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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목회칼럼

개혁파의 성찬 신학 전통적인 전례에서 성찬기도(anaphora) 중 성령의 임재를 구하는 에피클레시스(Epiclesis)와 믿음으로 우리 마음을 드높이는 수르숨 코르다(sursum corda)는 칼뱅파의 성찬 신학의 핵심이다. 로마 가톨릭의 화체는 성찬시 떡이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한다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는 칼케돈 신조가 말하는 바 신성과 인성이 섞이거나 혼합될 수 없다는 고백에 반한다. 왜냐하면, 성찬 중에 세계 교회마다 인성인 몸이 현존하는 결과를 낳고 이는 마치 인성이 편재하는 속성을 부여받은 것처럼 여기지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루터는 좀 독창적인 의견을 냈는데 공재, 곧 함께 있다는 것이다. 이때 몸은 공간을 점유하지 않고(illocality) "실재로"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루터파는 자기들이 실재론자라.. 더보기
뇌과학과 도파민 기작 우리 뇌는 즐거움과 고통이 일정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적절한 고통이 수반되지 않은 즐거움이 도래하면 이런 향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도파민"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보인다. 이때 느껴지는 공허감, 상실감, 무력감, 등의 감정 때문에 중독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도파민이 일정하게 균형을 이루기까지 4주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상 생활을 이룬 후에도 노력 없이 제공되는 도파민 홍수는 중독 현상을 다시 일으키고 만다. 성경은 아담의 범죄로 땀을 흘려 수고하여야 땅의 소산을 먹을 것이라 하셨다. 하와는 해산의 고통 후에 자녀를 얻을 것이라 하셨다. 얼핏 이는 심판인 듯 싶지만, 사실 하나님의 보호하심이다. 운동 후에 오는 만족감, 일의 성취 후에 오는 뿌듯함, 가장으로서 .. 더보기
철학의 주제들 이오니아의 밀레토스파의 철학자들은 자연철학으로 만물의 원리(아르케)가 무엇인지를 물었었다. 한나 아렌트는 이들의 정치관인 이소노미아(isonomia, 비지배)가 아테네에서 민주정치로 수용되었다고도 했다. 아무튼 철학자들은 이전의 미토스, 곧 신화적 세계 설명을 로고스에 의한 세계 설명으로 가져가고자 했다는 점에서 인류사의 진보라 할 수 있었다. 철학자들의 관심은 소크라테스에 와서는 좀더 사회적인 주제에 천착한 경향이 생겼고 행복이라든지, 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논의하는 윤리적 성격을 띠게 되게도 했다. 칸트의 삼부작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은 철학의 이런 경향을 잘 보여주는 것을 진리가 무엇인가? 선이란 무엇인가? 미는 무엇인가?를 다루었다. 그중에서도 17세기에 이르면, 진리에 대한 열망.. 더보기
새관점과 홀로코스트 유럽인들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채무의식이 있다. 이것이 신학에도 반영되어 새관점이란 신학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독일 교회는 나치에 동조했고 루터의 여러 저작들은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유대인에 대한 혐오로 이해될만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런 채무 의식이 신학적으로는 언약적 신율주의를 낳았고 정치적으로는 중동분쟁을 닣았다. 이게 한국에서 웃긴 점은 새관점의 저격수를 자처했던 모가 그 신학의 내용과 구성 요소에서는 새관점과 동일선상에 있었다는 점이다. 퍼거슨이 괜히 신율주의와 반율주의가 이란성 쌍둥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더보기
질투, 카나 출애굽기 20:5에 하나님은 "질투"하시는 하나님이라고 소개한다. 사실 이 번역은 적절하지 못하다. 열왕기에서 엘리야가 이스라엘을 하나님께 고소할 때, 자신이 여호와께 "열심"이 유별나다고 하는 표현도 같은 히브리어 표현이다. 이 카나라는 동사를 형용사형으로 혹은 명사형으로 변형한 단어다. 열심이나 질투라는 단어로는 이 단어의 의미를 잘 드러내기 어렵다. 우리말이나 영어에 적절한 개념의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단어는 공동체 내의 죄와 악에 대해서 보이는 하나님의 분노와 그것을 유발하는 공동체 밖의 적에 대한 진멸하는 전쟁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마치 서양 고전의 일리아스에서 진노와 전쟁 그리고 죽음으로 그 핵심 서사가 그려지듯이 카나라는 단어 역시 이런 개념을 담고 있다. 엘리야가 공동체 안에 만연.. 더보기
