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그/목회일기

2008.02.12 10:06

어제 아침 말씀은 갈릴리 바닷가에 베드로를 찾아 오셔서 묻는 장면이었다. 니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고 물으신다. 베드로는 주저없이 대답한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님이 아십니다. 
 
이 말씀을 대하면 목회자로서 일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이 땅에 많은 목회자들은 자신의 부르심을 이 말씀으로 부터 받았을 것이다. 목회에 가장 중요한 동기는 성공이나 출세, 명예, 인정, 영광, 이런 것들이 아니라 바로 주님을 사랑하는가? 이어야 한다. 두 번째 주님이 물으실 때는 이 사람들보다 더 사랑하느냐 묻지 않으신다. 다만 나를 사랑하느냐 묻을신다. 주님이 내게 묻고 계시는 것만 같다. "승수야 나를 사랑하니?" "이사람들보다 더" 내 가정, 내 명예, 내 아이들, 아내, 형제, 이 모든 것들보다 나를 사랑하니?" 라고 물으시는 것 같다. 나는 주저 없이 베드로처럼 대답할 것이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님이 아신다"고 그럼 주님은 내게 말씀하실 것이다. 내양을 먹이고, 치라고,  이것이 내가 목회를 계속해야 할 이유이다. 
 
비록 내게 맡겨진 양떼들이 없는 현실이지만, 아마도 베드로도 그랬을 것이다. 주님을 배반하지 않겠다던 밤, 그는 가룟 유다와 같은 현실에 놓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누가 복음에 의하면 22:61절에 그가 세번째 부인할 때 예수님이 돌이켜 베드로를 보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시선이 마주쳤을 것이다. 베드로는 일생일대 가장 비참한 패배감을 맞보았을 것이다. 그들이 갈릴리로 간 것은 마태복음에 의하면 주님의 명령이기도 하지만, 베드로가 선동해서 고기 잡으러 가자고 한 점이나 그들이 고기를 잡고 있는 현실은 베드로의 패배감을 반영해준다. 
 
베드로에겐 목양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이 배신자 중의 하나였다는 점이다. 주님의 시선과 함께, 새벽닭울음소리는 그로 하여금 새벽미명마다 자신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루터교회들은 수탉을 교회의 표지로 사용하기도 한다. 아무튼 베드로에겐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그런 그를 주님이 찾아오셨다. 
 
장면은 묘하게도 일치한다. 밤새 고기를 잡았으나 못잡고, 새벽의 동틀무렵, 저 멀리서 닭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고요한 시간에 바닷가에 숯불이 피워져 있다. 베드로가 주님을 세번이나 부인했던 숯불 곁에 다시 주님과 시선을 마주하며, 앉은 것이다. 그리곤 주님이 물어오신다. "니가 이 사람들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이어지는 그의 고백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십니다" 그러자 주님은 다른 말씀 않으시고 "내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고 말씀하신다. 그에게 지금 현재 단 한마리의 양떼가 없음에도 주님은 말씀하신다. 이것은 그에게 양떼를 맡겨 주시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그리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이것이 내가 목회해야 할 이유이다.

'블로그 > 목회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02.24 15:25  (0) 2018.02.24
2006.02.12 09:30  (0) 2018.02.12
2008.02.12 10:35  (0) 2018.02.12
2010.02.12 03:08 일기  (0) 2018.02.12
영종도 일기  (0) 2018.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