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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자료실/인문학자료

당당히 빈손을

당당히 빈손을
                                        신경림

버렸던 것을 되찾는 기쁨을 나는 안다.
이십년 전 삼십년 전에 걷던 길을
걷고 또 걷는 것도 그래서이리.
고목나무와 바위틈에 내가 버렸던 것 숨어 있으면
반갑다 주워서 차곡차곡 몸에 지니고.

하지만 나는 저세상 가서 그분 앞에 서면
당당히 빈손을 내보일 테야.
돌아오는 길에 그것들을 다시 차창 밖으로 던져버렸으니까.
찾았던 것들을 다시 버리는 기쁨은 더욱 크니까.

사진관집 이층, 신경림 시집, 창비,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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