그리스 신화, 부친 살해 전통 그리스 신화는 부친 살해 전통이 흐른다. 우라노스를 살해한 크로노스, 크로노스를 거세한 제우스, 게다가 이 계보는 주로 막내로 이어진다. 제우스는 좀 달랐는데 협치를 통해 독점적 권력의 부작용을 해소한다. 또한 그의 여성 편력은 솔로몬의 후궁 천명과 같이 정치적으로 해석된다. 불교에서도 살부, 살모는 붓다가 되는 길이라고 한다. 그리스 문화의 민주주의는 이런 고대 문화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밀레토스의 이소노미아는 한나 아렌트에 의하면 민주 정치의 원형이었다. 더보기
미크바, 정결례 유대인들에게는 미크바(מִקְוָה)라는 전통이 있다. 여성의 경우 생리 중 1주일과 생리 후 1주일을 미크바를 통해서 정결케 하는 정결례다. 원래의 뜻은 "물을 받다"라는 의미지만 미크바는 태초 상태의 회복을 의미한다. 아마도 구약의 정결례에서 유래해서 중간기 동안 완성된 전통인 듯하다. 이 전통이 기독교에 와서 세례가 되었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이 비둘기같이 임하시는 장면을 신약은 묘사하는데 이는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혼돈과 공허의 상태인 물을 새가 날개를 덮는 듯한 상태로 묘사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부터 창조 세계가 열리듯이 그리스도가 물에서 올라오실 때 비둘기 같은 성령의 내리심은 바로 새로운 창조를 보여주는 것이다. 미크바는 통상 고인 물이 아닌 흐르는 물.. 더보기
희년과 프로스불 제도 유대인의 성경 해석 전통인 미쉬나(משנה)에는 바울의 스승이었던 가말리엘의 할아버지였던 힐렐이 제안한 프로스불(Prosbul)이라는 제도가 나온다. 헬라어인 이 용어는 "법정 앞에서"라는 의미이지만 산헤드린 공의회 앞에서 전통적으로 행해졌다. 원래, 이스라엘의 토지법은 독특했다. 예컨대, 희년의 이듬해 땅 한 평이 50만원이라면 그 다음 해는 49만원, 희년 직전 해에는 1만원에 거래가 된다. 왜냐하면, 희년에는 토지의 원 소유주에게 땅이 돌아가기 때문에 희년까지 얼마가 남았느냐에 따라 토지 가격이 매겨졌고 이에 따라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년이 가까워지면서 토지 거래 및 금융 시스템이 멈춰버리는 사태가 자주 발생했다. 희년이 가까워지면 누구도 토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았기 때문.. 더보기
교회 이름에 대한 단상 요즘 교회명은 일종의 브랜드 네임이 되었다. 교회의 가치, 특색, 지향점을 이름에 담아내는 현상이 유행이다. 나도 과거에 영종도에서 나비 교회라는 이름으로 교회를 개척한 적이 있다. 기업이 CI, company identity를 하는 것처럼 일종에 church identity를 만든 것이다. 선지자라는 히브리어 나비, 네비게이션의 나비, 등 4개의 가치와 지향점을 이름에 담았다. 이런 현상은 도시가 거대해지고 사생활이 중요해지며 도시의 익명성이 높아지고 불신이 사회적 관계망에 주류으로 자리잡을 때, 신뢰를 얻기 위한 몸부림이자 브랜딩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교회가 가진 보편성과 통일성, 그리스도의 몸이자 그 가지, 곧 지교회라는 특성을 무너뜨린다. 성경의 교회들은 대부분 지역과 교회가 합쳐진 형태.. 더보기
진화생물학과 종교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종교와 과학을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라 했다. 나름 종교에 대한 리스펙을 나타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 사회가 과학에 세례를 너무 강력하게 받아서 종교인들이 계시를 대하는 방식이 유사 과학의 형태라는 것이다. 가장 전형적 유사 과학은 창조과학회를 들 수 있다. 계시가 어디가 모자라서 과학의 잣대로 증명하려고 드는가? 해석의 문제는 남을지라도 계시는 그 자체로 존엄하며 권위가 있다. 그것은 과학의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는데 무슨 토를 다는가? 과학적 증명을 시도하는 태도 자체가 계시에 대한 불신앙을 보여준다. 칼 포퍼는 과학과 비과학의 구획의 기준을 언제 틀리는지 그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 때 과학이라고 했다. 계시는 틀리는 조건.. 더보기