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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수의 성경해석과 주해

히브리서 1 장의 해석

히브리서 1 장의 해석


글: 노승수 목사(합동신학대학원 대학교 졸업)


옛적에 선지자들을 통하여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이 이 모든 날 마지막에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 이 아들을 만유의 상속자로 세우시고 또 그로 말미암아 모든 세계를 지으셨느니라 이는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시요 그 본체의 형상이시라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 죄를 정결하게 하는 일을 하시고 높은 곳에 계신 지극히 크신 이의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 1:1-3) 


히브리서 1장은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계시의 최종적 형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절은 우리 조상들에게 어려 부분과 모양으로 말씀하셨던 하나님이 이 모든 날의 마지막에 아들을 통해 말씀하셨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한다. 다시 말해서 아들이신 그리스도가 최종적인 계시라는 말이다. 

최근에 신사도 주의자들은 지금도 직통 계시를 주장하지만, 히브리서 본문의 말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만약 그리스도가 최종적 계시가 아니라면 오늘날 직통 계시가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리스도가 최종 계시가 아니라면, 이는 그리스도가 우리 구원에 부족해서 다시 무언가 더 계시해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 된다. 결국 신사도는 이런 자가당착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럼 히브리서 기자는 이 모든 날 마지막의 최종 계시로서 그리스도를 말하는 것을 이 기록의 목적으로 서두에 제시를 했다면 1장은 왜 반복적으로 천사에 대해서 말하는 것일까? 1장의 주요한 특징은 2인칭 대명사가 주로 많이 사용되었다는 점과 αγγελος(천사)라는 단어가 6회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석에 있어서 반복단어를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사상은 항상 반복되는 단어로 들어나게 된다. 

그럼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그리스도가 최종 계시라는 점을 이 글의 기록의 서두에 기록해 둔 저자는 왜 계속해서 천사를 반복적으로 언급할까? 그리고 조상들에게 말씀하셨던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과 달리 마지막에 아들로 말씀하신 점을 이야기 하면서 왜 계속 천사와 비교를 할까? 하는 점이다. 1절에서 말씀하시는 이는 ‘아버지’로 동일하지만 조상들에게 주셨던 여러 계시적 수단들과 달리 마지막엔 아들을 통해 직접 주셨다는 점을 말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 비교 다시 말해서, 직접 주신 아들과 천사의 비교는 결국 ‘계시의 방식’의 비교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 이르면 성경의 더 넓은 문맥을 고려해야 한다. 이 때 해석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되는 도구가 ‘관주’이다. 해당 구절들과 연결된 본문을 알려주는 관주를 살피는 것이 유용하다. 이는 ‘전체 성경’이란 해석의 원리를 따라 성경 전체적 문맥을 고려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콘코던스(Concordance)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색인이다. 좋은 책은 뒤편에 ‘색인’이란게 있어서 저술의 주요 단어나 사상이 기록된 페이지를 알려주는 ‘색인’을 둔다. 성경의 경우, 이것이 매우 발달한 책이다. 원문의 각 단어에 넘버를 붙이고 그 단어가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반복되었는지를 살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럼 ‘천사’라는 단어와 ‘계시’라는 신학적 주제를 연결해 줄만한 ‘관주’나 ‘콘코던스’상의 본문은 무엇이 있을까?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1장에선 하나님의 아들인 그리스도는 주로 천사들과 비교되고 있다. 그 비교를 알려주는 구문이 4절에 ‘그가 천사보다 훨씬 뛰어남은~’이란 구문이다. 1절이 옛적의 계시의 방식과 마지막 날에 주어진 그리스도라는 계시의 비교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4절의 이 표현은 앞선 1절의 ‘옛적에 선지자를 통해 여러 부분과 모양으로’와 연관 지어서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관주’와 ‘콘코던스’는 이런 연관점을 보여준다. 

그리스도가 천사보다 우월함을 설명하고자 함인가? 많은 주석들이 이런 식의 설명을 하지만 하나님의 자기 계시의 구현 방식에 대한 이해로 보아야 한다. 즉 그리스도 이전의 계시들은 천사들을 통해서 주어졌다는 것이 히브리서 기자의 구약이해이다. 그 증거는 히브리서의 보다 넓은 문맥, 2:2의 “천사들로 하신 말씀”이라는 구절에서 찾을 수 있다. 해석에서 고려해야 할 또 한 가지의 요소, 기록된 책의 ‘더 넓은 문맥’을 통해서 해석을 ‘방증(傍證)’해야 한다. 즉 히브리서 자체가 말씀이 ‘천사를 매개’로 주어진 것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서 앞서 언급한, ‘전체성경’속에서 그와 같은 증거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누가가 기록한 사도행전 7:53에 스데반의 설교 속에서도 “천사들이 전해 준 모세의 율법”이라고 모세의 율법고 조상들에게 선지자를 통해 주신 말씀이 천사의 매개를 통해 계시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울 역시도 갈라디아서 3:19에서도 율법을 가리켜 “천사들로 말미암아 중보의 손을 빌어 베푸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본장의 천사에 대한 언급은 천사와 그리스도를 비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계시의 구현 방식의 비교이다. 

정리하자면, 구약은 천사의 매개를 통해 선지자를 통하여 주어진 것이고 신약의 그리스도라는 최종 계시는 매개없이 그리스도가 직접적으로 주어졌고 사도들을 통하여 그것이 드러나게 하셨다. 히브리서 기자가 계속해서 천사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런 점이다. 즉, 이 계시가 천사을 통해서 주어졌느냐? 하나님의 아들을 통해서 주어졌느냐? 하는 점이 주된 변증의 논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