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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신학/구원론

회심(Conversion)에 대한 이해

회심(Conversion)에 대한 이해 
이광호 목사
[시작하는 말]
기독교 구원론에 있어서 회심은 절대 중요한 요소이다. 회심이 없이는 그 어떠한 구원도 있을 수 없고 회심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 없이는 기독교 복음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는 모든 기독교 신앙은 '회심'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이후의 삶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들은(칼빈 등) 중생과 회심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회심과 회개에 대해서도 분리하지 않는다. 그런 이들은 이러한 다소 상이한 개념들을 동시에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생과 회심은 구분된다는 견해가 있으며 회심과 회개 역시 서로 구분하여 이해될 수 있다는 견해를 살펴볼 수 있다. 즉, 그 개념들이 어느정도 동일한 성격을 소유하고 있지만 특성에 따라 그 의미들을 달리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회심에 대한 개념을 파악해 봄과 동시에 회심의 주체가 성령 하나님임을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속한 선물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에 대한 보다 근접한 이해를 위해 어의적 정의와 함께 회심의 주체 및 그 효과를 함께 간략히 살펴 볼 것이다.
 
[회심과 유사용어들]
일반적으로 회심(Conversion)이라 함은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미 가지고 있는 특정의 심적사고를 스스로 다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회심이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회심은 보편적인 인간생활에 있어서 흔히 일어나며 그것은 각 개인의 결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물론 그 결단은 순수하게 자의일 수도 있고 타의에 의한 결단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앙에 있어서의 회심이란 악한 마음을 청산하고 새로운 마음을 소유함에 지칭한다. 이는 죄에 대한 본질적 청산을 의미한다. 즉 과거의 잘못된 죄에 물든 생활을 뉘우치고 새로운 선한 생활을 다짐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또한 기독교 구원론에서의 회심의 의미는 그보다 더욱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독교에서의 회심은 단순히 윤리적 악한 마음을 새것으로 바꾸는(change) 내적인 자기결단이 아니라 자신의 근본적인 죄악을 버리고 하나님께로 돌아서는(turn)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회심과 회개>회심(conversion)과 회개(repentance)는 기독교 구원론에서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이는 회심과 회개가 전혀 별개의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을지라도 구분하여 단어적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한 설명을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회심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그를 떠나 살던 사람이 하나님께로 돌아서는 잠정적 마음행위로써 구원의 일부로서 단회적 사건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맞이하여 그에게로 돌이킨 사람은 성도로서의 지속적인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회심을 계속해서 되풀이 한다면 그 앞서의 회심이 올바른 회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양상인 것이다. 회심은 거듭되는 성도의 신앙행위가 될 수 없으며 맨처음 예수 그리스도를 진실로 영접하는 그 순간에 한번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에 반해 회개는 성도의 일상생활 가운데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마음의 표현이다. 회개는 날마다 해야할 성질의 것이며 시시때때로 해야만 한다. 이 세상에서 회심한 성도라고 해서 이제는 죄와는 완전히 단절된 완성된 구원의 영역가운데 사는 것이 아니다. 성도는 회심(conversion)으로 시작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을, 완성될 하나님 나라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에서 죄와의 투쟁가운데 살아가게 된다. 따라서 구원을 소유한 회심한 성도라 할지라도 세상의 유혹과 공격 가운데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삶 가운데서 하나님의 요구에 부족한 자신의 죄된 삶을 확인하여 고백하는 것이 곧 회개이다. 이 회개는 살아있는 성도들의 삶 가운데서 끊임없이 일어나야 하며, 그러한 올바른 회개를 통해 좀 더 장성한 성도로 날마다 자라가게 되는 것이다.
 
