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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아동기 감정 경험의 중요성(2)

아동기 감정 경험의 중요성(2)
노승수 목사

아동기 경험의 중요성은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경험이다. 로렌츠의 각인이론에서도 초기 경험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는데, 예컨대, 닭이나 오리 같은 조류들은 태어나서 처음 각인한 개체를 어미로 인식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아동기 경험은 아동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가운데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한 충분한 인지 능력이 발달하기 전의 경험이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경험들이 한 사람의 일생의 성격적 특성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비난을 많이 받은 사람의 경우, 자신은 비난하는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한다. 그런데, 자신이 실제로 부모가 되었을 때는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하는 경우를 우리 스스로 심심치 않게 확인하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아동기의 아동은 부모에 비해 약자이며 동시에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그런 부모의 사랑에 의존해 있는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일을 불가능하고, 따라서 부모의 비난을 어떤 방식으로는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흔히 스톡홀름 신드롬으로 알려진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랑하게 되는 현상 역시 이런 정서적 환경에서 생긴 것이다. 동시에 부모의 비난에 대해 적절한 반발심과 미움을 형성하였다 하더라도, 부모의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부모처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부모에 대해서 갖는 아이 스스로의 감정은 부모의 행동을 마음속으로 비난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아동은 이러한 자신의 심리, 정서적 패턴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 아동이 성인이 되고, 정서적 강자의 위치에 서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자신이 그렇게 미워하던 아버지의 비난을 스스로 자신의 자녀에게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이것을 흔히 공격자와의 동일시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각인된 경험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고치기 어려운 이유는 이 행동이 의식적이지 않고 무의식적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식 안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자신의 내면에 미움을 억압하거나 혹은 충분히 미움을 표현해야 하는데 제대로 미워할 수 없었던 경우, 사랑과 미움의 양가적 감정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지지 못했던 경우, 이런 감정들은 무의식으로 내려가게 되고, 본인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 자신의 공격성이 드러나게 된다. 특히 학령기 아동들을 가르치면서,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부모들은 자신 안에 내재된 폭력성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흔히 ‘자기 아이는 부모가 가르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있어서 가장 훌륭하고 모델적인 선생님은 부모이다. 오늘날 현대 한국 사회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의 교육을 절대적 시간을 놀이방이나 보모, 유치원, 학원 등에 맡겨 버린다. 6세 이전의 아동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이 아니라 부모가 나에게 안전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이런 정서적 안정감을 얻은 아이는 매사에 자신감이 있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낙천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 시기에 적절한 부모의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할 경우, 아이들은 일생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정서와 싸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