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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오와 열

해병대 이야기가 나와서 한 가지만 더 이야기 하자면, 훈련소 시절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오와 열이다. 훈련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수료식의 집총체조는 이 오와 열의 절정을 보여준다. 훈련소의 6주간의 훈련은 모두 이 집총체조를 연습하는 것에 집중된다.

그리고 각종 훈련들, 유격이나 사격이나 천자봉 행군 등에서 틈나날 때마다 듣는 오와 열에 관한 해병대의 전설적 전투 이야기가 있다. 이 전투는 이순신장군의 명량해전에 비길만한 전투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전투이지만 해병대 훈련소와 각 부대에서 항상 회자되는 전투다.

월남전 파병 당시 있었던 짜빈동 전투로, 월맹의 한 복판에 진지를 짓는 한국 해병을 보면서 미군들은 다 죽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군들은 헬기를 타고 들어오고 나가면서 전투를 했지만 한국 해병은 거기 진지를 지었다.

이 전투는 1967년 2월 14일-15일, 양일간 벌어진 전투로 월맹군은 총 2400명 이상의 병력이 참전했고, 한국 해병은 장교 10명, 해병 284명으로 구성된 3대대 소속의 11중대가 전부였다. 이 전투에서 월맹은 243명이 전사했고 2명이 포로로 잡혔다. 한국 해병은 15명 전사, 33명이 부상당했다. 11중대 중대장은 정경진 대위였다.

2400 대 284명이었다. 진지는 포위됐고 밤낮 없는 포격과 총탄은 해병대를 위태롭게 했다. 훈련소에서 오와 열이 나오면 항상 등장하는 전투가 바로 이 짜빈동 전투다. 2400명 이상의 병력의 공격에도 해병대가 진지를 사수하고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오와 열이었다.

전우란 내 생명을 맡긴 사람을 말한다. 서로의 생명을 서로에게 위탁한 운명 공동체이다. 내가 물러서면 옆의 전우가 죽는다. 한 사람이 무너지면 모두가 죽는다. 내 몫을 하면서 전우의 생명을 책임진 사람들이다.

구보에서 각종 훈련에서 총검술에서 집총체조에서 오와 열은 생명처럼 사수한다. 그것은 전우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도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하셨다. 교회의 연대가 생명을 나누는 연대가 되어야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냉정한 관계가 교회와 성도의 관계가 아닌가 싶다.

교회는 언제나 이러한 연대를 회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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