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그/목회칼럼

일라이(The Book of Eli)

최근에 일라이(2010)라는 영화를 우연히 IPTV에서 봤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본 영화였는데, 성경을 다루고 있더군요. 2043년 지구는 핵전쟁으로 인해 황폐화 되고 문명은 사라집니다. 그 중에 몇몇이 살아 남았지만 문명은 사라지고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도 나이가 많은 몇몇에 불과 합니다. 세상은 무법 천지가 되고 약육강식의 세상이 되고 맙니다. 강도나 도덕질과 살인은 예사로 이루어지는 세상이 됩니다. 
이 때 일라이(덴젤 워싱턴 분)이 하나님께 계시를 받아서 세상에서 사라진 성경을 가지고 동쪽으로 여행을 하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가 나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가 성경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라이는 매일 걸어서 동쪽으로 여행을 하나가 어느 마을에 다다릅니다. 그 마을에는 한 명의 지도자(게리 올드만 분)가 있는데, 이 지도자는 성경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라이가 성경을 가지고 동쪽으로 가는 이유와는 정반대의 이유로 성경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 지도자는 성경을 가지고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을 얻기 위해서 성경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는 영화속에서 파시시트로 묘사됩니다. 그의 광기는 히틀러의 광기와 닮아 있습니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여전히 지배를 꿈꾸는 이 아이러니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성경에서 답을 구하고 있으면서 전혀 우리 현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대 교회의 기독교인들이 떠오른 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성경은 그들에게 권력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얻기 위해서 폭력과 살인을 너무도 쉽게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일라이 역시 성경을 지키기 위해서 폭력을 사용함에 있어서 사실 이 지도자와 근본적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광기라는 점에서 사실 일라이와 이 지도자는 같은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명과 대비되는 반문명의 어둠은 동쪽의 문명의 도시와 대비를 이룹니다. 또 이 일라이의 여정은 마치 존 번연의 천로역정에 대한 현대적 풀이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일라이의 여행은 성경을 지키는 여행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성경을 잃어버렸을 때 진정한 성경을 얻게 됩니다. 신앙의 광기는 몰지식화된 생명없는 회색빛 도시로 상징화 됩니다. 그들의 광기어린 권력의 욕구와 욕망에 대한 집착 성경을 가까이 하는 일라이지만 그 역시 이런 세상 속에서 다를 바 없는 잔혹하고 냉정한 삶을 삽니다. 그 누구의 삶에도 간섭하지 않습니다. 약자가 약탈을 당할 때도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 외면하던 그가 그 마을의 눈 먼 여인의 딸을 도우는 과정에서 일라이는 성경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실천하는 삶을 생각하게 됩니다. 즉, 밀라쿠니스를 구하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생명과 성경을 포기하는 결단을 하게 됩니다. 그의 이 결단은 성경으로부터 나오는 빛이요 그것은 샌프란시스코의 문명의 빛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국 자신을 희생하게 되지요. 성경은 빼앗기고 일라이는 다시 걸어서 동쪽의 샌프란시스코 근처의 문명의 도시에 다다릅니다. 이 과정에 그 눈 먼 여인의 딸의 도움이 크지요. 영화의 반전은 그의 끝 부분에 등장하는데, 이 마을의 지도자는 성경을 얻고 득의양양합니다. 시건장치로 잠긴 성경을 어렵게 열었는데, 그 성경은 장님들이 보는 점자 성경이었던 것입니다. 아니러니 하게도 일라이는 장님이었고 그는 매일 성경을 묵상하고 읽는 과정을 통해서 KJV의 성경을 통째로 암기하고 그 문명의 도시에 성경을 전달합니다. 눈 뜬 자는 읽지 못하고 눈 먼자는 읽는 아이러니, 권력과 힘을 위해서 성경을 찾는 자와 이웃을 돌보고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성경을 찾는 자가 묘하게 대비가 됩니다. 
이 영화의 원 제목은 The Book of Eli로 일라이 그 자신보다 일라이가 전하려던 책 곧 성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라이'라는 영어 번역이 익숙치 않지만 이는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일라이의 한글성경의 번역어는 '엘리'입니다. 사무엘 시대의 사사였던 '엘리' 제사장, 그는 영적으로 몹시 어두웠던 사람입니다. 결국 그 아들의 죄악으로 그 집안의 제사장의 직분이 사독 가문으로 넘어가게 되는 결정적 사람이기도 합니다. 극중 일라이의 눈 먼 장님이란 사실은 극의 마지막의 반전으로 등장하지만 이는 의미 심장한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는 성경에 익숙한 사람이었지만 성경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약의 '엘리' 제사장을 닮았습니다. 그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의 불의와 죄악을 보면서도 상관치 않는 엘리 제사장과 불의를 보고도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말을 되뇌이는 일라이는 기묘하게 오버랩이 되고 있습니다. 이 둘은 모두 성경을 가졌으나 성경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장님이었습니다. 동시에 신약성경에서 '일라이'는 구약의 음역으로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소리지르셨던 '엘리 엘리 나마 사박다니'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는 말로 여기서 '일라이'는 '나의 하나님'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이 뜻으로서 '일라이'는 '일라이'가 성경을 지키고 다른 사람의 삶에 관계하지 않는 것에서 눈 먼 여인의 딸을 도우면서 생명처럼 지키던 성경을 포기함으로 성경의 정신을 실현하는 점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정신 곧 나의 하나님께 버림받을지라도 구속을 성취하는 정신과 닮아 있습니다. 사실 영화의 포스터는 영화의 상징성을 그대로 담기 마련입니다 위의 포스터에서 무엇이 느껴집니까? 경건히 기도하는 기도자의 모습과 등에 칼(총)을 꽂은 무사의 모습, 주인을 섬기는 종의 모습이 묘하게 뒤엉켜 있습니다. '일라이'라는 이름은 이런 이중성을 묘하게 담아 내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이 가진 어떤 상징성을 작가와 감독이 취했을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아마도 이 이중적 의미를 취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알버트와 알렌 휴즈가 감독을 했는데, 아마도 이 두 사람은 성이 같은 것으로 보아 형제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미국에선 꽤 유명한 흑인 영화 감독이고 쌍둥이 형제라는군요. 12살때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답니다. 각본은 데뷰작가인데, 게리 휘커라고 PC Gamer라는 잡지의 편집인이었다는 군요. 영화 속에 조연으로 나오는 눈 먼 여인의 딸은 크리스마스면 무한 반복 재생되는<나 홀로 집에>씨리즈의 맥컬리 컬킨의 여자 친구랍니다. 이름은 밀라쿠니스군요. 이름은 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과거 멜깁슨이 주연했던 매드맥스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회색빛 세상과 그 회색빛 세상을 만드는 인간의 권력에 대한 욕망, 그러나 세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권력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과 헌신, 일라이는 성경을 다 외우고 난 후에야 이 진리를 깨닫습니다.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영화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