 나라, 참가하기도 전에 상을 주는 마을 운동회, 국가 성적표, 목민관의 습성, 초가삼간을 지키는 법, 이순신 제독의 조국에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우리 정부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전통으로 간주하기에는 너무 슬프지 않은가? 역사의 반복이라고 하려면 그 중간에 좀 좋은 시절도 간혹 끼어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의 정부를 미워할 필요는 없다. 단, 정부를 주시해야 한다. 
3.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한국-중국-일본, 3국의 고민 
이제 발상을 전환하여 한-중-일 3국이 각자 지니고 있는 고민을 살펴보자. 한국은 가격경쟁력을 상실했고 머지않아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기술을 이전해 주던 미국은 이미 제조업의 해외 이전을 거의 마무리지었으며 컴퓨터 혁명, 통신혁명, 정보 혁명을 주축으로 새로운 국가 경쟁력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일본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은 미국의 첨단 기술을 도입하여 첨단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정보 혁명 시대용 첨단 기술로는 첨단 제품을 만들 길이 없다. 미국으로부터 새로이 도입할 기술도 없다. 미국이 국가의 생존 전략으로 움켜쥐고 있는 국제 표준화, 표준 운영 제도를 주도할 소프트웨어 기술, 핵심 시스템 부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원래 일본은 고정 표적을 잘 쏘는 명사수이다. 한 가지 표적을 선정하여 열심히 관찰한 후, 사격을 반복하면서 과녁의 중심에 맞히기 위해 끊임없이 영점(零點)을 조정한다. 이렇게 해서 제조 분야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명사수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기술 주도 시대, 정보 혁명 시대, 국제화 시대를 맞아 일본을 위한 고정 표적은 사라졌다. 이동 표적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동 표적 시대에는 오로지 개선을 위한 노력보다 변화를 주도해 나갈 창의적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것이 일본의 고민이고 일본 기업의 한계이다. 표적이 너무 빨리 움직여서 반복 사격할 시간도 없고, 영점 조정도 안 되고, 지속적인 개선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도 고민이 많다. 머지않아 중국도 우리가 경제 성장 과정에서 경험했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낮은 임금, 높은 작업 생산성,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국가 경쟁력은 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가계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생활의 여유를 즐기는 분위기가 생겨남에 따라 낮은 생산성과 가격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별도의 전략이 마련되지 않는 한 중국의 산업도 우리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중국은 다른 고민도 안고 있다. 세계 각국의 기업이 품질, 기능, 가격이 낮은 제품만을 들고 중국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하는 많은 기업들은 중국의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앞으로 활성화될 거대한 중국 시장에만 눈독을 들인다. 중국의 기분은 어떨까? 이런저런 이유로 자부심이 대단한 중국인들은 낮은 브랜드로 인식되는 중국 제품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이다. 한물 간 기술, 철 지난 제품만을 들고 중국으로 들어오려는 해외 기업들에게 할말이 많을 것이다. 중국도 한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고민하고 있는 안건들이 늘어갈 것이다.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 일본이나 한국이나 베끼기는 마찬가지 
1999년 일본 마케팅 전문가 협회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그 강연을 기획한 사람은 꽤 알려진 실력자여서 일본의 유명한 대기업 회장들이 많이 참석했다. 강연 중 나는 한국과 일본의 산업을 비교해 보면 다른 점도 있고 비슷한 점도 있다(Japan-Korea, two of a kind)고 했다. 먼저 일본 산업과 한국 산업의 다른 점부터 설명했다. 일본 산업은 한 가지 물건을 만들어도 많은 정성을 들이고 끊임없이 개선하여 세계 일류 상품으로 확고하게 자리잡는다. 한국의 산업은 품질이 웬만한 수준에 오르면 만족한다. 정진하지 않고 안주하다가 결국은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한다. 이것이 일본과 한국의 다른 점이다. 청중들이 반응한다. "맞는 말이다.” “당연하다.”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점도 있다고 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피차 베끼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일본의 자동차, 전자 제품 등은 일본이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 아니며 미국 등 선진국 기술을 도입하여 만든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와 전자 제품도 일본에서 대부분을 도입했다. 