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유문 (春香遺文)
서정주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예요?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예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가 되어 퍼부을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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