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그/목회일기

벌써 11년 전이다.

2007년 의정부로 이사한 후 일산에 ㅅㄱ 교회라는 곳으로 부임하고 쓴 일기다. 참 이 교회 정말 어처구니 없었다. 이 일기를 보고는 아무도 짐작치 못하리라. 악한 일도 웃는 낯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이 교회에서 경험했다.  



사역을 시작한 지 둘째 날이다. 이 교회가 좋은 점은 매일 기도하는 교회라는 점이다. 오전 10시 밤 9시 성도들과 교회의 리더쉽들이 나와서 기도한다. 누가 말씀을 증거하지는 않지만, 늘 그렇게 기도한다. 이교회는 평균적으로 평신도가 두시간 이상을 기도하는 것이다. 교회의 비전도 독특하다. 300명의 성령받은 사람, 60명의 평신도 사역자, 30명의 선교사가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교회학교는 전도사나 목사와 같은 사역자가 섬기지 않고 평신도들이 섬긴다. 교인의 90%이상이 3-40대라, 중고등부에 그만한 자녀들이 없음에도 50명이상 모이고 유초등부는 100명가량 모인다. 프로그램도 특별한게 없다. 예배 그 뿐이다. 성령받은 교사들이 성령안에서 아이들을 안수하면서 교육한다. 유년부 아이들이 기도하며 예배하는 모습은 놀랍기 그지없다. 사실 한국교회 대부분의 성도들이 한 시간을 기도하기 힘들어 한다. 이런 형편과는 사뭇 대조되는 이곳 교회의 풍경이 나를 주눅들게 한다. 그래서 인원은 150명 정도이지만 마치 기드온의 300명의 용사같은 느낌을 준다. 
 
선교를 교회의 최대 사명으로 생각하는 것 역시, 이 교회의 전투적 야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작년 한해 교회 예산의 80%를 선교비로 사용하였다. 선교지에 찔금 선교비 약간 보내고 마는 선교가 아니라 교회가 선교지에 투자를 하고 선교사들의 생활 일체를 책임지며 지역을 놓고 중보기도한다. 뿐만 아니라 선교지에 목사님을 포함해서 평신도 사역자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그들의 필요를 살피며 물적으로 영적으로 돌보며 섬긴다. 그래서 월요일 저녁 9시는 선교기도회로 모여서 중보하는데 피상적 기도가 아니라 그들의 실제적이며 구체적인 필요들을 놓고 기도한다. 
 
예배때 기도드리는 것 조차 그냥 하는 법이 없다. 미리 기도로 준비하고 정갈하고 정제된 언어로 회중을 대표하여 하는 기도는 기도에 동참하는 성도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게 한다. 
 
성령께서 임재하시는 찬양, 찬양시간은 모두 서서 찬양한다. 말씀시간은 고개를 드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열심히 적는다. 왜그러나 했더니 이 교회는 QT가 목사님의 주일 설교 말씀이다. 그것을 구역에서 매일 묵상하고 구역장이 점검하고 교회에 제출한다. 그러니 설교를 듣고 나가면서 잊어버리기를 태반으로 하는 오늘의 현실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그러니 이래 저래 주눅이 든다.. 
 
어제 담임 목사님이 불러서 하시는 말, "목사님이 현재 우리교회 설교의 50%이상을 맡고 있습니다. 그것은 회중에게 엄청난 영향력입니다. 지금도 잘 하시겠지만 매일 두시간 이상씩 기도하십시오"라는 권면을 주셨다. 사실 보통의 경우 두시간의 기도 쉽지 않다. 업무에 쫓기거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기도하지 못하게 되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곳 분위기는 많이 다른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된다. 
 
오늘 매일 성경 묵상의 말씀, "이 소자 중 하나를 실족케 하면 차라리 연자맷돌을 그 목에 달리우고 바다에 던지움이 나으리라" 기도하는 교회 성도들을 실족케 하지 않으려면 목사가 기도에 힘써야 한다. 솔직히 두시간 좀 부담스럽다. 그리고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주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면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일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은혜를 구해야 한다. 
 
"만일 네 손이 너를 범죄케 하거든 찍어버리라 불구자로 영생에 들어가는 것이 두손을 가지고 지옥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나으리라" 기도를 방해하는 삶의 요소들을 다 찍어버려야겠다.  
 
수요예배, 주일 저녁예배, 새벽예배 설교, 내 능력으로 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  설혹 한다고 하더라도, 주님의 말씀을 대언하려면, 결국 성령께서 함께 하시지 않으시면 불가능하다. 기도외에는 이런 유가 나갈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2007.01.31 13:12
 

'블로그 > 목회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십 년 전 일기  (0) 2018.02.02
homo unius libri  (0) 2018.02.02
환기...  (0) 2018.01.31
working alliance  (0) 2018.01.31
예전 일기  (0) 2018.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