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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상담자로서 가장 듣고 싶은 말

상담이라 자세한 내용은 나눌 수 없지만 이번에 나누려는 케이스는 가정 폭력으로 법원에서 온 케이스로 아내의 외도 문제로 가정 파탄 직전에 온 경우와 가폭 후 1년 여 별거 케이스다.

전자는 상담을 통해 재산 분할까지 해주며 가정이 다시 합쳐졌고 후자는 정서적 별거로 서로 말도 하지 않던 것이 회복되고 처가와의 관계도 원래대로 돌아오고 이제 부부의 은밀한 관계만 남았다. 6개월 상담 기간에 12회 남짓인데 놀라운 결과가 일어나는 것에 상담자인 나 스스로도 놀라곤 한다.

내담자는 고맙다고들 한다. 전에 어떤 내담자는 아내의 이혼 요구로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기 전 급하게 상담실을 스스로 찾았는데 상담 후 다 회복되고 양주를 사들고 와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그러고 보니 이 케이스도 가폭 상담이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듣고 싶은 말은 나한테 "고맙다"가 아니라 "내가 어려울 때 곁에 계셔주셔서 고맙다"는 말이다. 이게 뭐가 다르냐 싶겠지만 많이 다르다. 전자는 자신의 변화가 상담자 요인이고 후자의 대답은 변화가 내담자 요인이다.

나는 그 기적 같은 일을 해낸 그들을 더 응원하고 싶고 그들 스스로도 그런 선택을 한 자신을 대견하게 보기를 바란다. 그 경험이 그들의 영적이며 정신적인 자산이 될 것이다.

그 선택을 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긍지가 있어서 그 어려운 순간에 선택을 망설이고 잘못된 길로 선택하려 할 때,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 곁에 있어서 내가 바르게 선택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이 상담자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 아닌가 한다.

물론 모든 케이스가 다 잘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보았듯이 상담자가 잘해서라기보다 내담자 스스로가 의지가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의지가 없이 기간만 연장하는 케이스는 보통 그냥 치우라고 한다. 경상도 말로 "할라면 하든가 말라면 말든가" 하라고 뭐라 한다. 상담전문가 선생님 중에 장칼이라고 대놓고 직면시키시는 선생님이 계신데 난 자기는 변하지 않으려면서 "탓"하거나 가족 구성원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오는 내담자의 경우, 공감으로 잘 안 되기에 직면을 시도하는 편이다.

공감은 주로 자아가 빈약한 경우에 더 빈번하고 직면은 책임전가가 빈번할 경우 더 자주 등장한다. 모든 경우가 이런 방식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어쨌든 오늘 상담은 내담자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앞으로 1달 정도 남았는데 그닥 다룰 게 얼마 남지 않았다. 두 사람의 부부관계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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