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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전적 부패

전적 부패(total depravity)는 근본적 부패(radical corruption)내지1) 온 데 퍼진 부패(pervasive depravity)라고 불린다2). 전적 부패는 우리 부패의 심도(degree)가 심각한 상태여서 선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상태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 표현은 심도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범위"에 대한 표현이다. 물론, 선을 행할 수 없는 상태로서 "전적 부패"라는 말이 성립하려면, 이 때 정의되는 "선"은 "구원에 공로로 유효한 선"이라는 의미며 이런 의미로는 우리는 "무능력한 상태"가 맞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이것은 부패의 심도에 대한 진술이 아니다. 이웃을 사랑할 수 없다거나 이웃의 선행에 찬탄과 감사를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녀를 사랑할 수 없다거나 거액의 기부나 돌봄의 실천을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3).

모든 자연인은 WCF.19.6.에서 말하는 내용을 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을 살짝 고쳐서 써보면, 이 타락한 불신자들은 율법을 듣고서 다음의 것을 할 수 있다.

(1) 생활 지침으로서 그들에게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또는 그들의 책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에 준하여 그들은 가르침을 받으며, 또 제재도 받을 수 있다.(고전 7:19, 시 119:4-6, 롬 7:12,22,25, 갈 5:14,16,18-23)
(2) 그들로 하여금 그들의 성품과 심령과 생활이 죄악으로 더러워진 사실을 발견할 수 있으며,(롬 3:20, 7:7)
(3) 그들은 율법에 의하여 자신을 점검함으로 더욱 죄책을 느껴 겸손해지며, 또한 죄에 대한 증오감(憎惡感)을 가지게 되며,(롬 7:9,14,24, 약 1:23-25)
(4) 따라서 그들이 그리스도를 절실히 요구하게 되고, 또한 그의 온전하신 순종을 대신 속죄의 의(義)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갈 3:24, 롬 7:24-25,8:3-4)

위의 4가지 항목은 거듭난 자의 고유한 특징이 아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은총의 결과며 이 자체가 하나님이 만족하실만한 것이 아니다.

이는 마치 방금 막 딴 생수병에 떨어뜨린 오염수 한 방울처럼 이 생수는 청소용으로는 적합하나 음용수로는 부적합한 것과 같다. 사람도 먹지 못할 물을 하나님께 드릴 수 없지 않나? 그처럼 우리 오염된 본성에서 나오는 행위는 우리 죄를 대속하기에 전혀 효력이 없다. 그런 점에서 무능하다. 불신자들이 율법에 반응해서 보이는 이런 행위는 거듭남의 표지가 아니라 "청소중"의 표지다. 일반 은총의 일부이며 그리스도의 속죄의 피가 덮히지 않은 어떤 행위도 하나님이 받으실만하지 않다.

교회로부터 선포되는 율법은 이렇게 우리로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준비하는 기능을 한다. 이 지점에서 신자와 불신자, 택자와 불택자가 갈리는데 신자와 택자는 그리스도께로 인도되며, 불신자와 불택자는 완악해지고 강퍅해진다. 여기에는 마태복음 13장의 길가 밭 외에 돌짝 밭과 가시 밭을 포함한다. 이들은 말씀을 기쁘게 받기도 하며 말씀을 들으나 세상의 염려나 재물의 유혹으로 기운이 막혀 결실치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예수님 가르치신 천국 복음 어디에도 택자만 복음에 반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불택자들도 반응하며 기쁨으로 받기도 하고 뿌리를 내려 자라기까지 한다. 종래에 기운이 막히거나 뿌리가 없음으로 결실치는 못하나 부패한 죄인이라고 무반응이지 않다. 무능력은 우리 구원을 이루기 위한 선을 이루기에 무능력이라는 전제를 확실히 기억해야 한다.

이들이 말씀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로 "전적 타락"을 생각하는 신학을 흔히 하이퍼칼빈주의라고 부른다. 오히려 그들에게 묻고 싶다. 하나님의 창조물인 인간이 선악과 따먹은 일로 그렇게 완전히 망가져 기초적인 도덕적 기능조차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만드신 창조주를 높이는 일인가? 그가 우리에게 주신 율법은 인간의 마음에 자기 죄를 깨닫는 정도의 영향도 못미칠 정도로 무기력하다고 믿는 것이 율법을 주신 하나님께 당신들이 돌려드릴 영광인가? 드린다는 영광이 고작 율법을 듣고 무능을 핑계삼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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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 C. Sproul, "TULIP and Reformed Theology: Total Depravity", (March 25, 2017).
2) Anthony A. Hoekema, Imago of God, 150.
3) Louis Berkhof, Systematic Theology, 270-271.
벌콥은 전적부패가 의미하지 않는 바를 이렇게 정의한다.
1) 모든 인간이 그 가능성에 있어서 철저하게 타락했다는 의미는 아니며,
2)죄인에게 하나님의 뜻에 관한 내적인 지식, 또는 선과 악을 분별하는 양심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며,
3) 죄인이 종종 다른 사람 안에 나타난 덕스러운 행위나 성격을 칭송하지 않는다거나 이웃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심 없는 애정과 의지를 표현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4) 모든 거듭나지 않은 인간이 생득적인 죄악성 때문에 온갖 유형의 죄에 빠진다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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