일본은 미국에서 기술을 도입했고, 한국은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했다. 그러니 일본이나 한국이나 베끼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청중들이 표정이 어색하다. 얼굴을 반쯤 돌리고 나를 응시한다. 나는 이제부터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여 세계 최초의 신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언짢은 얼굴로 듣고 있던 대기업 사장이 “한국이 우리에게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발표되지 않은 신제품 10개를 공개했다. 신제품의 개발 동기, 핵심 기술, 시장 전망에 관한 질문이 날아온다. 모두 친절하게.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예고편이 재미있어야 영화를 보러 오지 않는가? 강연 끝 부분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기업이 있으면 손을 들라고 했다. 6개의 기업에서 공동협력 연구기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동북아 경제권의 좋은 시범 사례가 될 것이니 한국 기업도 포함시켜 공동연구를 추진하자고 했다. 그러나 성사되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하려는 국내 기업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중국 진출은 대부분 실패할 것이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했다. 가격경쟁력으로는 중국을 당할 수 없으므로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기업 중에서 성공을 이룬 기업은 많지 않다. 오히려 큰 손해를 보고 공장을 포기한 채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나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산업의 발전 과정을 되돌아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성장 초기에 많은 해외 기업들이 사양 산업을 한국으로 이관했다. 노후 설비를 가지고, 낮은 임금을 노려 한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외국 기업은 국내 기업인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고, 얼마 버티지 못하고 철수했다. 우리와 경쟁에서 진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보는 중국인들의 관점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철저한 상품을 들고 중국에 들어와서 싸게 만든다. 그들도 강한 도전 의식을 갖게 된다. 들여다보니 별 것도 아니어서 별다른 거리낌 없이. 일전을 각오하고 따라 만들었더니 뜻밖에 별 저항 없이 자멸한다. 중국으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인들은 중국 기업인들의 집중적 주목을 받을 것이고 곧 경쟁의 표적이 될 것이다. 공장부지, 임금, 관리비의 차액만을 노리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머지않아 망할 것이다. 고유 기술과 첨단 공법으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기업의 진출도 모두 실패할 것이다. 우리도 과거에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 동북아 경제권 전략은 4·3·3 
동북아 경제권의 역할을 구상하는 첫 단계 작업은 한-중-일 동북아 3국의 공통 고민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받을 것을 생각하기 전에 중국과 일본에 줄 것부터 생각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동 표적의 명사수라고 생각한다. 근면성, 사명감, 철저한 개선 정신 등에서 다소 일본에 뒤진다 하더라도, 우리 민족은 창의성, 추진력, 신바람에서 장점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일본에게 줄 것이 있는 셈이다. 중국의 헝그리 정신과 가격경쟁력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중국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도입기술, 모방 제품, 저임금에 의존하는 산업 발전이 파멸의 종착역에 이른다는 사실을 경험한 지혜가 있다. 우리가 중국에게 전수해 줄 수 있는 비법이 많은 것이다. 나는 동북아 경제권을 동북아행 열차(NEB : North-Est-Bound)로 표현했다. 이 기차를 타면 좋은 일이 많은 것 같으니 빨리 타라는 뜻이다. 좋은 일은 무엇인가? 
일본 강연장에서 나는 일본의 프로축구 리그인 J리그의 예를 들어 한-중-일 3국의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J리그에서 가장 많은 쓰는 선수 포진 방식은 4·3·3 전법이라고 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낸 국가가 40%, 제조 기술을 제공한 나라가 30%, 마케팅을 담당한 나라가 30% 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자고 제안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기술력이 높은 일본, 자부심이 강한 중국이 이러한 제안에 선뜻 응할 리가 없다. 그러나 한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일본의 중견 기업, 중국의 신흥 기업과 협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하여 세계 시장에서 우리의 창의성을 증명하는 성공 사례를 10개쯤 보여주는 것이다. 동북아 경제권에서 한국의 역할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을 것 아닌가? 
