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기원에 해당하는 갑골문자는 사실 문자로서 기능했다기보다 점술로서 기원했다. 적어도 한자의 경우는 소통의 언어가 그 출발점이 아니라 제의의 언어가 그 출발점이다. 중국의 고대 왕조인 상과 은의 흔적이라고 해서 은허라고도 한다. 여기서 갑(甲)이란 거북의 배딱지(腹甲)를 의미하며 골(骨)이란 짐승의 앞다리와 만나는 어깨빼(獸骨)를 일컫는다.
이 견갑골이나 거북의 배딱지를 불어 구워서 그것이 갈라지는 방향을 보고 점을 친 것이다. 처음에는 순전히 점술로서만 기능하다가 후에 여기에 초기 문자라 할 수 있는 상형문자를 새기고 그것을 불에 던져 그것이 갈라지는 방향으로 하늘의 뜻을 묻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성경의 제사장의 예복에 등장하는 우림과 둠밈과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럼 왜 하필 거북의 배딱지를 하늘의 뜻을 묻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을까? 그것은 중국의 고대 홍수 신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태고에 하늘의 4개의 기둥이 무너져서 홍수가 나자 여와가 거북의 4개의 다리로 기둥을 삼고 거북의 등으로 하늘을 바치고 하늘에 물이 새는 것을 오색으로 빛나는 돌을 녹여 하늘의 구멍을 막았다고 한다.
고대인의 생각에 하늘은 땅에서 볼 때, 둥근 돔처럼 생겼고 그래서 거북의 등처럼 하늘이 생겼다고 믿었다. 창세기에도 하늘 위의 물과 아래 물이 나뉘고 홍수 시에 하늘의 문이 열려 물이 쏟아진 것을 그린 것처럼 하늘에 물이 가득하다고 믿었다. 그 흔적을 지금도 찾아 볼 수 있는데 바로 은하수다. 하늘에 강의 흐른다고 믿은 것이다. 하늘이 4개의 기둥에 의해 받쳐지고 있다고 믿은 것이다. 이 말이 함의하는 것은 땅이 평평하고 둥근 형태의 하늘을 떠바치고 있는 4개의 기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히브리인의 우주관에서도 이런 유사한 지점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들은 우주가 하늘과 땅 그리고 음부로 나뉘는 3중 구조를 지녔고 그 중에 땅은 평평하다고 믿었다. 예컨대, 이사야 42:5, 44:24에서 땅을 조성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묘사한 히브리어 동사 ‘라카’는 ‘두드려서 넓고 편편하게 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빌헬무스 아 브라켈이 "그리스도인의 합당한 예배"에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옹호한 것은 바로 이런 지점 때문일 것이다. 이런 석의적 착오는 성경을 단지 문자적으로 해석할 때 주로 일어난다. 실제 현대 미국에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고 둥글다는 TV 방송은 모두 사탄의 술수로 믿는 이단 오컬트 종파가 있다.
히브리인들도 하늘이 둥글다고 믿은 것을 보인다. 예컨대, 시편 104:2에 하늘을 휘장처럼 친다는 표현은 평평한 땅 위에 하늘이 천막처럼 친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사야 40:22에서도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평평한 땅위에 하늘은 돔텐트처럼 쳐진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성경은 이들의 사고를 그대로 빌려서 유기적 영감을 통해서 계시를 전달한 것이지 과학을 진술하려 했거나 또는 우주의 사실성을 기록하려고 한 것이 그 목적이 아니었다. 그것이 우리가 믿는 유기영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성경 기자들은 하나님이 그저 불러준 대로 받아쓰기를 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땅은 음부 위에 놓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바다 위(시 24:2, 136:6)나 빈 공간(욥 26:7) 위에 달아 놓으신 것으로 묘사한다. 여와 신화에서 땅이 4개의 기둥을 세워 하늘을 받친 것처럼 땅은 4개의 귀퉁이가 있다고 생각했다(사 11:12, 겔 7:2). 여와 신화와 다른 점은 여와 신화는 땅 위에 기둥을 세워 하늘을 바쳤다면 히브리인의 우주관은 땅이 물 위에 기둥들로 세워져 있는 구조로 설명한다. 예컨대, 땅의 기둥들(욥 9:6, 시 75:3), 주초(시 104:5), 기초(삼하 22:16, 잠 8:29), 등의 표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여와 신화는 창세기의 홍수와도 유사한 데가 있다. 오색 돌로 물 구멍을 막았다는 것은 홍수 후의 무지개를 떠올리게 한다. 동아시아의 전통적 사고에서 무지개는 오색빛깔을 띤다. 한국의 전통 음계는 오음계이며 서양의 음계는 칠음계며 무지개도 오새과 칠색으로 구분이 다르다. 중국 신화에서 여와는 여신이고 복희는 남신인데 이는 세계에 널리 퍼져 있으며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바알과 아세라 신앙과 유사하다.
다시 갑골문으로 돌아와서 거북의 배딱지는 평평한 지구를 상징하며 거북의 등딱지는 하늘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리고 고대 중국의 이런 제의들은 노아의 홍수로 흩어진 인류가 동일한 구전 전승을 가지고 있었다는 흔적을 보여준다. 중앙아시아에 홍수 설화나 바벨론의 홍수 설화 등은 이런 사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여와는 상체는 여자사람이고 하체는 뱀이라는 점에서 구전 전승의 과정이 영적 전쟁의 요소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