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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임석하지 않은 사람의 말을 하지 말라'

'임석하지 않은 사람의 말을 하지 말라' 

노승수 목사

위의 말은 정암 박윤선 목사님의 좌우명이며, 어거스틴의 좌우명이기도 했습니다. 어제 정암 신학 강좌가 있었습니다. 정창균 교수님의<다시 듣는 정암 박윤선의 설교>라는 첫 강좌를 들으면서 오래 전에 들었던 박윤선 목사님의 좌우명이 생각이 났습니다. 강의를 통해서 정암 박윤선의 오래된 일화를 들으면서 위의 좌우명을 떠올렸습니다. "1983년 정암은 극동방송국의 대담프로인 "원로와의 대화" 시간에서 3년 전 총신에서 분리하여 합동신학원을 설립한 이유에 대하여 사회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정암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가 그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절하면서, 총신을 떠나 합동신학원을 설립한 이유를 말하려면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언급해야 하는데 그것이 하기 싫다는 것을 거절의 이유로 제시하였다"1) 고 합니다. 말씀은 따로 안하셨지만 당신의 좌우명을 따라 임석하지 않은 사람의 얘기를 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박목사님이 이와 같은 소신과 철학을 가진 이유에 대해서 다른 글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개혁주의 신앙 운운하지만 아직도 자기가 말할 수 없는 죄인임을 절실히 알지 못하며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아직도 개혁주의 신앙을 모르는 사람"2)이라고 하면서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하여 개혁을 부르짖게 되면 개혁자가 아니라, 독을 품어내는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독사가 된다"3)고 하셨답니다. 사실 이 말씀에 절실히 공감을 하면서, 왜 박윤선 목사님이 그토록 '임석하지 않은 사람의 말을 하지 말라'를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갔는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남의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나 역시 이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위의 박윤선 목사님의 말씀대로라면, 남의 말 하기를 좋아함은 아직 개혁주의 신앙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인 셈입니다. 남의 말은 그저 남의 말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죽이는 독을 품어내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이 독을 품어 냄은 자신이 얼마나 죄인인지를 알지 못함에서 오는 정죄입니다. 그래서 우리 주님께서도 바리새인들에게 '이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하셨나봅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참 아직 많이 멀었구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나도 참 남의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그것도<개혁>이란 미명하에 말입니다. 사실 엉터리 같은 목회자나 교회를 보면 사실 화가 많이 납니다. 마음 속에 분과 미움이 가득하니 그게 기회를 엿보다 때만 되면 불쑥 불쑥 머리를 내밉니다. 

얼마 전 타블로라는 가수를 음해하던<타진요>라는 카페와 그 운영자 와비컴즈에 대해서 설교시간에 성토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의 소문의 진상은 우리 마음에 가득한 미움 때문입니다. 소문이 부풀어지고 커지는 까닭은 사람 마음에 미움이 그 탈출구를 찾는 현상과 같습니다. 비난하고 싶은 거지요 한마디로 '남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타진요>나<와비컴즈>를 보면서, 그들을 성토했지만 정작 나 자신 역시 여러 인물들에 대해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심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여전히 내가 얼마나 죄인인지를 가슴으로 알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냥 박윤선 목사님을 따라서 내 좌우명으로 삼았던 '임석하지 않은 사람의 말을 하지 말라'는 이제 더 생생하게 내 좌우명으로 와 닿습니다. 

사실 내가 얼마나 죄인인지 깨닫지 못하기에 기도에 게으르고 말씀에 게으른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신이 지지도 못하는 짐을 다른 사람의 어깨에 올려 놓는 바리새인들처럼 말입니다. 진정한 개혁은 그래서 나 자신으로부터 라는 말이 절감이 됩니다. 사람들이 비진리를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그들에 대한 인신공격이 된다면, 나 스스로 누워서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인 것 같습니다. 개혁은 내 영혼부터 해야겠습니다. 말씀도 내 영혼부터 먹여야 겠습니다. 내 영혼의 부패를 가슴 깊이 새겨야 겠습니다. 잊지 않도록 날마다... 그리고 이제 정말 어거스틴과 박목사님의 좌우명이 이제 내 좌우명이 된 기분이 듭니다. 
아무튼 세미나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목회와 목회자의 삶에 대해서 더 가슴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제 세미나가 좋았던 것은 정 교수님이 준비를 하시면서 정암 박윤선 목사님의 육성 설교를 세미나 중간 중간에 직접 들려 주셔서 더 생동감 있게 전해져 왔습니다. 조병수 교수님의 합신 메니페스토도 너무 좋았습니다. 이철호 목사님의 개척론 강의는 신선했습니다. 개척교회를 섬기는 입장에서 더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후배 목회자들과 한국교회의 장래를 생각하시는 그 분의 열정과 열의, 그리고 명석함과 대안을 준비함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나는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목회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참 여전히 모자라고 부끄럽구나는 생각 그리고 아직 한국교회와 우리 교단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1) 박윤선, "개교 1 주년에 즈음하여", 영음사에 보관되어 있는 문서.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20년사 편찬위원 편, [합동신학대학원 20년사](수원: 합동신학대학원출판부, 2000), 136.
2) 유영기, "정암 박윤선의 신학." 253. 
3) 유영기, "정암 박윤선의 신학." 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