동북아 경제권의 결성은 어느 한 국가가 먼저 제창한다고 해서 이루어질 사안이 아니다. 국가 지도자 간의 친분과 우정으로 성사될 일도 아니다. 줄 것이 있어야 하고, 상대방도 그것을 원해야 한다. 우리는 소문 없이 줄 것만을 준비해야 한다. 동북아 경제권의 주역이 되겠다는 구호도 자제해야 한다. 전쟁에서 작전 계획을 상대방에게 미리 알려 주는 경우가 있는가? 동북아 3국의 인구를 보면, 한국은 4천 8백만 명, 일본은 1억 2천만 명, 중국은 13억 명이다. 한-중-일 3국이 15억 명의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다. 좀 더 시야를 넓혀 화교 네트워크가 주도하고 있는 동남아 인구까지 계산해 넣는다면, 동아시아의 인구는 22억 명이다. 세계 인구 60억의 3분의 1이 넘는 인구가 실질적인 동북아 경제권의 규모인 것이다. 이 지역은 문화와 정서면에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지역이다. 한-중-일이 협력하여 만든 동북아 경제권은 북미자유시장, 유럽연합과 더불어 서로 협력하고 교류하고 기여하는 3대 경제권을 이룰 것이 틀림없다. 
4. 우리에겐 변혁의 힘이 있다 
실사구시 정신을 되살리자 
기업의 경영 철학을 가르치는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다. 맥그레거(Douglas McGregor) 교수는 미국 산업의 발달 과정을 X이론과 Y이론으로 설명했다. 아우치(William Ouchi) 교수는 일본이 자동차, 전자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휩쓸게 된 배경을 Z이론으로 설명했다. 이 과목이 나에게 가르쳐 준 지혜가 있다.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 고유의 독자적인 경영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제안한 것이‘W이론’이다. 세계적인 기업들도 발전의 배경을 보면 그 기업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경영 철학이 있었다. 포드 자동차의 헨리 포드 1세(Henry Ford I)는 최초로 컨베이어 시스템을 자동차 조립 공정에 도입하여 20세기의 양산 시대를 이끌었다. 제너럴 모터스(GM)사의 슬로언(Alfred P. Sloan) 회장은 세계 최초로 ‘경영 효율’ 개념을 업무 전반에 도입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웰치(Jack Welch)회장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회사를 경영 혁신을 통하여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재건하는 데 성공했다. 초일류 기업이 된 배경은 ‘1등 하는 기업만 남기고 모조리 없애 버리는’ 철저한 자부심 경영이었다. 모토롤라(Motorola)는 6시그마 운동으로 전 세계 기업에 품질관리 수준을 혁신적으로 올려 준 선두 기업으로 존경받고 있으며, 도요타(Toyota)사는 생산 효율을 대폭 향상시킨 간판 시스템이란 관리 철학을 전 세계에 전파했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하며 지내 왔나? 을사보호 조약 이후 지난 1세기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식민지 억압, 해방 후 혼란기, 한국전쟁, 전후 복구, 독재 정권과 민주화 운동 등 정신차릴 틈이 없었다. 전에 비해 형편이 좀 좋아지는 듯하던 지난 40여 년간 우리는 어떻게 지내 왔나? 통계 숫자에 집착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결과만을 내세우는 경제 성장에 전념해 왔다. 목표에만 집착해 왔기 때문에 배경, 여건, 과정의 요체가 무시되고 결과 위주의 호도 행위가 널리 퍼졌다. 미국의 경제 이론과 일본의 관리 기법 사이를 방황해 왔다. 자부심이 강한 우리 민족이 흥이 날 리가 없다. 지난 1세기의 혹독했던 고난과 시련이 우리를 혼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지난 3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우리 사업도 한국 고유의 경영 철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원래 우리 민족은 대단한 경영 철학의 소유자였다. 조선조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은 요즘 시대 어디에 내놓아도 대단한 경영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W이론에서 다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실사구시의 생산성. 둘째, 선조들의 과학기술문화에서 확신을 얻은 민족 창의성. 셋째, 기마 민족과 농경 민족이 어우러져 살며 경험한 민족 고유의 신바람 심성을 고유 경영철학 근간으로 키워 나갈 것. W이론에서 설명한 토끼와 거북 경주의 우화는 실사구시 정신을, 소-쥐-벌 비유에서 벌에 비유된 내용은 민족 창의성을, 사냥개와 사역견의 비유는 신바람 민족의 교유 특성을 묘사한 내용이다. 이제부터 우리 선조들의 과학기술문화에 나타난 실사구시 정신, 젊은 세대의 피에 흐르는 민족 창의성의 증거, 기마 민족의 신바람의 경험 사례들을 확인해 보자. 
