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에서 주일에 관한 용례와 그 신학적 의미
노승수 목사
신약 성경에 주일을 표현한 관용적 표현은 μιᾷ τῶν σαββάτων으로 안식 후 첫날이라고 주로 번역되었다. 우리말 성경으로 읽을 때, 안식일 다음 날이라는 뉘앙스를 갖지만 사실상 이 표현은 의역에 가깝다.
바우어 사전에 의하면, 여기에서 사용된 안식일이라는 단어의 용례는 '1주일'을 의미한다. 단수형이나 복수형을 통틀어서 이 용례는 모두 주님의 부활을 가리키는 날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그 용례들은 다음의 구절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 Mt 28:1 Mk 16:2; Lk 18:12. Lk 24:1; J 20:1, 19; Ac 20:7; 1 Cor 16:2)
μιᾷ τῶν σαββάτων이란 표현에서 사용된 안식일을 의미하는 τῶν σαββάτων은 주님의 부활의 날을 가리킨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주간(week)을 의미하는 용례로 안식이란 단어가 다른 경우에 사용된 예가 없다. 구약의 헬라어 역인 70인역에서는 아예 찾을 수가 없다. 실제로 복음서와 서신서에서 μιᾷ τῶν σαββάτων는 안식 후의 첫날 곧 오늘의 주일로서 신약의 교회가 예배하던 날을 가리키는 용례로서만 사용이 되었다.
문맥상으로 보면 이 날은 안식일 다음날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에 μιᾷ τῶν σαββάτων을 안식 후 첫날이라고 번역을 했고 바우어 사전도 그와 같은 용례로 설명을 했지만 μιᾷ τῶν σαββάτων은 직역하자면, "the first of the sabbaths(Mar 16:2 YLT)" 즉, "안식일들의 첫번째"로 직역할 수 있다.
신약의 저자들인 사도와 그의 복음의 기록자들은 모두 오늘날의 주일을 이와 같은 관용적 형태로 표현했다. 실제로 신약에는 주일을 의미하는 표현이 있다. 계시록을 보면, "τῇ κυριακῇ ἡμέρᾳ (Rev 1:10 BGT)"이라고 해서 the Lord's-day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용어를 두고 왜 굳이 싸바톤이라는 안식을 의미하는 단어를 이용해서 주일을 설명했을까? 게다가 앞서 설명한 대로 μιᾷ τῶν σαββάτων라는 표현은 "안식일들의 첫번째"라는 의미다. 굳이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통상적 의미의 '주일' 곧, 주간의 첫번째 날을 설명하려는 용도로 보기에는 매우 불편하고 불필요한 표현이며 계시록 상에 나타난 표현을 쓰면 여러 오해를 쉽게 해소할 수 있다. 이런 오해를 무릎썼고 이런 용례는 그리스도의 부활의 날을 가리키는 것에만 국한되어 있다면 이는 일종의 '신학적 조어'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안식일들의 첫번째"라는 표현의 함의는 첫째,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가 이미 안식 곧, 구원에 들게 되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둘째, 이 표현은 주님의 부활하신 날을 가리킬 때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매주 첫날에"(너희 각 사람이 수입에 따라 모아 두어서 내가 갈 때에 연보를 하지 않게 하라, 고전 16:2)라고 해서 매주 모이는 예배의 날을 표현할 때도 사용이 되었다. 이는 부활이후 모든 날이 안식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매주의 첫번째 날이 구약의 언약적 개념의 안식일을 대체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구약에서 안식일은 언약적인 표징을 지닌 날이다(출 31:13, 출 31:17과 겔 20:12). 이는 우리가 이미 안식에 들었으나 히브리서 기자가 설명하는 것처럼 아직 들어가야 할 안식이 남아 있고(히 4:9-11), 주님의 오실 때까지 우리에게 새언약을 주셨으므로 언약의 표징으로서 안식에 들어갈 표징으로서 새로운 안식일이 있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이것이 우리가 구약적 개념의 안식일이 아니라 새로운 언약과 그 갱신의 표징을 담은 부활의 날인 주일을 안식일로 지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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