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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안식년제도

안식년제도

개혁파 목사의 성경해석이란 클럽에 안식년 제도에 관한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사실 이 안식년 제도는 역사가 오래지 않습니다.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경실련과 헨리 조지 관련 단체에서 1987년 경부터 이야기 하기 시작한 제도입니다. 근데 20년이 안되어서 전국적으로 확산이 된 거 같습니다. 물론 외국의 사레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랬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휴식 제도로 안식년 제도를 이해한 것입니다. 토지의 휴식을 사람에게 적용해서 선교사들이나 목회자들이 6년을 일하고 1년을 쉬는 것이죠. 나중에 형편에 따라 여러 형태가 등장했고, 일반 교수 사회에서도 연구년이라는 형태로 도입이 되게 됩니다. 그럼 과연 '안식년 제도'의 이 시대의 적용이 성경의 원래의 의미를 살리면서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일가요? 일단은 안식년 제도는 이미 폐지된 제도이고 구약의 안식년과 지금 우리 시대의 안식년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겠습니다. 제가 살펴보려는 바는 과연 적용적인 측면에서 타당한가? 입니다.

우선 이 안식년이 '면제년'이라고 불린다는 점입니다. 뭘 면제할까요? '셰밋타'는 구약에서 6회 사용되었는데 모두 빚의 면제, 즉, 채무자를 빚에서 해방시켜주는 관한 용례에서 사용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안식년은 노동을 쉼을 의미하는 의미가 근본적인 의미가 아니라 채무의 종식과 영구적인 경제 불평등을 막는 일종의 구약적 워크아웃 제도 내지 신용 회복 프로그램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본문을 통해서 의미를 좀 더 분명히 드러내 봅시다. "삼가 너는 마음에 악한 생각을 품지 말라 곧 이르기를 일곱째 해 면제년이 가까이 왔다 하고 네 궁핍한 형제를 악한 눈으로 바라보며 아무것도 주지 아니하면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리니 그것이 네게 죄가 되리라"(신 15:9) 여기서 면제년은 안식년을 가리킨다는 점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근데 이 권면에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안식년이라고 궁핍한 형제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이 악하다고 규정합니다. 이게 무슨 소릴까요? 의미는 이렇습니다. 매 칠년 안식년에 경작을 금지함은 토지의 휴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자들을 위해서 그들이 면제년을 당해서 돈과 곡식이 없음으로 다시 종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둔 사회 안전망인 것입니다. 즉, 주인들의 경작은 금했지만, 가난한 자들은 누구라도 토지에서 나오는 소산을 먹고 이듬해 경제적 불평등에서 자유할 여지를 주는 제도라는 말입니다. 정리하자면, 안식년에 쉬는 토지의 소산은 가난한 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이고 그 면제년이라고 하더라도 가난한 자들을 위해 구제를 하지 않으면 그것이 죄가 된다는 말입니다. 즉, 안식년을 이유로 구제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뜻임으로 안식년 자체가 바로 이 구체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뜻입니다.

다른 구절을 살펴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일곱째 해에는 갈지 말고 묵혀두어서 네 백성의 가난한 자들이 먹게 하라 그 남은 것은 들짐승이 먹으리라 네 포도원과 감람원도 그리할지니라(출 23:11)" 그리고 이 안식년이 일곱번이 겹치면 '희년'이 됩니다. 희년의 정신은 아시는대로 토지가 원래 지파 조상에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는 주님께서 인용하신 이사야 본문처럼 구원의 해방을 상징하는 구약적 예표이기도 합니다.

신명기 15장에서도 매 칠 년 끝에 면제하라는 것을 분명하게 합니다. 즉 안식년은 히브리인으로서 종이 된 자가 자유케 되는 신용회복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이 절차는 애굽에 종되었던 때를 기억하면서 압제에서 건지신 하나님의 경륜을 백성으로 기억케 함입니다(출 23:9-11).

그런데 오늘날 안식년은 어떻습니까? 담임목사나 선교사의 전유물입니다. 같은 교역자인데 부교역자에겐 해당이 안되죠. 성경의 안식년은 가난한 자를 경제적 불평등에서 해방하며 그로 인해 하나님의 구원을 기억케 함인데, 작금의 안식년은 귀족들의 한가로운 휴가 개념이 되었습니다. 뭐 제가 휴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많은 노동을 합니다. 휴가와 쉼이 필요합니다. 그게 필요없다는 소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것과 별개로 성경에서 안식년의 개념을 가지고 와서 성경과 정반대되는 오늘날의 풍토를 보고 있자니 헛움음이 나와서 말이지요.

아마도 그냥 휴가를 1년 보내겠다 하면 반발이 심해서 겠지요? 안식년 보낸다하면 성경의 원리대로 뭔가 실천하는 것 같은 당위와 명분이 생기니 성경의 원리를 모르는 교인들이 잘 반대하지 않지요.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어떤 노동자들도 1개월 3개월 6개월 1년의 휴가를 가지는 노동자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담임목사들 중 상당수는 출퇴근도 자유롭게 하지요. 제대로 출근도 안하고 말이지요. 새벽기도를 이유로 댑니다만, 성도들도 새벽예배 마치고 출근하죠.

암튼 저는 안식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