5. 우리도 세계적인 지도자를 배출하자 
지도자의 덕목을 가르쳐야 한다 
국가에 긴급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가 간에 갈등 관계가 지속될 때, 우리 주변의 지도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때는 좌시하지 않겠다.” “상대국의 동태를 좀더 파악한 후 신중한 결정을 내리겠다.” 기업의 경우에도 비슷한 경영자가 많다. 해외 진출을 기획하는 자리에서 오랜 보고와 회의가 끝난 후 최고경영자가 말한다. “시장의 동향을 좀더 살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위험 부담이 있으니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확신이 설 때까지 좀 더 생각해 보자.” 
이처럼 결정을 미루는 사람들은 성장 과정에서 그들의 부모가 모든 결정을 대신해 주었거나, 자녀 교육에 무심한 부모 밑에서 자랐을 것이다. 이들은 주위로부터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판정되어 큰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내가 겪은 경험에 따르면 대부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의사 결정이란 무엇인가?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어떤 영화를 볼까 서로 물을 때 결정을 못 하고 되묻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 영화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들은 답답하기는 해도 큰 위험 부담은 없다. 
반면에 국가 사회 또는 기업의 책임을 맡은 사람이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되었을 경우에는 결정적인 손해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대 사안, 기업의 흥망이 걸린 사업은 항상 결단을 요구한다. 부모에게서 의사결정 능력을 교육받지 못한 사람은 사회 생활에서 결단의 순간을 피해 다니다 도태되거나, 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무책임한 사람으로 지목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가장 심각했던 의사결정은 무엇이었나를 물어 본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 입시 때 학과 선택이었다고 대답한다. 누가 최종 결정을 했느냐고 물어보면 부모, 형제, 교사, 학원 강사, 선배 또는 유망 직종을 알리는 신문 기사의 결정을 따랐다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은 국가 사회, 기업 경영에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의사결정 능력의 천금같은 예비훈련 경험을 놓쳐 버린 것이다. 
자녀가 장난감, 장신구, 문방구, 의복, 운동 기구를 사고 싶어할 때 대신 사다 주는 부모가 있다. 자녀들이 좋은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뺏은 것이다. ‘무엇부터 살까?’ ‘어떤 것을 살까?’ ‘얼마짜리를 살까?’ ‘더 싸게 파는 곳은 없을까?’ ‘누구에게 물어 볼까?’ ‘어느 것을 포기할까?’ 어릴 때는 장난감을 대신 사다주고, 학생이 되면 학원을 선택해 주고. 입시 원서를 쓸 때 학과를 선택해 준다. 이렇게 키우다 보니 부모는 대학을 졸업한 자식이 미덥지 못하다. 그래서 배우자까지 결정해주고, 예식장, 아파트, 혼수를 부모가 결정한다. 그러나 그렇게 자란 자녀는 배우자와 자녀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지 못할 것이다. 도대체 결정을 못 하는 것이다. 사회 진출 후에는 학벌에 상관없이 무능력자로 분류될 것이다. 
