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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아동기 감정 경험의 중요성(1)

아동기 감정 경험의 중요성(1)
노승수 목사

마틴 E 샐리그만의 “무기력의 심리”라는 책의 핵심적 주제는 사람의 우울과 같은 정신적 질병이 일종의 학습의 결과라는 것이다. 최근 조사 연구에 의하면 사회가 더 발달하고 복지나 안락의 정도가 점점 더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왜 그럴까? 어쩜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이지만, 사회가 고도화 되면서, 점점 사회화된 규범들이 점증하고 그 사회의 일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일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 할아버지 때, 한 50년 전만해도 10대 후반, 20대 초반이면 하던 결혼이 지금은 매우 어린애들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 만큼 사회가 고도화 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러니 학습의 과정에서 지속적인 실패의 경험이 무기력을 만들어내고 우울의 정서를 형성하는 것은 어쩜 자연스런 현상일지 모른다. 

예컨대, 코끼리를 길들일 때, 어린 코끼리를 자기가 뽑을 수 없는 큰 나무에 묶어서 일주일정도 두면, 그 다음엔 조그만 말뚝에 묶어두어도 그 말뚝을 뽑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실험으로 조그만 유리병에 벼룩을 넣고, 위에 유리를 덮어두면, 벼룩은 보통 자기키의 1m의 높이도 거뜬히 뛰어오르지만, 반복되는 고통이 결국 유리병 높이 아래로만 뛰어 오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짐승들이니까 그렇지 사람이 그럴까?”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사람의 예를 한 번 들어 보자. 어린 시절에 엄마로부터 반복적으로 거절을 경험한 경우, 성인이 되어 결혼 한 후에, 남편의 계속된 친절과 보살핌과 격려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신체적 고단함이나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사소한 표정의 변화를 자신에 대한 거절로 해석한다. 

유아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신뢰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경우,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불신하게 된다. 그런데 단순히 불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불신과 외로움 사이를 오고는 패턴을 보이는데, 주변의 사람과 급속도로 친밀감을 형성하고 친밀한 행동을 하다가 상대에게서 발견되는 행동이나 언어상의 불일치에 금방 불신의 감정이 일어나 그 사람을 떠나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야단을 많이 맞은 경우, 야단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그의 행동은 늘 조심스럽고 우유부단하며, 눈치를 보고, 제때에 보고하지 못하고,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일을 쥐고 있다가 시기를 놓치는 일을 반복한다. 이 때, 상급자는 이런 부하 직원을 야단치고 싶은 정서적 압력을 받게 된다. 결국 야단을 맞고,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런 감정들은 모두 학습된 것들이다. 다만 자신의 감정이 실제의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정서는 우리의 합리적 사고에도 영향을 미쳐서 실제로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힘들게 한다. 보통 이런 정서들은 7세 이전에 형성되고 7세 이전에 반복되는 정서적 중요인물 곧 부모나 조부모 등의 반응에 의해서 형성된다. 특히 이시기는 스스로 판단이나 방어가 거의 안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결정적 중요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정서적으로 건강한 부모 밑에서 건강한 양육을 받는 것은 일생의 닥칠 역경을 헤쳐 나가는 자원이 된다. 이 시기의 영유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의 주입이 아니라 건강한 정서를 형성할 상호작용 가능한 대상이다. 얼마 전 외국의 모 기관이 아이들의 유아용 학습 비디오를 많이 시청한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어휘력이 더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내어 놓았다. 실제로 이 시기에 장시간 유아용 비디오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정서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지식의 주입이 아니라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실례이다. 

정신적 질병의 증가와 범죄의 흉폭화, 엽기화, 저년령화는 어린 시절 돌봄과 사랑과 격려를 받지 못한데서 비롯된다. 소득 수준의 증가와 사회 보장 제도의 보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예전보다 그 보장성이 훨씬 낮다 왜? 예전엔 소득 수준은 낮았는지는 몰라도 씨족 공동체의 일가친지들의 돌봄과 비교적 여유 있고 넉넉한 인심과 자연환경이 아이들의 심성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랑과 배려 있는 보살핌만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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