<회개와 후회>회개와 후회를 구분하는 데는 상당히 애매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의적인 면에서, 그 의미상으로 보아서는 매우 분명히 구별된다. 회개는 현대의 용례상 오직 기독교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용어이며, 후회는 기독교인들과 비기독교인 들에게 공히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이다.
회개는 참된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삶이나 행위를 하나님께 비추어 보아 잘못된 부분을 고백하는 것인 반면, 후회는 어떤 사실에 대해 스스로 자탄(自歎)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는 회개가 있을 수 없다. 즉, 후회하는 자는 자신의 사고나 행위에 대해 스스로 원통해 하며 애석해 하는 것으로 후회할만한 객관적 실체는 있으나 그 후회를 받을 인격적 대상은 없다. 이러한 후회는 스스로 원통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회심은 회개나 후회와 구별되는 단어이다. 그 의미상 하나님과 관련이 있다는 측면에서 보아 회심과 회개는 성격이 비슷하며, 자신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면에서 회심은 회개나 후회와 관련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 성격상 비슷하다는 것이 동일하다는 뜻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러나 회심이 단회적 사건임을 생각할 때 회개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며, 회심의 대상이 인격적 하나님임을 감안할 때 후회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이처럼 그 쓰이는 용어들을 올바르게 잘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회심이 전적인 하나님의 관여에 의한 결과라고 한다면, 회개는 하나님의 은혜와 그 자신의 반응의 형태라 할 수 있으며, 후회는 하나님과 관계없이 인간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심, 하나님, 율법]
<회심의 주체>회심을 하여 변화를 받는 주체는 각 개별인간이다. 하나님의 택함을 받아 은혜를 누려 구원을 얻은 자가 회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회심을 주관하는 주체는 회심을 하여 변화를 받는 개별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란 점이 기독교 복음의 중요한 핵심이다. 하나님의 관여와 선택의 섭리없이 기독교적 의미의 참된 회심은 있을 수 없다.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주신 원래의 참된 이성을 상실한 인간으로서는 스스로 하나님을 찾아 그에게로 회심할 능력이 없다. 혹 죄된 인간에게 그러한 의사가 있다고 할지라도 죄로 오염된 인간의 이성은 참된 하나님께로 회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의도에 따라 잘못된 신적(神的) 대상에게로 회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생겨난 현상들이 오늘날의 숱한 종교들이다.
그러나 참된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자기 작정에 의해 개별인간의 인격을 통해 회심의 역사를 할 때 비로소 올바른 회심의 역사가 일어나게 된다. 기독교에서 발하는 회심은 바로 그런 의미의 회심이다. 인간의 회심을 주관하는 존재는 삼위일체 하나님 가운데 특히 성령 하나님이다. 즉, 택함받은 하나님의 자녀의 회심을 위해서는 성령 하나님의 내적인 역사가 따라야 하는 것이다.
양자의 영(롬8:15)으로 일컬어지는 성령 하나님의 자녀들은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갈4:6)라 부를 수 있는 능력을 얻어 그 삶을 풍성히 누리게 된다. 성령 하나님은 이에 대해 믿는 자들의 보증과 인(고후1:22, 엡1:14)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계시는 것이다.
 