- 스스로 결정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사회 생활에서 지도자들이 담당하는 의사결정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둘째, 참고할 만한 과거 사례가 없다. 셋째, 잘못 판단하면 큰 피해를 본다. 이런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지도자이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지도자는 신망을 잃고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 여건의 제약도 있다. 
첫째, 중요한 의사결정일수록 다급한 상황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생각할 여유도 없고 자문을 청할 시간도, 대상도 없다. 위원회의 소집은 더더욱 안 된다. 둘째, 참고할 자료가 없다. 자료를 찾기도 힘들고 분석할 시간도 없다. 셋째, 직급이 높아질수록 외로운 결단을 내리는 일이 많아진다. 
이제부터 위원회를 소집하여 대소사의 결정을 의뢰하는 지도자는 크게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결단력이 없어서, 책임지기 싫어서 위원회에 묻는 것 아닌가? 의사결정 능력은 어릴 때부터 부모만이 가르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결정하는 훈련을 받은 자녀들은 평소에 불확실한 사안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고심해 보았던 자녀들이 평소에 사물을 판단하는 습성이 생길 것이다. 결정했던 일이 잘못되어 손해를 경험해 본 자녀들이 사전에 위험 부담을 감지하는 동물적 본능을 키울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기다려 주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 갈등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자녀의 모든 문제를 나서서 해결해 주는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남들에게는 자식 사랑이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니 좋은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죽으면 자식도 살아남지 못할 테니, 빛 좋은 개살구 아닌가?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일하는 경우에는 항상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을 경우, 가치관과 우선순위가 다를 경우, 그리고 취향과 습관이 다를 경우에도 갈등이 생긴다. 가정에서는 가족 간의 갈등이 있고 사회에 진출하면 동료 간, 직급 간, 부서 간 갈등이 상존한다. 국가 사회의 갈등, 국가 간의 갈등 내용은 더욱 중요하고 심각하다. 요즘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는 갈등의 내용을 열거해 보더라도 핵사찰, 종교 갈등, 영토 분쟁 등 국가 간의 갈등이 있다. 국내의 경우를 보면 노사분쟁, 성장·분배 우선순위, 환경·안전시설 위치 선정 등 거의 모든 사안이 갈등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부모도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자녀교육, 과외열풍, 사교육비 지출, 학과 선정 등등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에게 갈등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대립 속에서 일하는 능력, 대치 사태에서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능력은 어릴 때부터 몸에 익어야 하기 때문이다. 갈등에 익숙치 못한 자녀들은 쉽게 스트레스에 싸여 판단력을 잃을 것이다. 그들은 갈등을 해결해야 할 사안이 생기면 문제를 회피하거나, 문제 해결을 포기하는 길을 택할 것이다. 
위기 대처 능력은 특히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짐작하듯이 갈등 해소 능력은 성적, 학벌, 학위와는 전혀 무관한 능력이다. 아무 곳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사회에 진출하면 직급이 높을수록, 책임이 무거워질수록 더욱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인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부모만이 가르쳐 줄 수 있다. 
출처 : http://cafe.daum.net/morningpia
흥과 신명으로 일할 분야 찾고 소수의 편에 서길 두려워 말라
이면우교수(서울대 산업공학)는 학자 하면 으레 연상되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있다. 보디빌딩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지만 어깨에서 힘이 빠져있고 자유분방하다. 약간 벗겨진 머리에 어깨를 덮을락 말락한 장발머리,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한 은팔찌… 인터뷰 동안에도 기발한 유머로 기자를 어리둥절하게 하거나 배꼽을 잡고 웃게 했다(두발짝 앞서는 유머는 잘 못 알아들어서 어리둥절, 알아듣는 경우는 기발해서…). 인터뷰 중 걸려오는 전화에도 적당히 속어를 섞어 자유롭게 대꾸하는 모습에서도 그의 분방함과 끼는 넘쳐 흘렀다. 혹시 이런 끼는 교수사회에서 그를 왕따로 만들지는 않을까.
