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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묵상

십자가의 길

십자가는 내가 죽는 자리입니다. 주님이 받으신 수욕과 모멸을 생각하고, 오늘 내게 다가오는 자존심을 죽이는 모든 형편들을 기쁨으로 받으시길 바랍니다. 모처에 십자가 신학을 강조하시는 분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사소한 반대를 못 견뎌하고 반대자들을 다 내쫓는 경우도 있지요. 
할 수만 있다면 그런 기회를 자주 만나는 게 좋습니다. 의외로 우리 자신은 잘 죽지 않습니다. 사소한 일들을 겪어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든다면, 아직 내가 죽지 않고 펄펄 살아 있는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런 생각 말입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만나거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받으셨던 수욕과 모욕들을 생각하면서 견디시길 바랍니다. 십자가는 그런 자리에 존재합니다. 자존심 내세우고 혈기를 내세우는... 건 누군들 못하겠습니다. 비판하고 비난하는 건 어리석은 이들도 다 잘하는 일입니다. 
진정한 십자가는 사랑함에 자신을 내던질 때, 찾아옵니다. 때론 슬픔의 옷을 입고 때론 좌절의 밤으로 때론 치욕의 아침으로 때론 한갓진 오후에 마주하는 모멸들로 찾아옵니다. 그들은 십자가의 진정한 친구입니다. 
최선을 다하되 원망하지 않고 가볍게 웃어 버렸던 연아씨처럼 대인배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당하는 이 부당함이 정의를 위한 것이라면야 응당 십자가이겠지만 사실은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속썩이는 아이, 실직당한 남편, 내 생애 찾아온 질병, 부부의 위기 이런 것들은 고난을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십자가는 아닙니다. 
십자가는 주님의 길을 가다가 주를 위해 살다가 당하는 불의와 불공평, 그리고 그것들로 비롯되는 모멸과 수욕, 자존심이 상하는 것들입니다. 그럴 때 혈과 육을 따라 반응하지 않고 그리스도 예수께서 그밤에 기도하시고 가지셨던 마음을 갖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이는 기도 없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겟세마네 기도 후에라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절로 되는 십자가는 없습니다. 마음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주님을 모범 삼아 나를 부인하고 그리스도의 의를 드높이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나를 그런 지경으로 날마다 안내하시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2014.02.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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