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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신학/구약신학

아가서의 성경신학적 해석의 가능성들

박성일 목사


1. 알레고리적 접근 방식
 주전 100년경에 활동했던 유대교 랍비 아키바는 모든 성경 본문이 거룩하며 아가서는 그 가운데 ‘지성소’와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가서를 해석할 때 인간의 성 보다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성, 즉 왕과 연인의 관계를 하나님과 그의 선택받은 백성 이스라엘과의 관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아키바 이후 알레고리적 해석이 발달한다.

초기 유대교의 알레고리적 해석은 미쉬나, 탈무드, 탈굼에서 발견되는데 특히 탈굼에서는 알레고리적 관점에서 이스라엘의 역사와 아가서의 진행과정을 결부시켜 소개한다. 초대교회의 교부 가운데 오리게네스의 경우에는 신플라톤주의와 영지주의적 사상의 영향을 받아 영육이원론적 사고를 수용하여 본문의 의미를 표면적인 문자적 의미와 이면적인 영적 의미로 구분하였고, 아가서에 등장하는 신랑과 신부를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중심으로 해석했다.

종교개혁자들의 해석에서도 알레고리적 해석은 발견된다. 루터는 아가서를 이스라엘을 구원한 솔로몬의 찬양으로 이해하고자 했으며, 칼빈은 일부 구절(5:3)에 대한 표현을 회개의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17세기의 개혁주의 해석자들은 아가서의 역사주의적 알레고리 해석을 강조하는데 브라이트맨과 코케이우스는 아가서를 구속사적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19세기 이후 알레고리 해석은 새롭고도 다양한 접근들에 도전을 받아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녀의 사랑을 하나님과 그의 백성으로 보려는 일반적인 알레고리적 접근은 계속되고 있으며, 여전히 유용한 해석학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알레고리적 해석에 대한 반대의 입장도 있다.
첫째, 알레고리적 해석이 가지고 있는 플라톤 사상의 이원론적 영향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에게 거부당한다. 인간의 몸은 영혼과 함께 하나님의 형상으로 통일체를 이루기 때문에 몸과 영혼의 대립적 관계를 강조하는 플라톤주의의 이원론적 도식은 받아 들일 수 없다. 오히려 아가서에 나타나는 성은 인간에게 주어진 창조주의 선물임이 강조된다.
둘째, 성경이 하나님 혹은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묘사하기 위해 신랑과 신부의 은유를 사용하지만 직접적인 남녀의 성적 표현들을 그리스도 혹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묘사로 보는 태도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 실제로 신약의 기자들은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관계를 묘사할 때 결코 아가서를 인용하지 않는다.
셋째, 알레고리적 접근 방법은 지나친 주관적 해석에 빠질 수 있다. 이것은 알레고리적 해석의 역사를 살펴볼 때 쉽게 파악된다.
넷째, 고대 근동의 고고학적 자료의 발견은 아가서의 사랑의 노래들이 그 당시의 사랑의 노래들과 유사한 표현과 형식을 띄고 있음을 발견토록 해 주었다. 이제 아가서는 알레고리적으로 해석되기 보다는 오히려 문자적이고 자연적인 접근 방식으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다섯째, 현대 중동 지역의 관습들에 대한 경험은 아가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관점을 제시해 준다. 중동의 관습과 아가서와의 유사성이 부각되면서 관습에 의한 해석법이 등장하였다.

2. 드라마적 접근 방식
19세기 이후 드라마적 접근 방식이 널리 유행되었다. 이 해석에 의하면 아가서 본문에는  대화, 독백, 합창과 같은 요소들과 등장인물들을 배경으로 하는 일종의 드라마 형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학자들은 아가서는 인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한편의 드라마로 취급하고자 했다. 이 같은 견해는 아가서에 묘사되는 사랑을 솔로몬과 여인, 그리고 여인의 목적 연인간의 삼각 구도로 이해하며, 서로 간에 얽힌 사랑의 이야기를 편쳐 낸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드라마적 접근방식은 몇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아가서는 드라마로써의 구체적 형식을 갖추고 있지 않다. 둘째, 왕과 목자를 구분하고자 할 때 구분이 쉽지 않다. 셋째, 아가서를 사랑의 삼각구도로 볼 때 솔로몬은 사랑의 강탈자 혹은 유혹자로 전락할 위함이 있다.

3. 사랑의 시 또는 노래로 보는 접근 방식
이 입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으나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해석방법이다. 게레트는 아가서는 사랑의 시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는 아가서에서의 솔로몬은 시적인 상징체로서 모든 신랑을 상징하며, 솔로몬의 연인은 모든 신부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즉 아가서는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한 시 혹은 노래로 기록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아가서를 역사적 사건이 아닌 단지 상징적인 노래로 간주하는 태도는 본문의 역사성을 너무나 가볍게 취급한다는 단점이 있다.

4. 제의적 해석의 관점에서 보는 방식
미크는 아가서를 고대 근동의 바빌론 혹은 가나안 신화의 다산 제의와 관련된 문헌으로 이해한다. 가나안 신화에 등장하는 바알과 그의 연인의 신화의 특징은 다산제의와 매우 성적인 표현들을 드러낸다는 것인데 이것들과 아가서가 비슷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아가서에는 다산 제의와 관련된 주요 모티브들이 나타나지 않으며, 두 연인의 사랑이 다산과 연결되어 있다는 암시가 발견되지 않는다.

5. 장례식의 관점에서 보는 해석
 포프와 같은 학자들은 고대 근동의 장례식 때에 여자와 술과 노래로 축제가 벌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아가서의 원 배경을 이와 같은 장례식의 축제와 연결시킨다. 특히 8:6절의 표현(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투기는 음부같이 잔혹하며)에 집중하면서 이런 표현이 장례식과 관련이 있으며 아가서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열쇠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아가서가 죽음과는 관련이 없다고 본다.

6. 혼인식을 위한 본문으로 보는 해석
고대근동에서는 결혼식이 일주일씩 거행되었는데 그 때에 신랑과 신부는 왕과 왕비의 역할을 하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이것은 아가서의 원배경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는 것으로 보았다.또한 현대 시리아의 결혼 관습에 나타난 유사점들은 학자들로 하여금 이와 같은 해석에 더욱 무게를 실어준다.
그러나 아가서 전체 배경을 결혼식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에는 주로 회의적이다.

남녀의 사랑과 성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아가서는 많은 이들로부터 논쟁의 핵심이 되어 왔다. 비록 수세기 동안 아가서의 정경성을 정당화 하기 위해 알레고리적 접근 방식이 사용되어 왔지만 실제로 아가서의 정경적 구성은 아가서의 알레고리적 해석의 여지를 남겨 두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생의 기쁨 혹은 절망의 원천이 될 수 있는 남녀의 사랑과 성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특히 이 책이 성문서의 지혜 문헌 가운데 위치하고 있음은 그 중요성을 더해 준다. 다시 말해 아가서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인도하는 지혜로운 사랑의 지침을 마련해 준다.

성경은 남녀의 사랑과 성을 궁극적 가치로 여기지는 않지만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누려야 할 축복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가서는 아름답고 건강한 사랑으로 안내하는 하나의 지침으로써의 그 정경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