이같은 질문에 그는 주저없이 ‘맞다. 나는 왕따’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스스로 왕따가 되는 것이고 만성이 돼 상처로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그의 기발한 비유를 하나 소개해보자. 하물며 개도 종류별로 용도가 다르듯, 사람도 각자 자신의 갈 길이 다르다는 비유에서 그는 경주견 안내견 도사견 등등의 예를 들다 불쑥 3일간 사랑받는 접대견의 예를 덧붙였다. 유머감각이 딸리는 기자가 뜨아한 표정을 짓자 그는 명쾌하게 내질렀다. “복중 기호식품으로 반짝사랑을 받는 보신견 말입니다. 보신견!” 우리 교육의 문제점과 위기란 주제에 집중, 잔뜩 긴장하고 있던 기자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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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일하기보다 신나게 일하라
말이 난 김에 신바람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았다. 사실 오늘날 이면우교수를 대중적 스타로 부상시킨 것은 바로 신바람이 아니던가. 그는 지난해말 ‘생존의 W이론’(랜덤하우스 중앙 간)을 출간, 우리 사회의 위기를 헤쳐나갈 업그레이드 버전의 신바람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하하. 솔직히 신바람이론이란 것도 언론이 명명한 것인데요. 신바람이란 정확히 말하자면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제풀에 흥이 나서 일하는 동력을 가리키는 자발적 창의성이론이지요. 그런데 이것이 털도 안뽑고 터보엔진처럼 조직을 밀어붙이고, 조직원을 쥐어짜는 이론으로 잘못 해석된 측면이 있어요. 신바람은 결코 위에서 하달한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강요하는 구호가 아닙니다. 도요타, GE등 외국의 유명 성공사례만 이식해서는 결코 흥에 살고, 흥에 죽는 우리 민족의 신바람을 일으킬 수 없어요.” 
이교수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심지어 ‘음모론’까지 들먹이는 것도 바로 자신의 핵심역량을 개발할 길을 교육제도가 원천적으로 ‘봉쇄’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도 안한 종목으로 60만명이 한꺼번에 경쟁, 57만명이 도태하며 예선, 준결승전이 따로 없는 한줄서기 교육을 받게끔 강요하는 현재의 체제는 미래인재투자에 역행이 된다는 맹공격이다. 
“우리 민족은 농경민족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기마민족의 특성이 더 강합니다. 그런만큼 논리보다는 감정과 공감에 호소해야 신나게 일하지요. 억지로 시키면 겉으로 시늉만 낼 뿐 진심으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각자 자신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야를 찾도록 국가가 교육적으로 뒷받침하는 것, 그것이 개인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지요. 맹인견이나 도사견,그 종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숫자판을 물어오는 서커스견이 되라고 강요하면 신바람은 살아나기 힘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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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가 되길 두려워마라
이면우교수는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와 가능성을 믿는다. 진정으로 앞서는 것은 보이지 않는데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산업분야에서 보이는 제품을 만들면 벌써 한발짝 뒤지는 것입니다. 진로 선택에서도 마찬가지지요. 남이 잘나가는 것을 부러워해 그 분야를 선택한다면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요. 자신있게 소수의 입장에 설 수 있는 사람만이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습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명문대보다는 비명문대 출신이 오히려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것이 이교수의 생각이다. 명문대 출신은 자신이 손에 쥔 것을 잃을까 두려워 ‘잘해야 본전’이라며 도전을 미룬다. 반면에 비명문대 출신은 잃을게 없다는 점에서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 명문대 병과 아울러 요즘 불고 있는 유망학과, 유망직업에 몰리는 세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는다. 유망 트렌드는 보이지 않는 데 있으며, 결국 자신의 흥과 신명에 바탕하지 않는 선택은 유행에 불과하다고 보아서이다.
