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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쿠피디타스와 카리타스

어거스틴은 사랑을 쿠피디타스와 카리타스로 구분했다. 이 어거스틴의 사랑 구분을 따라 박사 논문을 쓴 여성 학자가 유대인 한나 아렌트다. 그녀는 원래 하이데거 문하였으나 그와 연인 관계였고 나중에 하이데거의 나치 부역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아마도 그런 증후가 있었을 것이다) 논문을 마치기 위해 하이데거의 친구였던 실존 철학자 칼 야스퍼스 문하로 학적을 옮긴다.
쿠피디타스는 갈망으로써 사랑을 의미하고 카리타스는 은혜로써 사랑을 의미한다. 아렌트는 카리타스를 원용해 세계사랑(Amor Mundi)'이라는 개념을 만든다. 아렌트의 세계사랑은 어거스틴의 카리타스와 유사한 개념이다.
아렌트의 세계사랑 개념이 지닌 기독교의 이웃사랑과 차이점은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서 이웃사람들이 가득 들어서있는 공적 영역을 지향하는 사랑이다. 공적 영역을 향하여 자신을 여는 사랑이다. 이를테면 공동체적 사랑이다. '서로가 동등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깨닫고 체험하는 사랑을 의미한다. 아마도 나찌의 유대인 혐오 때문에 이런 생각이 더 강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보통 우리는 공적 영역에서 타인을 만날 때, '동등성'을 탐색하기보다 은근히 비교하면서 나도 모르게 '차등성'을 찾는 행동을 한다. 이것이 악의 평범성이다. 이런 차등성을 극대화한 것이 나치즘이다.
아렌트는 내가 높다 느낄 땐 타인을 멸시하는 마음이 들고, 내가 낮다 느낄 땐 비굴한 자세가 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세계사랑을 말한다.
아렌트는 자타간의 인간적 동등성을 잊고서, 세계와 거리를 두는 무심함과 혐오감을 일컬어 '세계혐오'라고 하면서 탁상공론을 일삼는 철학자나, 해결책을 우아하게 제시한다는 전문가들 중 의외로 세계혐오에 빠져있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아랜트는 진정한 철학함으로 소크라테스를 꼽았는데 이런 점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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