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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신학/신학서론

구약 예언의 4중적 성취 구조와 중세의 4중적 성경 해석

구약 예언의 4중적 성취 구조와 중세의 4중적 성경 해석
우병훈 목사
선지서의 예언은 크게 4중적인 성취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구약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의 성취입니다. 
구약 시대 구체적인 전쟁이나, 또는 바벨론 포로기에 대한 예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약에 종종 나오는 회복의 말씀은 바벨론 포로기가 끝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뜻합니다.
둘째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사역하신 것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구약의 모든 예언들의 궁극적인 성취자이십니다. 구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구원은 예수님의 지상 사역에서 많이 성취되었습니다.
셋째는 그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의 성취를 뜻할 수 있습니다.
구약 예언의 말씀이 과거의 역사와만 관련이 있다면 우리들에게 이 말씀은 은혜가 별로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구약 말씀은 오늘날 교회에 언제나 적용됩니다.
넷째로 예수님의 재림의 때를 가리킵니다. 
구약 예언서에 예언된 하나님의 구원은 최종적으로는 우리 주님께서 다시 오실 그때,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완성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교부 시대부터 성경에 대한 4중적 해석이 발전하였습니다.
이것은 그 이후 중세와 종교 개혁기 성경 학자들도 역시 사용하던 방법이었습니다.
그 4중적 해석이란, 성경의 문자적 의미, 풍유적 의미, 도덕적/영적 의미, 추구적/종말론적 의미입니다(literal, allegorical, spiritual, anagogical meaning).
오리게네스로부터 유래하고 중세에 더욱 정교해진 성경 해석학을 이렇게 라틴어로 된 6각시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Littera gesta docet, quid credas allegoria,
Moralis quid agas, quo tendas anagogia.
문자는 사실들을 가르치고, 알레고리는 네가 믿어야 하는 것을 가르친다.
도덕적 의미는 네가 행해야 하는 것을 가르치며, 추구적 의미는 네가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이 시는 어떤 사람은 리라의 니콜라스가 1330년경에 만들었다고 하나, 드롭너는 『교부학』(하성수 역, 224쪽)에서, 덴마크의 아우구스티누스(1282년 사망)가 이렇게 성경의 네 가지 의미를 가지고 시를 썼고, 그것을 요한 카시아누스가 자신의 글 『제도집』, 14.8에서 인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나고기아는 신비적 의미로 주로 번역되는데, 저는 추구적 의미, 종말론적 의미로 번역함이 차라리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성경의 문자적 의미, 풍유적 의미, 도덕적 의미, 추구적 의미를 두루 살피는 것이 교부/중세/종교개혁기의 성경 해석이었는데, 오늘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런 4중적 성경 해석이 구약 예언의 4중적 성취 구조와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서로 간에 영향 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
* 참고로 중세 성경 해석에 대해서는 앙리 드 뤼박이 쓴 시리즈가 가장 중요하고, 유명하지요.
Henri de Lubac, Medieval Exegesis (Continuum International Publishing Group, 2000).
이 시리즈의 I권의 제목은 The Four Senses of Scripture(성경의 네 가지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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