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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들뢰즈의 플라톤과 시뮬라크르

들뢰즈는 독특한 프랑스 철학자다. 포스트모던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원래 서양철학은 플라톤-아퀴나스-칸트-헤겔로 이어지는 이원론 전통이 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를 현상계(가시계), 실제로서 알 수 있는 가지계, 곧 이데아의 세계다. 이를 에피스테메(episteme)라고 하고 현상계를 독사(doxa)라고 했다. 에피스테메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독사는 독단으로써 서계를 일컫는다. 이 에피스테메는 푸코에게 가서 쿤의 패러다임과 비슷한 개념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세계와 존재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중세 스콜라철학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하나님을 정점으로 만물을 위계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데아는 원본, 그다음은 복사본(copy), 다음은 유사본인 시뮬라크르(simulacre)가 된다.
사실 이 구조는 기독교 철학과 신학에도 녹아 있다. 예컨대. 그리스도가 가진 형상을 원형, 곧 원형신학으로 천국에 이미 든 신자가 누리는 신학을 모형신학 중에 축복자의 신학, 이 땅의 성도가 누리는 신학을 순례자의 신학 같은 구조다.
들뢰즈가 주목한 것은 이 복사본과 유사본, 곧 카피와 시뮬라크르 사이의 차별이다. 세상은 원형과 그 사본으로 구성되지 않고 원래 차이와 반복을 통해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차이를 실제로 본 것이다. 원형으로서 가지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가시적으로 보이는 세계의 다양한 차이가 실제 세계가란 것이다.
그의 철학과 세계관은 남녀, 귀족과 평민, 어른과 아이, 부자와 서민 등의 차별적 구조에 그의 철학이 주로 적용되었다. 문화, 사회, 정치, 예술에서 현대 포스트모던으로써 들뢰즈의 철학은 그 지분이 상당하다.
차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었다는 점에서 공헌이 있으며 기독교적 관점에서 차별에 관한 통찰과 숙제를 남겼다. 원래 에베소서는 교회를 다양성 속에서 일치라는 관점에서 다룬다. 그런 점에서 들뢰즈의 통찰이 성경 속에 없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차별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원형이신 그리스도가 세상에 성육신 하셨다는 점에서 가지계와 가시계를 전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