“과거 산업화 사회는 명문대에서 대기업, 그리고 성공적 삶이 자동적으로 연계되는 시스템이었지요. 한번 앞서면 다른 사람은 영원히 앞설 수 없는 1인승 에스컬레이터와 같았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우리도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의 문제점을 깨닫지 않았습니까. 남이 끌어주는 대로 따라가는 이식형 인재는 결코 환영받을 수 없습니다.”
그 역시 이공계 출신이고 이공계 교수이지만 이공계의 위기에 대해서도 따끔한 자기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 위기의 뿌리에 대한 이교수의 진단은 이렇다. 독자적 기술개발을 하지 않고, 검증된 이론을 도입하려는 편의주의적 발상이 2류이공계를 낳았고, 그것이 결국 오늘날 위기로 이어졌다는 것. 
“제가 학생들에게 제일 답답할 때가 시험범위 밖에서 문제냈다고 항의받을 때입니다. 제한된 범위내에서만 공부, 연결 종합 응용을 시도할 줄 모른다는 고백과도 같으니까요. 창의성을 가지면 소수의 편에 서더라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정의를 내리고,문제를 만들고 과거의 축적된 결과를 조사해보십시오. 정답을 맞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답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국가미래의 보루는 바로 창의력이고, 바로 그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의 일관공정 단계를 알아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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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라
이교수가 스스로 공개하는 별명은 정신파탄자다. 리포트를 한번 냈다 하면 80쪽 분량은 족히 써내게 하고, 학기중 퀴즈를 15차례, 숙제를 30차례씩이나 낸다고 학생들이 붙인 별명이다.
쉬운 강의, 간편한 평가의 단맛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불평불만을 털어놓으면 어떻게 할까. 그 응수역시 이면우교수답다. 자신의 논리를 설득하기 위해 일장 연설을 하기보다는 순순히 학생들의 말이 맞다고 1백% 수긍해준단다. 국제사회 지도자가 될 사람들이 쩨쩨하게 학점에 연연하면 되겠냐며. 그리고선 나는 냉정하게 평가할 테니 자네들은 학점에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덧붙인다.
“어떤 것을 좋아한다면 불이익을 감수하고, 싫어하면 절대로 하지 말라는게 제 좌우명입니다. 노력은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중 하나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자기가 감수해야 할 코스트는 없이 결실만 나누자고 요구한다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힘들지요. 상대방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으려 하면서, 받을 것만 일방적으로 요구한다면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습니까.”
그의 대학시절은 과연 어땠을까. 고교때 빙상반 스키반등 특기활동을 열심히 하는 덕에 성적이 반에서 14등에서 20등정도 했다는 그는 공부도 향학열보다는 구색맞추려는 자존심에서 했다고 밝힌다. 대학때 연애 등 각종 활동을 열심히 한 덕에 ‘학점’은 당연히 희생해야 했다고. (공과대학 전공과목에 F를 두개나 받아 스스로 교수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단다.)
“모두가 대통령보다 고수로 이야기하지만 구체적 실천에 있어서 자기 희생을 감수하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바로 주지는 않고, 받기만 하려는 이기주의때문에 한탕주의가 만연하는 것이지요.”
그가 이같은 한탕주의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것은 앞에서도 지적했듯 바로 우리 교육체제다. 손해란 것은 기본적으로 시행착오와 통하는데 정답 명중만을 요구하는 우리 교육체제가 자유로운 시행착오, 희생감수를 불가능하게끔 만든다고 보아서이다. 
“넘어지고 까지고 하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하면서 자전거 타는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겠습니까. 자기의 것은 터럭 하나조차 아까워하면서 타당한 것만 주장하려는 사고가 국제사회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하는 것이지요. 벌써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젊은이만이 미래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으로 인터뷰의 마침표를 찍었다.
출처 : http://cafe.daum.net/sulkang3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