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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예배와 노동, 그리고 이웃 사랑

예배와 노동, 그리고 이웃 사랑

 

출애굽기 9:1의 "그들이 나를 섬길 것이니라"의 원어는 עָבַד로 섬긴다는 뜻으로 예배한다는 문맥에서 사용된다. 이 단어와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로 출애굽기 1:14의 "노동"으로 번역되며 원어는 עַבֹדָה로 예배와 동일한 어원에서 나왔다.

그래서 예로부터 베네딕트 수도회 수사들은 '노동하는 것이 기도요, 기도가 곧 노동이다'라는 생각했다. 바울의 파루시아에 대한 설교를 3주밖에 못들었던 데살로니가 교인들은 노동을 그치고 기도와 예배만 하려 했고 이에 대해서 바울은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살후 3:10)고 권면 했다.

 

우리 예배는 우리 노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데살로니가 교인과 같이 세상에서 분리되기를 원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공산주의자들처럼 영적인 것을 육적인 것으로 환원하는 자들도 존재한다.

 

예컨대,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그들이 공동 집필한 "거룩한 가족"에서 계급을 노동자 농민 부르주아로 구분하고 노동자 농민의 가족만이 거룩한 가족이라 단정하고 "노동이 기도요, 공장이 교회다"라 선언해버린다.

 

그러나 노동이 신성한 것은 그것이 이웃에게 봉사하기 때문이며 이웃과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기 때문이다. 삼위하나님께서 창조와 섭리의 사역을 거룩한 의논을 통해서 이루시는 것처럼 우리의 노동도 그런 거룩한 협업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5:17)는 주님의 말씀은 요한복음의 문맥에서 사람을 구원하시는 일이 안식일에도 이뤄지고 있음을 설명하시는 말씀이다. 이 창조된 세상에서 끊임없이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재창조와 구원의 일로 삼위하나님은 거룩한 의논 속에서 협업하고 계시다.

 

우리의 노동은 적극적인 이웃 사랑이다. 성경에서 노동과 예배가 같은 어원을 가진 이유이다. 사마리아 인의 이웃 사랑을 예수께서 성전 봉사자들인 레위인과 제사장과 빗대어 비교하신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의 성전 봉사와 예배가 결코 이웃의 고통을 등한히 하는 태도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말이다.

 

누가복음 10장의 이 본문은 율법교사가 "영생"을 얻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면서 율법의 해석을 물으셨고 교사는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였나이다"(눅 10:27) 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서 우리 주님은 "네 대답이 옳도다 이를 행하라 그러면 살리라"(눅 10:28)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네 이웃이 누구냐"는 율법 교사의 되물음에 이 비유를 들어 답하셨고 결국 십계명의 전반부 4계명은 후반부 6계명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다. 주님은 다른 곳에서 예배를 빌미로 부모 공경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유대인들의 행위를 질타하셨다(막 7:10-12).

 

이처럼 이웃 사랑은 노동이자 수고며 이는 예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우리 구원과도 결부되어 있다. 노동이 가족의 생계만 책임지면 그것은 맑스주의자들의 "거룩한 봉사"에 불과하다. 노동은 가족뿐만 아니라 더 넓게 교회와 이웃 그리고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봉사 곧 예배로 이어져야 한다.

 

요즘 한국교회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대면 예배를 강행함으로 실제로 이웃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는 마치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제사장과 레위인의 태도 같으며 이 비유의 문맥으로 볼 때 이들은 "영생"에서 거리가 멀다. 예배는 성스럽고 노동은 세속적이라는 이원론을 버려야 하며 노동만이 진정한 거룩이라는 맑스주의적 사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영어권에서 공적 예배를 표현할 때, worship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service라는 표현을 쓰는 데는 예배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가장 구체적 표현이라는 점을 함의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 후 첫 명령이었던 문화 명령은 노동의 명령이자 예배의 명령이었다.

 

출 9:1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바로에게 들어가서 그에게 이르라 히브리 사람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내 백성을 보내라 [그들이 나를 섬길 것이니라]
출 1:14 어려운 [노동으로] 그들의 생활을 괴롭게 하니 곧 흙 이기기와 벽돌 굽기와 농사의 여러 가지 일이라 그 시키는 일이 모두 엄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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