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므온과 레위의 분노

매일성경의 오늘 본문은 디나를 강간한 세겜과 그 집안을 시므온과 레위가 할례를 빌미로 남자들을 다 죽이고 그 재산과 부녀자를 약탈하는 분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이 일로 인해서 시므온과 레위는 가나안에서 땅을 기업으로 얻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온유한 자는 땅을 기업으로 얻는다는 산상수훈과도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우리 삶에서 분노가 정당화되는 순간은 우리가 명분을 쥐었을 때다. 그리고 익명성이 보장되거나 개인적인 공간에서 더 분노하며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처럼 분노는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강자로부터 약자에게 흐른다.

 

시므온과 레위의 분노는 상대를 속이고 상대를 약자로 만든 상황에서 터트린 분노라 더 악했다. 우리는 속는다. 내게 명분이 있을 때, 내 분노가 정당화된다고 믿는다. 우리가 수많은 감정노동자들에게 터무니없는 분노를 쏟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트 점원이나 전화안내원, 아파트 경비원은 성경이 말하는 사회적 약자 , 곧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와 이방인의 현대적 버전이다. 내가 낸 돈에 대해서 내가 마땅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그들의 인격을 그런 식으로 짓밟아도 좋은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세겜이 디나를 강간한 일이 악한 일이고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도 그것이 세겜과 하몰의 모든 집안의 남자를 죽이고 그 재산을 약탈하고 그 집의 부녀자들을 노략물로 노획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노에 차오를 때 모든 이성이 마비가 된다.

 

이번에 발매된 BTS의 앨범 map of the soul에 래퍼들 유닛으로 히합 욱(ugh)을 발표했다. 이것은 불의한 분노들에 대해서 분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열치열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이번 앨범의 컨셉인 그동안 숨겨왔던 '내면의 그림자', '외면하고 싶은 나'를 모두 받아들이고 '온전한 나'를 찾게 된다는 내용의 한 단면일 듯 싶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볼 것이다."(Whoever fights monsters should see to it that in the process he does not become a monster. and if you gaze long enough into an abyss. the abyss will gaze back into you_Beyond Good and Evil, Part IV - Aphorism #146)

 

우리가 악한 일에 분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 날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 분노가 우리를 잠식하지 않도록 미워하면서 닮는다고 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것을 "공격자와의 동일시"라고 말한다. 학대를 입은 사람들이 다시 학대의 가해자가 되는 것은 학대에 방어하는 방식을 가해자로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늘 비난 받던 딸은 "나는 우리 엄마처럼 안 될꺼야"라고 결심하지만 이 결심에 깃든 엄마를 향한 비난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낳은 딸을 향해 자신의 이상화된 기준에 맞지 않을 때, 자신이 엄마가 자신에게 했던 반응으로 반응하는 자신을 보며 절망하게 된다. 

 

정신과 의사인 마크 고울스톤은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에서 사람이 격정에 빠지면 거기에 말을 거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밝힌다. 공감과 이성의 뇌에게 말을 걸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성경도 우리에게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고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고 말한다. 사람이 분노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분노가 우리를 잠식하지 못하게 하라는 권면인 셈이다. 

 

자신의 내면에 외면하고 싶은 것조차 받아들이라는 BTS의 이번 map of the soul : 7 앨범은 이런 메시지의 일부로 분노에 대해 분노하는 메시지를 이 히합 트랙에 담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조차 우리 삶의 일부이니까 그러나 분노가 우리의 습관이 되게 하는 일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니체의 말처럼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y-0QlQH5d3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