<회심과 하나님의 율법>회심에 있어서 하나님의 율법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회심을 위한 방편으로서 구약성경에 계시된 율법이 절대적 근간이 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까닭은 하나님의 율법이 모든 인간을 죄 아래 가두고(갈3:22) 다시 그 율법이 하나님의 은혜에 속한 자들에게 복음의 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율법에 의하지 않는 회심은 올바른 회심일 수 없으며, 그것은 후회의 일종이거나 인간의 이성에 의해 조작된 어떤 신적 대상에 대한 회심일 따름이다. 하나님의 계시된 율법에 의해서만 회심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결단에 따른 그런 회심에 의해서는 복음의 문이 열려질 수 없다. 오로지 하나님의 율법에 의해 진실로 자기의 죄를 깨닫는(롬3:20)자들만이 진정한 회심을 통한 복음의 실체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죄로 말미암아 타락한 인간은 하나님의 율법을 완전히 지킬 수 없으며 따라서 의로와 질 수 없다. 결코 죄로 물든 인간 스스로는 거룩하신 하나님께 나아갈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 사실을 올바르게 자각한 자라야 자기의 삶을 진정으로 포기하고 하나님께 온전히 돌아서므로 그의 은혜에 진실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개별인간들이 하나님의 율법을 들어 그 기능에 따라 자신의 삶을 살피게 하는 것도 성령사역의 한 방편이다. 우리는 회심에 있어서의 율법의 기능을 잘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회심의 효과]
회심의 결과는 개별 인간에게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회심을 통해 이전의 자연인은 완전히 포기된다. 그리고 그 회심한 자에게는 상징적이면서 동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지고 오며, 아울러 새롭게 재창조된 사람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 회심한 사람은 적어도 세 인격적 존재와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된다. 그 내용을 구분해서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살아계신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관계가 다시금 회복된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의 범죄로 말미암아, 자연인은 하나님과 단절된 상태에 놓여있다. 그런 형편에 있던 개별 자연인이 하나님께 회심하므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된다. 이전에는 인격적 관계로 알지 못했던 하나님을 왕으로, 주(主)로, 아버지로 알고 그와 교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회심한 성도의 삶은 하나님의 명령과 섭리를 지속적으로 의식하는 가운데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에 포함된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하나님께 속한 자가 된 것을 인식하게 된다.
둘째, 자기 자신에 대해서 올바른 인식을 하게 된다. 회심을 통해 하나님을 왕이요, 주요, 아버지로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함에 따라 회심한 성도는 이제 그의 백성이요, 종이요, 자녀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회심한 이 후로는 하나님의 명령과 요구에 순종하는 성도로서의 삶을 유지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보답하는 방편이 곧 그에 대한 순종이며, 자기 자신을 하나님과의 관계로서의 위치를 올바르게 자각할 때 비로소 참된 순종의 자세가 표현된다. 그것은 곧 자기를 포기하고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여 그 뜻대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세째, 이웃에 대해 참된 견해를 가지게 된다. 회심을 하기 전의 자연인은 그 본질상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이기적이라 여겨지는 부분 이외에 남을 위하는 봉사마저도 사실은 자기 만족을 위한 이기적 발로에 기인한 것 이상이 아니다.
그러나 회심하여 이웃을 올바르게 이해하게 되면 이웃이 자신의 어떤 대상-구제나 봉사의 대상일지라도- 이나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선 죄인의 모습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생겨나는 이웃에 대한 진실한 관심과 사랑이 회심한 성도에게 생겨나는 마음인 것이다. 그것이 이웃에 대한 진정한 사랑으로 표현되어 구제와 복음전파에 최선의 힘을 기울이게 하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격적 관계들이 올바르게 정립될 때 비로소 회심의 효과가 충만히 일어난다. 그것은 하나님께 대해 예배하는 자세와 자신의 겸손한 자세이다. 하나님께로 회심한 성도는 하나님을 끊임없이 예배하고자 하며, 온전한 예배에 대한 연속적인 부족함이 저를 더욱 겸손하게 한다.
결국은 그런 가운데서, 이웃에 대해 복음을 선포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커지게 되며, 그 사랑의 표현으로써 선행의 열매들이 더욱 풍성히 맺히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이 생겨나는 회심의 모든 효과는, 성령 하나님의 강권적 일하심의 결과이므로 결코 우리의 자랑거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맺음말]
회심은 기독교 구원의 기초로서 하나님의 성령께서 주관하시는 주의 선물이다 . 진정한 회심이 없이는 하나님을 알 수 없으며, 참 기독교인이 될 수도 없다. 그리고 그 진정한 회심은 인간의 자구적인 노력으로 말미암아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순전히 은혜로 자기의 선택된 사람들에게 거저 주시는 것이다.
그 회심은 회개와 다르다. 그리고 후회가 아니다. 즉 인간 스스로에게서 자기 노력이나 결단에 따라 발생되는 것이 아니며 전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인도되어지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창세전에 이미 확정하신 그 섭리에 따라(엡1:4) 회심이 각 개인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그 회심에 참여할 자는 하나님의 택하신 자에 한정된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에 따라 진심으로 회심하게 된 모든 성도들은 그 효과에 따른 삶을 추구하게 된다. 그러한 삶은 회심에 따른 마땅한 귀결이다. 자신의 의(義)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로써 회심을 하게 되었기에 단지 그 은혜에 감사할 수 있을 따름인 것이다. 그 은혜에 대한 감사가 곧바로 하나님에 대한 찬송과 경배로 이어지게 된다.
회심(conversion)이 인간의 노력이나 결단의 결과라면 또다시 가변적일 수 있겠지만 성령 하나님에 의해 주도된 것이므로 그것은 구원의 보장이 된다. 그것이 늘 생각이 변하는 인간의 결단이라면 결단코 믿을 수 없으나, 불변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이기에 성도들은 그 은혜를 영원히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글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바 하나님의 선물인 회심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기독교 구원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구원받은 성도들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하며 매순간 순간마다 그를 높여 찬양과 경배를 돌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