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직신학/신학서론

칼뱅의 성경 해석의 특징

칼뱅의 성경 해석의 특징
우병훈 목사
칼뱅의 성경 해석에 대한 두 가지 견해가 있다. 하나는 한스 요아킴 크라우스(Hans Joachim Kraus)로 대표되는 “중세와의 단절설”이며, 다른 하나는 앙리 스트롤(Henri Strohl)로 대표되는 “중세와의 연속설”이다.
크라우스는 칼뱅의 성경 해석은 현대 성경 해석의 윤곽을 미리 보여주는 것으로서, 중세적 잔재를 벗어버렸다고 하였다. 그는 주로 칼뱅의 『로마서 주석』 서문이나, 『기독교강요』를 중심으로 살펴서 그런 해석을 내놓았다.
스트롤은 그에 반하여 칼뱅의 성경 해석은 중세 성경 해석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중세로의 복귀를 보여준다고 했다.
이 두 견해 가운데 크라우스의 견해가 보다 지배적이며, 학계에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리처드 멀러 교수는 양 진영을 모두 비판한다. 그는 칼뱅의 주석들을 구체적으로 비교하면서, 칼뱅이 중세의 사중적 해석을 그대로 가져오는 부분들을 찾아낸다. 따라서 크라우스의 견해는 옳지 않다. 칼뱅의 성경 해석은 중세와 연속성을 지닌다. 특히 칼뱅은 중세의 사중적 성경 해석이 지니는 종말론적 특성을 잘 발전시켰다.
[참고로, 사중적 성경해석은 문자적, 알레고리적, 도덕적, 종말론적 해석을 말한다. 보다 풀어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1) 역사적 과거를 중시하는 문자적 해석(ex. 예루살렘=옛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
2) 교회론적이고 기독론적 적용을 강조하는 알레고리적 해석(ex. 예루살렘=신약의 교회),
3) 현재의 실천을 중시하는 도덕적 해석(ex. 예루살렘=오늘날 우리가 다니는 교회),
4) 미래의 완성을 지향하는 종말론적 해석(ex. 예루살렘=완성될 천국 즉, 새 하늘과 새 땅)을 말한다.
이를 보건대, 보통의 편견들과는 달리 중세적 해석이 얼마나 역사적이며 종말론적인지 알 수 있다.]
알레고리적 해석을 사용한 것은 비단 칼뱅뿐 아니라, 다른 종교개혁자들 가령 루터와 외콜람파디우스와 멜랑히톤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은 교회를 위한 말씀이어야 함을 강조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참고로, 교부들의 성경 해석에서 알레고리적 특징이 두드러진 곳은 거의 대개가 기독론적 강조 때문이었다. 즉 성경은 전체가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해석되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알레고리를 사용해서라도 그렇게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멀러 교수는 또한 스트롤의 견해 역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칼뱅의 성경 해석은 문법적이고 역사적 성경 해석을 중세 성경 해석자들보다 훨씬 더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멀러 교수는 칼뱅 성경 해석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1) 칼뱅이 동시대 다른 성경 해석자들과 비교해서 간단 명료성(brevitas et facilitas)을 지향한 것은 사실이다.
(2) 칼뱅은 중세의 사중적 성경 해석을 적용한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약속-성취의 구도 속에서, 그리고 하나님 백성의 지속되는 역사 속에서 적용한다.
(3) 칼뱅은 문법적이고 역사적인 성경 해석을 보다 강조함으로써, 중세 사중적 해석이 지닌 약점을 보완하고, 지나친 알레고리를 피한다.
[참고문헌]
Richard A. Muller, “The Hermeneutics of Promise and Fulfillment in Calvin's Exegesis of the Old Testament Prophecies of the Kingdom,” in David Steinmetz, ed., The Bible in the Sixteenth Century (Durham, NC: Duke University Press, 1990), 6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