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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라캉의 정신분석학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프로이트로 돌아가자는 슬로건을 내 걸었다. 당시 정신분석학은 자아의 형성과정을 다루는 임상병리학처럼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라캉이 말하는 정신분석학의 기본은 인간의 의식 아래 억압된 무의식이 있다는 것이었고 이것은 프로이트의 모토였던 "wo es war, so Il ich werden(그것이 있었던 곳에 나는 있어야 한다.)"라는 표현으로 대표되었다. 그것이 있던 곳이란 바로 무의식을 의미했다. 라캉은 프로이트를 소쉬르의 언어학과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로 재해석을 시도했다. 그의 슬로건과는 달리 그의 이론은 전혀 새로운 이론이 되었다.

 

라캉의 주요한 저서는 얼마전 한글로 완역된 에크리라는 논문집으로 1966년에 발간되었다. 웃긴 얘기지만 라캉은 에크리를 가리켜 읽을 수 없는 책이라고 했다. 이 책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무의식에 관한 책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계속 미끄러지기 때문에 제대로 읽기가 어렵다고 했다. 같은 의미로 핵심감정은 쉬운 책이면서도 어려운 책이다. 무의식에 대한 이해의 눈이 열린 사람들은 쉽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으면서도 눈이 없는 사람들은 그 의미가 제대로 파지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라캉보다는 핵심감정은 백만 배는 쉽다. 라캉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로 무의식을 재구성한다. 흔히 알려진 Id, 자아, 초자아를 이렇게 재해석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구조 가설의 자아 이론은 일종의 인격 개념이라면 라캉의 계는 인간의 몸과 영혼으로부터 정신으로 드러나는 일종의 장(field) 개념이다. 일종의 세계관 개념인 셈이다. 

 

상상계(The Imaginary)는 자아가 형성되는 이미지들의 장을 의미한다. 상상계는 엄마와 나라는 2자적 관계의 세계를 의미하는데 아이에게 아직 자아란 없고 엄마와 자신을 하나로 느꼈던 자궁의 상황을 반복한다. 여기에 대응하는 프로이트적 개념은 동일시다. 수많은 상상들이 난무하고 꿈으로 대표되는 1차 과정 사고들이 주를 이루며 전능감과 완전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찬다. 프로이트는 이 시기를 자기애적 시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상징계(The Symbolic)는 3자적 관계 곧 아버지로 대표되는 법과 원칙의 장을 의미한다. 상상계에서 상징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언어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며 이것은 법과 원칙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기를 거치면서 아이들은 3자의 전형으로서 아버지를 받아들이고 이런 이유로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관계나 역할놀이 등이 가능해진다. 그 이전 관계는 2자적이어서 친구와의 놀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3자적 세계는 오이디푸스를 거치면서 아버지의 기준들을 내사해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 점에서 상징계는 개념적 세계를 의미하며 여기는 규칙이 있고 규칙을 이해하며 거기에 따를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다. 

 

프로이트와의 차이점이라면 상징계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 언어이며 언어의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언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인간을 만드는 셈이다. 이처럼 언어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간을 주체라고 보았다. 데가르트의 주체는 생각하는 주체이지만 라캉의 주체는 언어에 의해서 생각당하는 주체다. 생각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언어다. 

 

우리가 가진 상징과 언어를 넘어서 있는 것을 실재계(The Real)라고 한다. 실재계는 상징과 언어를 넘어서 있다. 실재 대상은 상징으로도 언어로도 포착되지 않는다. 언어와 표상 너머의 세계이면서 언어와 표상이 가능하게 해주는 현실 그 자체를 의미한다. 지젝은 라캉의 실재계를 객관적 현실이라기보다 현실 인식을 바로 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에 더 가깝게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실재계는 왜곡 현상이 여러 표상들로 드러나는 장이다. 좀더 사회학적 의미일 수 있다. 바벨탑의 빚은 의미 왜곡이 오늘 우리의 실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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